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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Jul 22. 2023

여름 방학 시작, 첫날 해프닝~(2)

-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여름 방학 시작, 첫날 해프닝~>>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여름방학 맞이 신고식이 만만치 않았다.



https://brunch.co.kr/@mrschas/291




내가 방학을 하면 세 남자가 좋아한다. 인지 없는 상태지만 아들이 제일 좋아할 것이다. 다음은 남편이 방학을 고대할 것이다. 혼 아들 간병 단도리를 책임지다가 방학 동안은 나와 그것을 나눠질 수 있다. 아침에 아들에게로 간 남편이 아들의 오전 운동 타임이 끝나면 집으로 온다. 평소에는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팀과 교대를 한다. 그런데 방학이 되면 세컨하우스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은 후에 내가 바통을 이어서 아들에게로 간다.



그리고 나의 출, 퇴근 기사를 하고 계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에게도 방학은 곧 쉼이다.


여름 방학 첫날부터 해프닝이 있었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방학은 학생들 못지않게 교사들에게도 참 좋은 것이다. 충전과 힐링의 시간이니 말이다.




오늘 점심 식사는 훈제 오리 가슴살과 야채, 과일 등으로 차려 샐러드바 수준으로 잘 먹었다.


"이건 완전 밀월여행이 따로 없네요. 창밖 뷰 보면서 시원하게 에어컨 켜놓고 수박, 옥수수 먹으니..."

"그러게, 굳이 피서 여행 가봤자 덥고 복잡하고"

"좋네요."

"그러네, 이게 바로 진정한 휴가야."


그때까지 우린 참 좋았다.

점심 식사 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 후에 나는 아들에게로 향했다. 찜통더위였다. 그래서 챙길 게 많았다. 방학 중에 아들에게 갈 때 가져가는 에코백에는 기본적으로 챙길 게 있다.


*선글라스

*카드 지갑

*안경

*양산

*접이식 캡 모자

*휴대폰(Z폴더라 꽤 무겁다. 반드시 가방 속에 넣어야 휴대가 가능하다.)


행선지에 따라 챙겨 나가는 가방이 다르다. 내가 발행했던 브런치 글 '가방 로테이션'에 그 얘기가 있다.


https://brunch.co.kr/@mrschas/81


오늘은 '가방 로테이션' 글에 나오는 가방 목록 중에서 제9번을 들고나갔다.

신호등을 건너고 있는데 시내버스가 신호에 멈추어 서 있었다. 내가 신호등을 건너자마자  곧장 버스를 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안녕하세요. 잠깐만요."


태그를 하려고 카드 지갑을 열어보니 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여러 개의 카드를 소지하고 다니지 않는다. 인천시 전용 'e음 카드' 한 개와 남편이 쥐어준 카드 하나만 챙겨 다닌다. 나는 할인 카드나 포인트카드 같은 것도 만들지 않는다. 버스에 태그 할 카드가 없어서 황당했다. 혹시나 하여 가방 속을 샅샅이 뒤져도 없다.

"어쩌죠? 카드를 못 챙겨 나왔네요. 시 'e음 카드'로 결재 가능한가요?"


안 된다고 하셨다. 당황이 되어 선글라스를 벗고 어찌할 바를 몰라 가방 속만 계속 뒤적거렸다.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게 무슨 창피란 말인가?


이 버스는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 분은 버스 내에서 5천 원권 카드를 구입하여 사용하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를 며칠 전에 버스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저, 지금 5천 원짜리 하나 있는데요. 어쩌죠?"


그렇게 말하면 5천 원권 카드를 구입하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시내버스가 다 카드 사용만 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걸 저도 어떻게 하겠어요? 어디서 내리실 거예요?"


아마도 기사님은 카드가 없으니 내리라고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저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는데요."

"그럼 다음번에는 잘 챙겨 다니시고 그냥 내리세요."

'엥? 무임승차는 벌이 있을 텐데?' 내가 범법자가 되려는 순간이었다.


"그럼 지금 제가 천 원짜리가 하나 있는데 이거라도 현금 수납함에 넣으면 될까요?"

"그러세요."


유, 일단 아들이 있는 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렸다. 등에 땀이 났다. 그런데 아들을 돌 본 후에 다시  돌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버스 정류장 두 개 거리지만 사람이 꼬시라 질 정도로 더웠다. 폭염이었다. 살인적인 더위였다.


어제는 현금 천 원이 없어서 낭패를 봤는데 오늘은 카드가 없어서 난리였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버스를 탔는데 카드가 없었어요. 혹시 거기 편백 소파 고리에 걸린 백에 카드가 있는지 좀 봐 줄래요?"

"없는데, 아무것도?"


집 앞이나 간단하게 나갈 때 휴대폰과 카드 지갑만 넣어 다니는 백이다.


[카드지갑을 담아 아이스크림 가게에 매고 갔던 백]

"큰 일이다. 빨리 분실 신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괜찮을 거야. 요즘 남의 카드 주웠다고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


남편은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 투로 말했다.


▷▷▷▷


아들이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여 활동지원사님께 자초지종을 말하고 1,700원을 빌렸다. 그분이 가진 잔돈 전부라고 하셨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그 분과 나는 시내버스 요금을 모르고 살았다.



"아무래도 어제 오후에 아이스크림 사러 갔다가 어디 흘린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 내가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볼게."


남편은 나를 탓하지도 않고 카드 찾는 일에 나섰다. 고마웠다.




화근은 난생처음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기 때문이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어떻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일 년에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안 먹을 때도 있다.


그런데 방학식 날 급식 사이드 메뉴에 배스킨라빈스의 '베리 베리 스트로 베리'가 나와서 학생들은 꿈을 꾸는 것 같다고 까지 했었다. 요즘 학생들이 급식에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저토록 감동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그래서 어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고 싶었다.

일전에 내가 가장 추앙하는 구독자 '초이스' 작가님의 글에서 아이스크림 추억에 관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https://brunch.co.kr/@williams8201/101


"방학한 기념으로 평생 처음 아이스크림 가게 한 번 가 볼까?"

"그러든지."


남편도 마다 하지 않았다. 마침 아파트 입구에 키오스크를 이용한 무인점포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있었다.


 간편 외출용 백을 매고 가서 붕어빵, 싸만코, 시모나, 와플 등등 몇 개를 샀다. 바코딩을 하고 카드를 뽑으라는 소리에 카드를 뽑아서 백 속에 넣은 기억까지는 난다.


우리는 먼저 시모나를 하나씩 먹었다.


", 이거 'SINCE 1976'이네. 참 오래된 거네."

"맛이 참 좋네요. 그런데 우린 왜 아이스크림을 사 먹지 않고 살았을까요?"

"그러게, 이제는 한 번씩 사 먹자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좋았다.




활동 지원사님에게 빌린 돈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무사히 세컨 하우스로 돌아왔다. 다시 집안을 샅샅이 찾아봐도 카드는 없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 봐도 카드는 보이지 않았다. 매장 안을 아무리 돌아봐도 주인장 연락처가 없다. 그냥 정직하게 잘 구매해 가라는 엄포의 경고문만 몇 군데 붙어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 매장 나오지만 통화 버튼을 클릭하면 '연락처가 등록되지 않았다.'라는 멘트 나왔다. 혹시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이 내 카드를 챙겨 두었기를 바라던 작은 바람은 거기까지였다.


혹시나 하고 경비실에 들렀다.

왜냐하면 카드 지갑에 공동 출입문과 우리 현관 도어록 키가 달려 있는데 그것을 태그 할 때 카드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파트  입구나 현관 앞 어디에서 카드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카드 갑 속에는 신분증과 다른 것도 들어 있는데 그 카드만 밖으로 나와 떨어질 리는 만무했다. 그래도 만에 하나의 확률이 있다는 생각으로 ,


"혹시 분실물 습득으로 들어온 카드가 있었나요?"라고 물었더니 경비 기사님은 고개를 저었다.




"분실 신고 해야겠어요."

카드 찾기는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그 카드의 실루엣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어제 ATM 기계에서 나에게 만 원짜리 지폐를  안겨 주었던 일이 떠올랐다.


남편이 분실 신고를 했다.


「어제 더샤벳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구매이후에는 사용한 내역이 없습니다.


옆에서 들으니 상담원이 남편에게 친절하게 분실신고 처리를 돕고 있었다.

'에휴 그 카드를 누가 사용하지는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카드를 분실하면 해야 할 일이 꽤 많았다. 분실 신고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 카드와 연동되어 있는 곳곳에 모든 작업을 다시 해야만 했다.

 카드를 재발급받으면 카드 명의자인 남편이 해야 할 일이 수두룩 했다.


렌털 정수기 할인 혜택 때문에 만들었던 카드여서 정수기 회사에 다시 연락을 해야 하고 남편이 휴대폰에 저장해 둔 카드를 삭제하고 재등록을 해야 하는 일 등도 있었다.


"카드를 분실해  적은 처음이네."

"그러게."

"어제는 해프닝이 두 가지나 있었네요."

"번거롭기는 해도 뭘 잃은 것은 없으니 없었던 일로 하시오."

('사고는 났으나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라는 뉴스 멘트와 라임이 비슷하네 ㅎㅎ)

잃은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카드뿐만이 아니었다. 카드를 흘린 것에 대한 기억을 잃었다.




여름 방학 신고식이 요란했다. 이 방학을 아무래도 스펙터클 하게 보낼 것 같다.


정신줄을 붙들어 매는 특효약을 찾습니다.


[커버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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