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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Nov 11. 2022

'백년손님'이 와도 씨암탉을 잡지 않는다

- 사위를 맞이하는 다양한 모습

사위를 본지 어언 6년이 지났다. 사위를 본 이후에 때때로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사위를 대하는 모습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분들께는 사위를 대하는 웃픈 사연이 있다. 




둘째 사위만 생각하면 분노가 차오르는 친정어머니


친정어머니에게는 3명의 사위가 있다. 맏사위는 당신이 좋아하는 뽕짝을 잘 불러줘서 사랑스럽다고 하셨다. 그 사위가 장모님한테 점수를 확 깎이고 말았다. 전화 통화로 맏사위가 장모에게 주소를 불러드려야 할 일이 있었다.


"인천시 계양구 박촌동~"

- 뭐라고?

"박촌동이요."

- 박통? 박송? 박천?

"아니요, 박촌."

- 말을 알아묵게 해라마. 도대체 뭐라카노?


맏사위가 불러주는 주소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친정어머니는 택배를 보내지 못하여 화가 몹시 났었다. 당신이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으셨다. 다만 맏사위가 발음을 잘못해서 당신이 알아듣지 못했다고만 하셨다. 


나중에 '박촌'이라는 걸 알고는,

- 임서방은 참 답답한 사람이야. 내가 못 알아들으면, "마을 촌"할 때 '촌'이라고 했더라면 내가 알아들었을 낀데, 어째 저리 답답한공? 사람이 영 파이다.


친정어머니는 '마을 촌'할 때 '촌'이라고 말하지 않은 사위를 참 답답한 사람이라고 하시며 100점 만점에 99점으로 점수를 깎아내렸다. 


셋째 사위는 무골호인(無骨好人)이라며  100점도 모자라서 '+ 알파'를 더 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위가 온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소고기 뭇국과 경상도식 추어탕을 준비하시곤 했다. 이 두 가지 국만 있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경상도식 추어탕은 얼갈이 배추를 잔뜩 넣고 칼칼한 양념 고명에 초피까지 뿌려서 먹으면 한 그릇으로는 부족하여 사위들은 몇 그릇씩 먹었다.


[사진출처: 만개의 레시피 및 정옥 추어탕 광고]

그런데 그 국을 끓이는 내내 어머니는 둘째 사위에 대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욕을 해댔다. 직접 사위에게 바로 대고 욕을 하기도 했다

- 딸 중에서 젤 이쁜 둘째 딸을 지가 데려가서 평생 지지리 고생만 시키고, 천하에 몹쓸 인간, 언제 정신을 차릴 런지, 염병, 얼어 죽을 ×××~


어머니는 밤낮없이 둘째 사위를 향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둘째 사위는 처가에 발길이 뜸해졌다. 둘째 딸이 고생하고 속을 많이 썩이고 사는 것 때문에 아픈 마음을 사위에게 욕을 해대는 것으로 푸는 듯했다. 아무래도 어머니는 눈을 감아야 둘째 사위를 향한 분노가 수그러들 것 같다. 딸을 고생시키는 사위는 장모에게 사랑을 받기 힘든 것이 만고의 진리일까?


사위를 향한 시어머니의 아부


시어머니는 사위를 제일 어려워하시는 것 같았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한테도 어려움 없이 대하시고 며느리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쉽게 하시는 분이었다. 그러나 사위가 온다고 하면 허둥지둥 바빠지고 다른 것에 관심이 없어지는 듯했다.

사위가 오는 날이면 시어머니는 어리굴젓을 꼭 담그셨다. 어머니가 담그시는 어리굴젓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싱싱하고 비싼 굴을 사서 정성껏 다듬은 후에 말려둔 붉은 고추를 돌학독에 갈았다. 찬밥, 마늘과 함께 마른 고추를 곱게 갈아서 어리굴젓을 담그셨다. 그 어리굴젓은 간도 보지 못하게 하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던 아들들에게도 그 어리굴젓을 내밀지 않으셨다. 광에 숨겨두었다가 사위가 도착하면 그것을 상에 내놓게 하셨다. 그런데 어리굴젓을 담그면서 구시렁구시렁 사위에 대한 불만을 막 털어놓으신다.  시어머니가 담그신 어리굴젓에는 사위에 대한 험담이 한가득인 걸 나는 안다. 그러나 사위들이 도착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내색을 일절 하지 않고 어렵게 대하신다. 내가 볼 때는 사위한테 아부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사진출처:나무위키]
어디를 봐도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사위

나는 사위가 온다 해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새벽 배송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달 음식이 있으니 당일에 먹고 싶은 것을 정해서 시키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통시장에 가서 눈으로 보고 먹음직스러운 문어숙회나 품질 좋은 과일을 사면 그만이다. 키우지도 않는 씨암탉을 잡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위가 오는 날이면 외식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백년손님이라고는 하지만 함께 여러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위는 인생의 동반자이며 서로 사랑하며 의지하는 관계인 것 같다.



사위가 내 딸과 금실이 좋고 꽁냥꽁냥 둘이서 사는 모습이 어디로 보나 사랑스럽다. 그러니 친정어머니와 같이 육두문자로 된 욕을 해댈 필요가 없고 시어머니처럼 내 딸에게 잘해달라고 무언의 아부를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내일도 백년손님이라고 하는 사위가 오는 날이다. 내일은 함께 무엇을 먹으며 또 무슨 얘기를 나눌까? 벌써부터 맘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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