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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Feb 03. 2023

집 좀 사세요~

- 피켓이라도 들까요?

'S빌'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픈 집이다. 우리가 그 집에 살 때, 대학생인 아들이 학교에서 자전거 사고를 당했다. 그날로 아들은 인지 없는 최중증 환자가 되었다.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잘나 보였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그 지경이 되니 우리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우리 부부가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갈팡질팡하며 살 때 많은 분들이 우리를 품어 주셨다. 그러자 조금씩 하늘이 보이고 꽃도 눈에 들어왔다. 잃었던 밥맛도 되찾았다. 때로는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도저히 아들이 당한 사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며 서서히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우리를 격려하며 동행했던 사람들 가운데 특히 친정 여동생이 우리에게 많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매 순간마다 동생은 우리 자신보다 우리의 사정을 더 잘 알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ㅇㅇ이를 명절에 집에 데려 오려면 빌라가 아닌 아파트에서 살아야지.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환자를 이송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참 답답하네." 동생이 안달을 하며 말했다.

"그런가?" 나는 그 생각을 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동생의 등쌀에 떠밀려 못 이기는 듯이 아파트를 구입하여 이사를 했다. 물론 동생이 아파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융통해 주어 쉽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 해부터 명절이 되면 아들은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집으로 외출을 했다. 아들은 이모 찬스로 마련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아파트로 이사를 한 후에 살고 있던 그 'S빌'을 제 때에 팔지 못했다. 어영부영 지금까지 우리는 S빌을 처분하지 못하고 월세를 받고 있었다.



22년 11월 14일, 우리 동네가 '투기 과열 조정지역'에서 해제되었다. 그 특별법에 편승하여 세컨 하우스(우린 남달리 세컨 하우스가 필요하다.) 갈아타기를 하기로 했다. 빌라가 아닌 아파트로 옮기기로 했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S빌'을 처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세컨 하우스로 살고 있는 'ㅅㅇ예가'도 팔아야 했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아파트를 부채 없이 구입할 수 있다.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빚이다. 우리의 인생 모토가, 과욕을 부리지 말고 '분수대로 살자!'다. 그래서 빚을 지지 않고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지니고 있는 빌라 두 채를 팔아야 한다. 


유사 이래 최악의 경기 불황으로 주택 거래가 절벽인 이 시기에 무슨 수로 집을 팔 수 있단 말인가? 집을 좀 사 달라고 피켓을 들고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점상처럼,

"집 사세요! 집 좀 사세요! 싸고 좋은 집 있으니 한 번 보세요. 맘에 들면 사세요!"

이렇게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집 팔기는 이미 글렀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뉴스가 연일 나온다. 앞으로 계속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보도가 있으니 실 수요자 마저 요동하지 않는 낌새다. 값이 반토막이 된 집조차 팔리지 않는단다. 경매 매물도 임자가 없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빌라 두 개를 팔고 아파트 하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빌라 매매를 위해서 S빌 부근에 있는 모든 부동산 사무실에 연락을 했다. 집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찾는 조건에 맞는 아파트가 있다면 빌라가 미처 팔리지 않더라도 아파트 구입 자금을 마련해 볼 참이라고 넌지시 말했다.


"아, 그러세요? 그런데 팔기는 쉽지 않아요. 요즘 팔겠다고 내놓은 매물이 너무 많아서..."

전화를 받은 부동산 사무실마다 같은 말을 했다. 

"아시겠지만 지금은 집 팔기가 거의 불가능한 시대라, 잘 될지 모르겠어요."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공인 중개사들은 한 달에 한 건도 성사를 시키지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급매로 나온 매물조차 매매가 안되고 있단다. 어쩌다 '초초초 급매'로 나온 매물이 팔리면 그것이 곧바로 시세가 되어 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계속 집값이 떨어진다고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집을 파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놓을 빌라와 구매하기를 원하는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여 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표를 여러 장 출력하여 부동산 사무실 몇 군데를 방문했다. 그러면 아무래도 구매자를 쉽게 찾을 것 같았다. 


그리고 휴대폰에 'K*부동산' 앱을 깔았다. 그 앱을 통해 부동산 매매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현재 부동산 시세도 알 수 있고 실거래가 조회도 가능했다. 공시 지가 확인은 물론이고 향후 집값이 어떻게 변동될지 AI가 직접 분석해 놓은 자료도 확인할 수 있었다.


'N 부동산' 사이트도 들락거리며 살펴보았다. 보아하니 매물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 대열에서 어떻게 내 집을 팔 수 있을지;;;

집을 팔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았다. 당장에 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가격은 절충하기로 맘을 먹었다.

[집을 팔고, 집을 사기 위해서 만든 표]

지금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갑'이다. 절대적인 '갑'이다. 그래서 당연히 갑의 의향에 맞추어야 매매가 성사될 판이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바야흐로 왕이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아이고, 어머니,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우리 MZ 세대들은 그냥 인터넷 사이트에서 부동산을 알아본답니다. 요즘 누가 오프 라인에 전화하고 직접 공인 중개사에게로 찾아간답니까? "

딸이 한숨을 쉬며 내게 핀잔을 주었다.


집을 팔기 위해서 내가 애썼던 일을 자랑삼아 얘기했더니 딸 내외는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은 그러는 시대가 아니라고 했다. 그 순간 딸내외와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그래도 내 생각에는 가까운 부동산 사무실에 전화해 보든지 직접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딸 내외의 조언을 듣고 내가 직접 매물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보기로 했다. 웬만한 부동산 사이트는 공인중개사 고유번호가 있어야 매물 등록이 가능했다. 

그런데 'P 부동산' 앱에는 내가 직접 매물을 등록할 수 있었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포털 사이트인 N부동산으로 연계되었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부동산 사무실에 가서 N부동산에 매물을 직접 등록해 달라는 부탁도 했다. 그래서 우리 빌라가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의 매물 목록에 떡하니 올려졌다. 


인터넷 사이트에 매물이 등록되어도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낚시를 예로 든다면 물고기가 한 마리도 입질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저 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마치 강태공 같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N부동산과 K* 부동산을 살펴보았다. 연일 급매물만 쌓이고 있었다. 우리 집을 사겠다고 노크하는 자가 없었다.


"여기 P 부동산 앱입니다. 좋은 물건 내놓으셨더라고요?" 

'얏호, 딸내미 잔소릴 듣고 인터넷에 올렸더니 역시 입질이 오는 구만.'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아, 네네."

"그런데 워낙 요즘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요. 그래도 저희에게 맡겨주시면 잘 진행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P 부동산 앱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ㅅㅇ예가'를 보겠다는 연락이었다.

집을 보러 온 분은 그날  7개의 집을 봤는데 우리 집이 최고라며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저희가 자금이 너무 부족해요. 가격을 좀 낮춰 주실 수 있나요?" 집을 보러 온 사람이 우리에게 가격을 흥정해 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가 내놓은 가격과 그분이 알고 온 가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흥정 값을 내리려면 P 부동산 앱 측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 앱에서 우리 집 가격을 최저가로 내놓도록 우리를 설득한 후에 자신들이 받을 만한 가격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시스템이었다.

말하자면 그 앱은 한마디로 우리 집을 중간에서 소개하는 대신에 수수료나 광고비, 그리고 수고비까지 구매자에게 얹어서 받는다는 것이다.

집을 사겠다는 분과 P 부동산 관계자와 원활하게 흥정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분은  맘에 드는 집을 찾았지만 가격 절충이 되지 않아서 성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았다. 그 이후에  그분으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씨가 말랐다. 시간만 흘러갔다. 우리로서는 두 개의 빌라 중에서 하나라도 팔리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잖으면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대출을 내야 할 게 뻔했다. 요즘처럼 대출 이자가 천정부지인 시대에 어떻게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을까?


[대문 사진: 현재 살고 있는 'ㅅㅇ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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