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식 장조림'이라고나 할까요?
냉장고 청소는 간단한 원리다. 아무 생각 없이 넣어 두었던 것을 마음을 비우고 버리는 일이다. 그러면 냉장고가 깔끔해진다.
이게 뭐지?
대롱대롱 몇 묶음이 비닐에 담겨 있었다. 일단 냉장실로 옮겨 하룻밤을 묵혀 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한우 양지 국거리 였다. 한 묶음씩 꺼내어 국을 끓이겠다고 넣어두었다. 그 후에 세컨 하우스를 이사했고 곧바로 신학기가 시작되어 냉동실 안에 챙길 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 고기에 대해 깡그리 잊고 있었다.
이걸 어쩐다?
요즘처럼 살인적인 더위에 국을 끓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이걸 장조림으로 해볼까?
그 '고기'를 일단 한 번 씻고 물에 잠시 담근다. 핏물을 뺀다.
'김치 국물'을 찾아보았다. 이걸 넣으면 개운한 맛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꽈리고추 된장 무침'이 눈에 띄었다. 그것도 챙겼다.
두부, 묵에 끼얹을 '양념장'이 보인다. 따로 양념장을 만들지 않아도 되겠다.
그리고 기본으로 만들어 두었던 '멸치, 다시마 육수'도 챙겼다.
여기서 포인트는, 고추나 꽈리고추가 매콤한 것이어야 한다.
꽈리고추 된장 무침은 매워서 애물단지처럼 제쳐두었던 것이다.
준비가 다 됐다.
뒷 베란다 보조 주방으로 나갔다.
챙겨 둔 모든 재료를 요리 냄비에 몽땅 넣고 장시간 졸였다. 국물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요리가 완성됐다. 기가 막힌 맛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정체불명의 요리 이름을 정작 모른다.
아들이 6년간 입원 생활을 했을 때, 조선족 간병인이 대부분이었다. 옆 침대의 간병인도 조선족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쉬러 가면 꼭 밑반찬을 해왔다.
"이거 잡숴 봐"
"이거 장조림 아니에요? 그런데 소고기로 했네요."
"이거 국거리로 하면 덜 퍽퍽하고 맛있어. 중국에서는 이렇게 만들어."
그 장조림에는 고춧가루도 들어가 매콤했다. 우리가 살코기로만 하는 장조림과는 사뭇 달랐다.
"이거 스테이크 보다 맛있는데..."
"그렇죠? 앞으로 밑반찬으로 해두면 밥도둑이겠어요."
우리만 먹기에는 아까웠다. 한우 국거리로 만든, 맛이 기막힌 '중국식 장조림'을 우리만 맛볼 수가 없다.
그래서 딸내미가 오면 싸 주려고 절반을 따로 챙겨 두었다. 옛말에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 나이 먹고 보니 뚝딱하면 요리가 되는 게 참 신기하다.
앞으로 기본 밑반찬 하나는 걱정 없다. '중국식 한우 매콤한 장조림'이면 그만이다.
[대문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