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학을 하면 세 남자가 좋아한다. 인지 없는 상태지만 아들이 제일 좋아할 것이다. 다음은 남편이 방학을 고대할 것이다. 혼자 아들 간병 단도리를 책임지다가 방학 동안은 나와 그것을 나눠질 수 있다. 아침에 아들에게로 간 남편이 아들의 오전 운동 타임이 끝나면 집으로 온다. 평소에는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팀과 교대를 한다. 그런데 방학이 되면 세컨하우스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은 후에 내가 바통을 이어서 아들에게로 간다.
그리고 나의 출, 퇴근 기사를 하고 계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에게도 방학은 곧 쉼이다.
여름 방학 첫날부터 해프닝이 있었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방학은 학생들 못지않게 교사들에게도 참 좋은 것이다. 충전과 힐링의 시간이니 말이다.
오늘 점심 식사는 훈제 오리 가슴살과 야채, 과일 등으로 차려 샐러드바 수준으로 잘 먹었다.
"이건 완전 밀월여행이 따로 없네요. 창밖 뷰를 보면서 시원하게 에어컨 켜놓고 수박, 옥수수를 먹으니..."
"그러게, 굳이 피서 여행 가봤자 덥고 복잡하고"
"좋네요."
"그러네, 이게 바로 진정한 휴가야."
그때까지 우린 참 좋았다.
점심 식사 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 후에 나는 아들에게로 향했다. 찜통더위였다. 그래서 챙길 게 많았다. 방학 중에 아들에게 갈 때 가져가는 에코백에는 기본적으로 챙길 게 있다.
*선글라스
*카드 지갑
*안경
*양산
*접이식 캡 모자
*휴대폰(Z폴더라 꽤 무겁다. 반드시 가방 속에 넣어야 휴대가 가능하다.)
행선지에 따라 챙겨 나가는 가방이 다르다. 내가 발행했던 브런치 글 '가방 로테이션'에 그 얘기가 있다.
신호등을 건너고 있는데 시내버스가 신호에 멈추어 서 있었다. 내가 신호등을 건너자마자 곧장 버스를 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안녕하세요. 잠깐만요."
태그를 하려고 카드 지갑을 열어보니 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여러 개의 카드를 소지하고 다니지 않는다. 인천시 전용 'e음 카드' 한 개와 남편이 쥐어준 카드 하나만 챙겨 다닌다. 나는 할인 카드나 포인트카드 같은 것도 만들지 않는다. 버스에 태그 할 카드가 없어서 황당했다. 혹시나 하여 가방 속을 샅샅이 뒤져도 없다.
"어쩌죠? 카드를 못 챙겨 나왔네요.혹시 'e음 카드'로 결재 가능한가요?"
안 된다고 하셨다. 당황이 되어 선글라스를 벗고 어찌할 바를 몰라 가방 속만 계속 뒤적거렸다.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게 무슨 창피란 말인가?
이 버스는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 분은 버스 내에서 5천 원권 카드를 구입하여 사용하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를 며칠 전에 버스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저, 지금 5천 원짜리 하나 있는데요. 어쩌죠?"
그렇게 말하면 5천 원권 카드를 구입하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시내버스가 다 카드 사용만 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걸 저도 어떻게 하겠어요? 어디서 내리실 거예요?"
아마도 기사님은 카드가 없으니 내리라고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저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는데요."
"그럼 다음번에는 잘 챙겨 다니시고 그냥 내리세요."
'엥? 무임승차는 벌이 있을 텐데?' 내가 범법자가 되려는 순간이었다.
"그럼 지금 제가 천 원짜리가 하나 있는데 이거라도 현금 수납함에 넣으면 될까요?"
"그러세요."
후유, 일단 아들이 있는 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렸다. 등에 땀이 났다. 그런데 아들을 돌 본 후에 다시 돌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버스 정류장 두 개 거리지만 사람이 꼬시라 질 정도로 더웠다. 폭염이었다. 살인적인 더위였다.
어제는 현금 천 원이 없어서 낭패를 봤는데 오늘은 카드가 없어서 난리였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버스를 탔는데 카드가 없었어요. 혹시 거기 편백 소파 고리에 걸린 백에 카드가 있는지 좀 봐 줄래요?"
"없는데, 아무것도?"
집 앞이나 간단하게 나갈 때 휴대폰과 카드 지갑만 넣어 다니는 백이다.
[카드지갑을 담아 아이스크림 가게에 매고 갔던 백]
"큰 일이다. 빨리 분실 신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괜찮을 거야. 요즘 남의 카드 주웠다고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
남편은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 투로 말했다.
▷▷▷▷
아들이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여 활동지원사님께 자초지종을 말하고 1,700원을 빌렸다.그분이가진 잔돈 전부라고 하셨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그 분과 나는 시내버스 요금을 모르고 살았다.
"아무래도 어제 오후에 아이스크림 사러 갔다가 어디 흘린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 내가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볼게."
남편은 나를 탓하지도 않고 카드 찾는 일에 나섰다. 고마웠다.
화근은 난생처음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기 때문이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어떻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일 년에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안 먹을 때도 있다.
그런데 방학식 날 급식 사이드 메뉴에 배스킨라빈스의 '베리 베리 스트로 베리'가 나와서 학생들은 꿈을 꾸는 것 같다고 까지 했었다. 요즘 학생들이 급식에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나오면 저토록 감동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그래서 어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고 싶었다.
일전에 내가 가장 추앙하는 구독자 '초이스' 작가님의 글에서 아이스크림 추억에 관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도 마다 하지 않았다. 마침 아파트 입구에 키오스크를 이용한 무인점포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있었다.
간편 외출용 백을 매고 가서 붕어빵, 싸만코, 시모나, 와플 등등 몇 개를 샀다. 바코딩을 하고 카드를 뽑으라는 소리에 카드를 뽑아서 백 속에 넣은 기억까지는 난다.
우리는 먼저 시모나를 하나씩 먹었다.
"어 , 이거 'SINCE 1976'이네. 참 오래된 거네."
"맛이 참 좋네요. 그런데 우린 왜 아이스크림을 사 먹지 않고 살았을까요?"
"그러게, 이제는 한 번씩 사 먹자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좋았다.
활동 지원사님에게 빌린 돈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무사히 세컨 하우스로 돌아왔다. 다시 집안을 샅샅이 찾아봐도 카드는 없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 봐도 카드는 보이지 않았다. 매장 안을 아무리 돌아봐도 주인장 연락처가 없었다. 그냥 정직하게 잘 구매해가라는 엄포의 경고문만 몇 군데 붙어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 매장은 나오지만 통화 버튼을 클릭하면 '연락처가 등록되지 않았다.'라는 멘트만 나왔다. 혹시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이 내 카드를 챙겨 두었기를 바라던 작은 바람은 거기까지였다.
혹시나 하고 경비실에 들렀다.
왜냐하면 카드 지갑에 공동 출입문과 우리 현관 도어록 키가 달려 있는데 그것을 태그 할 때 카드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파트 입구나 현관 앞 어디에서 카드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카드 지갑 속에는 신분증과 다른 것도 들어 있는데 그 카드만 밖으로 나와 떨어질 리는 만무했다. 그래도 만에 하나의 확률이 있다는 생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