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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Jan 31. 2023

주택 시장에 투여한 혈전 용해제

- 우리에게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3기 신도시'로 선정되었다. 

인근에 있는 역은  'S-BRT'역이 된다고 했다. 우리는 단지, 공기가 좋고 교통이 편리해서 이곳에 살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3기 신도시 지역 선정에 대한 깜짝 발표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우리 아파트는 그 뉴스가 발표된 이후로 조금씩 값이 올랐다. 그렇지만 서울의 집값과는 거리가 먼 가격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즈음에 전국적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파트 우편함에는 아파트를 담보하면 대출을 많이 해주겠다는 금융권 광고지가 꽂히곤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값이 오른다고 해도 당장 내 손에 무엇이 쥐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림의 떡 같은 것이지만 자산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니...


그렇게 주택 시장이 펄펄 끓더니 어느 순간에 열기가 서서히 식기 시작했다. 주택값이 곤두박질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출을 끼고 구입했던 아파트가 반값이 되고 대출 이자는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 되니 여기저기서  '으악' 하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부동산 중개소에는 매물이 쌓여갔다. 사겠다는 사람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공급은 있으나 수요가 없는 주택 시장이 되고 있었다.


그 원인은 미국발 금리 인상 때문이었다. 

금리를 올려야 인플레이션을 막고 물가 상승을 잡을 수 있단다.

모든 은행은 일제히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주택담보 대출 금리도 덩달아 올라갔다.

집을 살 때 주택 담보 대출 없이 집값을 몽땅 다 지불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은행에서는 DSR (Debt Service Ratio, 총부채상환원리금상환 비율: 즉 1년간 버는 소득에 비해 빚을 갚는 돈<상환액>이 얼마만큼인지 가늠하는 잣대)의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해주고 있었다. 

그것도 집을 사려는 서민에게는 발목 잡히는 일이었다.




주택시장에 관련된 뉴스가 연일 업데이트 되었다. 


집값: "매수 문의 없어요"… 규제 완화에도 반토막 난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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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주택시장이 풍을 맞았다. 

꽁꽁 얼어붙은 주택 매수 심리를 녹일 방법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주택 정책에  관련된 뉴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투기 과열 조정지역에서 해제된다는 내용이었다. 

2022년 11월 14일부터 그 주택법이 시행되었다.


'에헤라디야 ~' 

모두들 힘들어하고 한숨만 쉬는 때에 나는 조심스럽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어? 저건? 저것은? 바로, 바로? 우리를 위한 법이지 않은가?"

내가 뉴스를 보며 호들갑을 떨자 남편도 그 뉴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년 전에 우리는 사정상 세컨 하우스를 마련했다. 그때만 해도 집이 잘 팔리던 때였다. 그래서 팔리지 않아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던 빌라를 처분할 수 있었다. 전셋집을 빼는 일도 하루아침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식은 죽 먹기보다 쉽게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고 신축빌라를 매입할 수 있었다. 


그랬던 주택 시장은 주택담보 대출 이자율이 급격히 높아지자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꽁꽁 얼어붙은 주택 시장을 살려보려고 정부는 풍 맞은 주택 시장에 혈전용해제 한 방을 투여했다. 그것이 바로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시행된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해제'였다.


그 정책이 의미하는 바는,


2 주택자에게 중과되던 취득세가 완화되고 2 주택 자에게도 은행 담보 대출이 허락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세컨 하우스로 사용 중인 빌라를 처분하고 자금을 끌어모아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집 한 채를 아들용으로 제쳐둬야 했다. 왜냐하면 중증 환자 아들을 돌보는 여러 명의 활동보조사가 집으로 들나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집이 두 개 필요하다. 


[중앙일보 인터넷 뉴스에서 발췌]


나는 꽁꽁 얼어붙은 주택 시장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아파트를 하나 더 구입한다는 것은 주택법 규제에 발이 묶여 시도해 보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세컨 하우스로 빌라가 아닌 아파트를 구입해보려고 맘을 먹었다.


먼저 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일단 세컨 하우스로 사용 중인 'ㅅㅇ예가'를 팔아야 했다. 그리고 13년 동안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월세를 주고 있던 'S빌'도 처분해야 했다. 예금 통장도 깨야 했다. 그야말로 영끌하여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했다. 빌라를 제 값에 팔기만 하면 어려움 없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파트가 반값으로 내려가는 와중에도 빌라는 내려갈 곳이 없으니 제 값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내가 주택 시장에 들고 나선 카드는 일종의 승산 있는 게임 같았다. 잘 하면 우리의 세컨 하우스를 빌라에서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집이 팔려야 그 다음에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다.


풍 맞은 주택 시장에서 집을 팔 수 있을까? 집을 사는 사람이 없다는데 과연 집이 팔릴까? 지레 겁부터 났다. 

그리고  원하는 집을 구할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풍 맞은 주택 시장에 섰다. 감히...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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