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 찬양Lim Jul 13. 2023

몹시 아플  때는 '고별인사'하는 DNA

- '어나더' 반찬 가게를 그냥 지나칩니다

좋았다. 

참 좋았다. 내가 지구를 위해서 작으나마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단골 반찬가게에 발길을 끊기로 했다. 그 사연이 담긴 브런치 글이다.


https://brunch.co.kr/@mrschas/248


편했다. 

참 편했다. 플라스틱 통을 씻는 일과 내다 버리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됐다. 어나더 반찬 가게에 가서 내가 원하는 반찬을 골랐다. 그리고 준비해 간 통에 반찬을 담은 후에 계산했다. 반찬 가게에 들를 때마다 야릇한 행복을 느꼈다. 그 얘기를 브런치에 발행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mrschas/254




다행히 그 반찬 가게에서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고객으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즈음에 우리 가족은 '계란말이'에 꽂혔다. 계란말이 속에 다양한 야채가 들어 있어서 웰빙 요리를 방불케 했다. 그래서 몇 주 연거푸 계란말이를 구입했다. 


그날  내가 샀던 반찬은 계란말이, 두부조림, 꽈리고추찜 무침, 두릅나물, 열무김치 등이었다. 그것을 절반씩 덜어내어 딸내미에게 주었다. 매주 일요일 오후마다 반찬을 딸에게 담아주는 일이 루틴이 되었다.


그런데  그다음 화요일 오후였다. 

남편이 갑자기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물어볼 것도 없이 코로나 확진인 듯했다. 진단키트로 검사를 해봤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렇다면 뭐지? 독감인가? 궁금했다.


찬물 수건을 남편의 이마에 얹어 주고 해열제도 건넸다. 그래도 차도가 없었다. 남편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더 고생하지 말고 응급실에 가세요."라고 이튿날 아침에 남편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식중독일 것 같았다. 그 반찬 가게에서 구입했던 음식 중에 계란말이가 원인일 것 같았다.


남편은 병원 응급실에서 링거를 여러 대 맞고 퇴원했다. 그런데 그날 밤에 더 심하게 설사를 하고 고열로 힘들어했다.


"그러면 혈액 검사를 해서 어떤 균인지 알아야겠네요. 차라리 입원을 하는 게 낫겠어요. 이러다가 탈수 현상이 오면 위험하잖아요."


그렇게 하여 남편은 입원했다. 

입원을 하고 나니 한결 맘이 편했다. 나도 평소에 비해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남편은 입원하여 별의별 검사를 다 받고 하루에 링거를 10개 정도나 맞았다. 남편은 병실에서 홀로 그것을 다 견뎌냈다.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쉽지 않았다. 



한편 남편의 입원 사실을 알리고 딸내미에게 안부를 물어봤다.

딸도 복통이 심하고 열이 난다고 했다. 설사도 한다고 했다.

걱정이 됐다.


힘들었겠구나.

입원할 정도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함께 사는 사위의 안부를 물었다. 신기하게도 사위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우린 계란말이 5개를 2.5개씩 정확하게 나누어 먹었어요."라고 딸이 말했다. 


사위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식중독의 원인이 계란말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위와 나는 괜찮고 남편과 딸은 심하니 식중독의 연결 고리가 어디인 지 알 길이 없었다.




남편의 검사 결과는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었단다. 몸속에 있는 나쁜 균을 모두 쏟아내야 한다고 지사제 투여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겪을 것을 다 겪었다. 두통, 복통 등으로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견딜 수 없었단다.


이러다가 죽는 것인가?

이렇게 고통스럽다면 죽는 게 차라리 낫겠다.


남편은 맘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모두에게 속으로 고별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그런데,


11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이 기적적으로 일어나서

 아빠 어디 가셨나요?

라고 물을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단다.  




한편,  딸내미도 고열과 복통으로 견딜 수가 없었단다.


"잘 살아, 흑흑, 나 이러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혹시 내가 죽더라도 천국에서 만나."


저렇게 사위에게 고별인사를 했단다. 


그 얘기를 전해 들으니 딸이 겪었을 고통이 가늠되었다. 카톡으로 읽거나 전화 통화로 전해 들었을 때는 딸의 고통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 점이 미안했다. 오죽하면 고별인사까지 했을까? 


그런데 부녀간에 나란히 아픈 것도 묘한데 심하게 아플 때는 고별인사를 하는 DNA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편은 온전한 상태가 아닌데도 퇴원을 했다. 혈관을 못 찾는 간호사한테 빈정이 상해서 자진 퇴원 신청을 했다고 한다. 소화 능력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때까지는 남편은 당분간 죽을 먹어야 했다. 죽을 배달 시키면 상상 외로 플라스틱 개수가 많다. 그걸 쳐다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졌다.


플라스틱 통 사용을 줄이려고 그 반찬 가게에 찬통을 들고 가서 사 온 반찬이었는데 그런 사달이 나고 말았다. 그동안 눈치 봐 가며 반찬가게에 갔던 나의 노력이 무색했다. 남편의 죽을 배달하는 동안에 다량의 플라스틱 통을 배출하고 말았다.




남편의 담당 의사는 살모넬라균의 주범으로 계란을 의심했다고 한다. 그날 계란말이를 살 때만 해도 뜨끈하여 곧바로 조리한 것인데... 살모넬라 균은 열에 약하다는데... 그렇다면 계란 껍데기를 만졌던 손으로 계란말이를 집었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됐다. 반찬 가게 직원들은 온종일 라텍스 장갑을 끼고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살모넬라균이 다른 음식에 옮겨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모넬라 균은 이런 특징이 있었다.

살모넬라균 감염증 - 서초구 보건소 (seocho.go.kr)



특히 살모넬라균 재감염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위나 나는 이미 한 번 걸린 적이 있을 것 같았다.


[살모넬라균 감염증에 대한 Q&A]


딸: 그  가게를 일단 고발해요.

나: 혹시 계란말이 때문이 아니면?

딸: 그것은 관련 부처에서 알아서 조사하고 처리할 일이죠....

사위: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죠?


MZ세대와 우리는 다른 것 같다. 딸 내외는 한 마음이었다. 남편과 딸이 고별인사를 할 정도로 고통을 당했지만 그 가게를 고발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 그런 일로 영업에 피해가 간다면 오히려 죄책감이 클 것 같았다. 


남편과 딸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위험천만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많은 검사 과정을 거치느라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다.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먹거리에 세심한 신경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정찬을 차려서 먹는 대신에 고구마나 감자를 사서 찌고 두부, 묵, 백김치, 겉절이 등을 사서 먹고 있다. 삶은 나물 무침을 사는 대신에 파프리카나 오이 등 싱싱한 야채를 구입한다. 


구운 계란을 대놓고 먹었는데 싱싱한 날계란을 사서 매일 쪄서 먹고 있다. 살모넬라균 파동으로 우리 식단에 변화가 왔다. 그 덕택인지 인바디 체중계 메시지에서 체지방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도 재래시장에 들르지만 어나더 반찬 가게는 그냥 지나친다. 그 가게를  지나가는 동안 만감이 교차한다.


[사진:픽사베이]










이전 11화 장화 때문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