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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Feb 06. 2023

틈만 나면 소개팅하러 나갑니다!

- 후보감 5군데와 들러리 2군데를 놓고 진지하게~

25평 정도 되는 아파트를 별도로 구입하여 아들을 내보내기로 했다. 중증 환자인 아들과 여러 명의 활동보조사들이 함께 지내는 우리 집은 마치 병원 같다. 그래서 아파트를 하나 더 구입하여 아들의 병상을 그곳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아들이 지내고 있는 아파트에 우리가 들어가 살기로 했다. 

32평 아파트를 병상용으로만 쓰기는 아까웠다.  아파트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만 아들을 간병하러 들릴 뿐이었다. 그건 집주인으로서 뭔가 억울했다.


'조정지역 해제'라는 주택법 개정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집을 한 채 더 마련하기로 했다. 

풍 맞은 주택 시장에서 2개의 빌라를 처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원하는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무엇보다도 처분할 빌라를 주택 시장에 내놓는 일이 급선무였다.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집을 파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집을 처분하는 일보다 우리가 원하는 아파트를 제대로 구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결국 그러자고 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조건에 맞는 매물이 있으면, 빌라를 처분하지 못했더라도 아파트를 구입할 참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정리해 보았다.

* 우리의 자산 범위 내에서~

* 아들이 지내는 아파트에서 가까울수록 좋고~

* 남향~

* 로열층~

* 사이드가 아닌 가운데 라인~

* 주차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곳~

* 화장실은 반드시 2개~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주변을 체크해 본 결과 7군데의 아파트가 후보에 올라와 있었다.

A, B, C, D, E 그리고 F, G~

편의상 7개의 아파트 이름을 이렇게 명명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A 아파트를 보기로 했다. 

"줄자를 챙겨 가야 해. 안방을 먼저 측정해 봐야 된다고. 안방이 작으면 안 돼."

집을 보러 나가려는 순간, 소심한 남편이 말했다.

"아, 방의 크기는 K* 부동산 앱에 보면 평면도에 다 나와 있어요. 그래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고요."

"그래도 그게 아닌겨. 직접 재봐야 돼."

"에구, 당신은 너무 꼼꼼해서 밥맛이야."

집을 구하러 나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줄자를 챙겨 가느니 마느니 하며 아옹다옹했다.


A아파트는 아들이 지내는 아파트와 같은 동이다. 그 동의 한 라인은 25평이다. 

그중에서 2층이고 사이드 라인이었다. 가격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5천만 원 정도 더 비쌌다. 그런데 내부는 올 수리를 하여 보기 좋았다. 남편은 안방의 문짝 넓이와 방 크기를 줄자로 재고 있었다. 남편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작은데? 우리 안방보다 꽤 작은데? 콤비네이션 침대가 들어올 수 있으려나?"

"설마 안될까요? 뭐 큰 차이 나겠어요?"


'에구, 1mm라도 오차가 있으면 안 되는 분이지. 뭐든지 미리 걱정을 하는 분이야.' 나는 속으로 구시렁댔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남편은 작은 것까지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에 비해 나는 큰 것만 후루룩 체크해 보는 유형이다. 우리 둘은 그런 면에서 늘 다르다.


"우리 집과 가까워서 좋네요. 가격을 4천만 원 정도만 다운해 주시면 한 번 생각해 볼게요." 공인 중개사에게 남편이 말했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백만 원도 깎을 남편이 간덩이가 부은 사람 같았다. 요즘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라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그 라인에서 5년 만에 처음 매물이 나왔다. 귀한 매물이다. 제2, 제3의 매물이 쉽게 나올 아파트는 아닌 듯했다.


이튿날, 남편이 말했다.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거기는 안 되겠어. 2층이라 나무가 햇빛을 가리고 바로 뒤편이 흡연 구역이라 담배 연기가 집으로 들어올 수도 있겠어."

"맞다. 우리는 환자가 이용할 집을 구하고 있지. 햇빛이 좋아야 하고 담배 연기가 들어오면 안 되죠. 그러면 일단 패스!" 내가 말했다.

그래서 슬리퍼를 신고도 아들에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한 곳인 그 집을 포기했다.


B 아파트는 초역세권이다. 그래서인지 2차선 도로 건너에 있는 우리 아파트와는 가격 차이가 났다. B 아파트 25평이 우리 아파트 32평 값과 맞먹었다. 그 아파트는 타워형이라 남향인 매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곳은 일단 보류해 두기로 했다. 


일명 '나 홀로 아파트'인 C 아파트 7층에 있는 매물이 나왔다.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였다. 사이드 라인이었다. 24평 아파트인데 A 아파트와 비교하니 뭔가 협소한 느낌이었다. 로열층에 남향인데 가격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곳은 K* 부동산 앱을 통해 살펴보니 세대당 주차가 0.7대였다. 때에 따라서 누군가는 주차를 할 수 없어서 아파트 밖에 차를 세워 두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차가 없는 세대도 있겠지만 차를 여러 대 가지고 있는 세대도 있을 것이다. 주차장이 협소한 것은 명약관화하다.


"오늘날 아파트 내 주차장 확보는 제일 중요한 조건이야. 여긴 주차 문제 때문에 안 되겠네."

남편이 냉정하게 C 아파트를 포기했다.

"설마 한 대는 세울 데있겠지."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가격이 맘에 들었다. '세대당 주차 0.7'이 주는 의미는 내게 그다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 사람아, 아침마다 차로 출근하는 활동보조사가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한다고 상상해 봐. 그건 아니지."

"아님 말고..."  남편의 말을 듣고 아쉬워하면서 나도 C 아파트를 포기했다.


어느 날이었다.

"혹시 C 아파트와 사모님네가 팔려고 내놓은 S빌과 맞교환하면 어떨까요?"

부동산 사무실에서 희한한 제의를 해왔다. 요즘 주택 맞교환 매매가 7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일반 매매 거래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 소유권 이전 순으로 진행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교환 매매는 계약부터 소유권 이전까지 손쉽게 이뤄진다. 매도와 매수가 동시에 일어나는 만큼 거래 단계가 단순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렇게 해볼까? 그러면 일단 S빌은 처분할 수 있잖아."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이 사람아, 주차장이 협소해서 그곳은 안된다니까" 남편이 약간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그래도 집 팔기가 어려운 이때,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내가 말했다.

"그러면 그분한테 S빌을 한 번 보라고 하든지." 남편도 S빌을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 갈등하며 말했다.


그래서 C 아파트 소유주가 S빌을 둘러보았다. 그 아파트와 우리 빌라와는 2억 정도의 차이가 나니 빌라를 둘러보면 즉시 실망할 게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방이 작아서 맞교환은 안 되겠다고 하십니다."라고 부동산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2개월 동안 마치 소개팅을 하러 나가듯이 집을 보러 다녔다.  뉴스에는 매물이 쌓여간다고 하는데 막상 우리가 원하는 아파트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E와 F 아파트 매물을 검색해 봤다. 거기는 대단지여서 아파트 매물 백개가 나와 있었다. 그야말로 매물이 잔뜩 쌓여있었다. 그런데 E와 F 아파트는 화장실이 개였다. 아들이 사용할 아파트는 반드시 화장실이 2개여야 한다.

화장실 개수 때문에, 우리가 날마다 소개팅하러 나가듯 살펴보는 아파트 중에서 5 군데가 후보감이고 2 군데는 들러리인 셈이다.


그런데 A 아파트 32평이 매물로 올라왔다. 우리 아파트와 같은 라인이었다. 우리는 7층, 그 매물은 10층이었다. 집은 구태여 볼 필요가 없을 정도다. 우리 집이 그 집이니... 가격만 맞으면 끝이다. 찐 급매로 나왔다. A 아파트 25평과는 겨우 5천 정도 금액이 차이 났을 뿐이다. 그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그야말로 한 지붕 두 가정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32평 두 개를 사용하면 여러모로 허투루 나가는 돈이 많을 것 같았다.


남편은 그래도 가격이 절충되면 사보겠다는 말을 했다. 남편이 공인중개사에게 3천을 다운시켜 준다면 살 용의가 있다고 말을 했다.

"두 개나 뭐 하게?"

"그래도 편리하잖아."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이럴 때남편이 이해가 안 된다. 그러나 남편은, 25평 아파트의 방을 줄자로 재본 결과, 아무래도 안방에 아들의 의료기구를 세팅하기에 옹색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찐 급매물이라면 32평을 구입할 생각이 든 모양이다.

"그분도 처음 내놓았을 때보다 2억 이상 다운한 것이라 더는 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한 번 협의해 볼게요." 공인 중개사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상호 조건이 맞아야 성사가 되는 점으로 보아 소개팅이나 부동산 구매취업이 비슷한 듯했다. 


"정 팔고 싶으면 그 가격으로 하겠다고 연락이 올 거야." 편은 A 아파트 32평을 넘보고 있었다. 

그날 오전까지 A 아파트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D 아파트 매물을 검색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한 달 전에 봤을 때와 비교해 보니 가격이 1억이다운된 급매물이 올라와 있었다. 30평이었다.

나는 매물을 확인하고 링크된 부동산 사무실에 연락을 했다.


"어, 방금 주인이 와서 가격을 다운시키고 들어가셨어요. 한 시간도 안 됐어요. 지금 그분들이 댁에 계실 거예요. 원하시면 바로 집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일단 한번 보러 오실래요? 이런 가격의 매물은 다시 찾을 수 없을 겁니다. 당장 오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공인 중개사가 말했다.

집을 사겠다는 구매자가 전화를 해서 그런지 공인중개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인 듯했다.  그 귀하다는 '집을 사려는 자'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꿈만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잖아도 며칠 전부터  D아파트도 살펴보고 있던 중이었다.

D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보다는 좀 더 번화가 쪽에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전통시장이 가까운 곳에 있다. 게다가 산책로와 공원이 연계되어 있는 곳이다. 남편이 시무하는 교회와도 거리가 가깝다. 


"차라리 여기를 우리가 사는 집으로 할까?라고 남편이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데자뷔 현상 같았다. 지금 살고 있는 'ㅅㅇ 예가'도 아들을 내보내겠다고 구했다가 결국 우리가 세컨 하우스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들을 내보낼 집을 찾다가 결국은 우리가 지낼 집을 사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남편이 그런 말을 하는 속마음을 알 것 같았다. 아들을 내보내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을 되찾고 싶었는데 결국 우리 집을 다시 아들에게 내주게 될 것 같았다.

"그러면 A 아파트가 너무 아까워. 그래서 배가 아파. 허투루 있는 공간이 많아서."

남편에게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고 여동생과 그 부분에 대해 의논했다.


"에고, 배 아파하지 마소. 좋은 곳을 구해 간다면 그런 거 뭣이 배 아파? 맘에 들면 그렇게 해도 되겠구먼. 취득세랑 이사비는 내가 해결해 줄게." 동생은 어쩌면 저렇게 모든 일이 쉽기만 한지? 여동생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을 했다.

'흑흑, 언제나 내 삶의 흑기사인 내 동생.' 코끝이 시큰해진다.


"그리고 진행하다가 자금 부족하면 융통해 줄게. 빌라 팔리면 갚으면 되고 ㅎㅎ 조건에 맞는 거 나오면 주저하지 말고 당장 계약해. 빌라를 처분하는 것은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정 안되면 월세로 내면 금방 나갈 거야." 동생이 통 크게 우리를 응원했다.

"우린 대출이 있는 것도 싫고, 집이 여러 개인 것은 더욱 싫어."

"하여간 자산 범위 내에서 진행하는 일이니 아귀가 잘 안 맞아떨어지더라도 큰일이 나지는 않을 것 같아."

동생이 새가슴인 우리 부부에게 화끈하게 불을 지폈다.

동생에 이어 사위도 한 술 더 떴다.

"꼭 그렇게만 생각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요즘은 복지가 최우선이잖아요. 활동보조사님들이 여유로운 공간에서 일하시면 좋은 일이죠."  사위가 32평에서 아들이 지내게 되는 것은 활동보조사들께 복지를 제공한다라고 생각하랬다. 


D 아파트 소유주는 한 달 전에 시세에서  5천만 원 싸게 부동산에 내놓았단다. 그런데 계속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니 안달이 났던 것 같다. 다시 5천만 원을 다운시켰는데 그걸 확인한 내가 링크된 부동산에 연락을 했던 것이다. D아파트 그분은 분양받은 아파트의 입주일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이미 여러 곳을 살펴본 후라 아파트만 맘에 들면 계약해도 될 것 같아서 당장 달려갔다.

그냥 아파트를 한 번 둘러보고 맘에 들어서 그 자리에서 덜컥 계약을 했다. 찐 급매로 나온 매물이라 한동안은  가격보다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사하는 날, 내가 연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감도에 미리 이삿짐을 옮겨놓고 캡처함. 내가 없어도 이사는 잘 될 것 같다.]

P.S. 

빚이 있거나 종잣돈이 없어서 감히 내 집 마련을 꿈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진행 중인 집을 팔고, 집을 사는 일이  사치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의 화장실 한 칸 가격도 아닌 자금으로 복작거리고 있는 셈이다.


나는 지금 풍 맞은  주택 시장의 한가운데 서 있다. 내 집이 없는 자와 서울에 집을 지니고 사는 자,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내가 주택시장 바람을 맞고 있다.

그러나 풍랑으로 더 빨리 항해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때로는 위기가 곧 기회다.



이전에 집을 구입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발행했던 글 2편을 올립니다.


https://brunch.co.kr/@mrschas/188


https://brunch.co.kr/@mrschas/190

[대문사진: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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