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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Feb 24. 2024

출발 전부터 스펙터클 합니다

- 소중한 일이라 한 가지도 생략할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3:50분이었다.  


"3시 정도까지 도착하면 되겠어요."

"이 사람아, 항상 미리 도착해야 하는 겨.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이번에는 달라요. 항공권 온라인 발권까지 해뒀잖아요."

"그래도 그게 아녀."

남편은 거의 병적이다. 지나칠 정도로 미리 가려고 한다. 나는 그게 늘 불만이다.




1월 14일(일) 오전 10시

차분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다. 남편(목사)은 여느 때처럼 설교했다. 설교의 제목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형제들아~"였다.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었지만 태풍 전야처럼 고요히 예배를 드렸다. 본문은 로마서였다.

[그날 설교 말씀을 들은 후 보내온 리뷰 일부]

매 주일마다 예배 영상을 받아 보는 한 지인이 있다. 말씀에 대한 리뷰를 꼭 전송해 온다. 그분이 보내준 리뷰로 또 한 번 주일 설교 말씀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다. 


'의무적으로 애쓰는 신앙 행위의 굴레에서 벗어나 참 복음 안에서 자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에 깊은 공감이 됐다.


'이걸 하고 저걸 하면 하나님이 더 사랑하실 거라는 헛된 망상에 사로 잡혀 그런 행동을 하기 위해 점점 지쳐감으로 오히려 하나님의 근심거리되는'

이라는 말이 가슴에 닿았다. 기복 신앙에 치우쳐 있는 크리스천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11:00

예배가 끝난 후 성도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한식, 분식, 중국집, 추어탕, 갈빗집, 육개장 등등... 번갈아 가며 식사를 한다. 코로나 때부터 우리 교회는 이렇게 식사를 하고 있다. 그날은 '24시 전주 콩나물 비빔밥 집'에서 야채전과 전주 돌솥 비빔밤을 먹었다.


12:00

식사 후에 카페에 들렀다.

[도넛킬러 카페의 로고]

다소 이른 시간이라 카페는 조용하고 다른 손님이 거의 없다. '도넛 킬러'라는 카페는 커피 값도 착하고 아담한 곳이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그 카페에 간다. 한 주간 지냈던 일들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 참 정겹다.  그러나 다른 날 보다 서둘러 일어났다.


오후 1시 

카페에서 나와 재래시장에 들렀다.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딸 내외가 한 주간 먹을 먹거리를 사는 일이다. 목록대로 시장을 봤다. 시장 맨 위쪽에서부터 차근차근 사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나는 계산하고 사위는 휴대용 장 바구니에 담았다.


오후 1:30

시장에서 샀던 것들을 정리했다. 반찬 가게에서 사 온 것을 꺼내 먹기 좋게 락앤락 통에 다시 챙겨 담는다. 반찬, 과일, 야채 등을 챙겨 담은 쿨러 백이 5개 ~7개 정도 된다. 잘 챙겨 담은 쿨러 백을 현관문 앞에 모아 두었다.


오후 2:00

딸 내외와 한 주간 있었던 일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눴다. 이 시간은 거의 포럼 수준이 될 때도 있다. 가슴을 활짝 열고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다. 왜냐하면 우린 4인 4색이라 주제가 다양하고 보는 관점도 매우 달라 흥미로운 시간이다. 일전에 그 얘기를 브런치 글로 담은 적이 다.


https://brunch.co.kr/@mrschas/45


갈 길이 급했던 우리는 다른 때보다 짧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날 나눔의 주제는 매우 중차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핵심만 간단히 나눈 후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딸 내외는 자기 집으로 가고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그 날의 KTX승차권, 스마트티켓: 요즘은 이것만 캡처하여 들고 있으면 검침원이 보자는 말도 하지 않는다. 공석이어야 할 곳에 앉아 있는 사람의 표만 확인하는 듯하다.]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드디어 한숨을 돌렸다. 비로소 일상을 내려놓고 집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출발 전부터 빡빡한 일정에 혼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휴대폰 속에 저장된 KTX 승차권을 찬찬히 살펴봤다. 정확한 출발 시간, 호차 번호, 그리고 좌석 번호까지... 마침내 그게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진주와 대구에서 만나기로 했던 지인들과의 약속 카톡도 다시 한번 챙겨봤다. 몹시 바쁠 때는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하느라 구체적인 사항은 닥쳐서 챙겨보는 버릇이 있다. 어차피 꼼꼼하게 챙겨봐도 헷갈리고 잊어버린다.

[울산에 사는 오빠네와의 대화/ 진주에 있는 친구와 선배와의 약속/ 대구 구독자와의 만남 약속]


약속이 된 것 같으나 미리 대충 해둔 것이라 날이 닥치니 걱정이 됐다. 그분들이 그날과 그 시간을 잘 기억하고 있을지... 그러나 먼 길을 간 김에 잠깐이라도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짬을 내어 만나는 것이니 서로 시간이 맞아야 할 텐데...


그러나 너무 일방적으로, 내 위주로 약속을 잡은 것 같아 미안한 맘이 들었다. 그분들이 일상을 제쳐놓고 약속 시간에  나올 수 있을지...

'혹시 누군가 급한 일이 생겨 노쇼를 하지나 않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침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겨우 한 구간 걸리는 김포공항역이지만 전철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KTX  #비행기 #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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