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이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으려면 아내와 외식을 자주 하라는 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라는 말도 있다. 그런 말마따나 외식을 할 때 보아 두었던 요리를 아내가 요리할 때 응용하게 된다.
나는 식당에서 먹었던 요리를 집에서 해보는 편이다.
언젠가 식당에서 감자채 볶음을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식사 도중에 리필을 요청했더니 감자채 볶음이 추가로 나왔다. 그 감자채 볶음은 냉장고에서 꺼내 왔는지 차가웠다. 그래도 먹을 만했다. 그렇다면 감자채를 넉넉히 해서 냉장보관했다가 두고두고 먹으면 될 성싶었다.
감자는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이 높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이눌린 성분이 체지방을 분해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놀라운 효능을 지닌 감자로 감자채 볶음을 하여 식탁 위에 틈틈이 올리기로 맘먹었다.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아 일단 감자채 볶음을 해 봤다. 그런데 감자채를 볶고 또 볶아도 아삭거리고 쉽게 익지 않았다. 다 익었는가 싶었는데 감자채가 끊어지고 부스러졌다. 감자채 볶음이 엉망진창이 됐다. 모양새가 그렇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었다. 나 혼자 몇 끼 나누어 꾸역꾸역 먹어 치웠다. 감자채 볶음을 밥에 비벼 누추한 볶음밥을 해 먹었다. 그 몰골사나운 감자채 볶음을 식탁에 내밀 수가 없었다.
오기가 생겨 감자채 볶음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해보는 것이 나의 주특기다. 감자채가 부스러졌다고 다시는 감자채 볶음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레시피를 검색해 보니 감자채 볶음의 결정적인 팁이 었었다.소금 한 꼬집 넣고 끓는 물에 감자채를 데치면 실패 없는 감자채 볶음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레시피에 따라 감자채를 끓는 물에 데친 후에 체에 밭쳐 물기를 뺐다. 웍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물기를 뺀 감자채를 넣고 볶았다. 일전에 바스러졌던 감자채 생각에 나서 오래 볶지는 않았다. 그랬더니 그 감자채가 살짝 덜 익어 별로였다. 이번에도 그것을 식탁에 올릴 수가 없었다. 나 혼자 질겅질겅 감자채 볶음을 먹어치웠다. 첫 번째 것은 너무 익어서 실패였고 두 번째 것은 덜 익은 것이 문제였다.
'아하, 소금물에 데칠 때 감자가 거의 익게 해야겠다.'
레시피에는 2분 정도 데치라고 했는데 나는 아예 3분간 데쳤다. 데친 후에 곧바로 감자채를 집어 먹어보니 요리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손색이 없었다. 그 상태의 감자채를 웍에 넣고 살짝 볶은 후에 맛소금으로 간을 하고 마지막에 통깨를 뿌렸다.
아뿔싸, 그런데 여기서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전날 저녁에 감자를 미리 깎아서 채를 썰어 두었더니 갈변이 되어 있었다. 맛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감자채 볶음이 때깔이 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딸내미가 카톡으로 이상현상에 대해 물었다. 속이 상했다. 창피하기도 했다. 나는 갈변된 감자채 볶음을 먹어도 되는지 검색하느라 바빴다. 대신에 남편이 내가 입으로 하는 말을 단톡방에 입력해 댔다. 다행히 검색해 보니 먹어도 된다고 했다.
감자채 볶음의 레시피를 정리하면,
감자채를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넣고 데친다.
이때 익을 정도로 데친다.
체에 밭쳐 물기를 뺀 후에 달군 웍에 기름을 두르고 잘 볶아 준다.
맛소금으로 간을 하고 통깨를 뿌린다.
심플하고 쉽다.
삼세판 이상을 하고 나서야 감자채 볶음을 제대로 했다. 그다음에 당근이나 대파를 썰어 넣어 볶기도 했다. 그럴 때는 야채를 먼저 볶은 후에 감자채를 넣는 것이 포인트였다. 이제는 감자채 볶음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깔끔하고 맛있는 감자채를 찬통에 나누어 담아 딸내미에게도 보냈다. 맛있다고 '엄지척' 이모티콘이 단톡방으로 날아왔다. 앗싸, 이제 감자채 볶음을 눈 감고도 하겠다. 갈변됐던 감자채 볶음 때문에 가족에게 창피했던 것을 만회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