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에 정년퇴임을 했다. 전업주부로 3개월을 보냈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또한 반찬가게에서 찬거리를 사지 않는다. 재료를 구입하여 직접 요리를 한다. 요즘 우리 집 단골 밑반찬은 야채전이다. 전을 부치는 것이 좀 번거롭긴 하지만 영양 만점인 데다 맛도 좋다.
먼저 오징어를 준비해 둔다. 생오징어도 좋지만 냉동 오징어도 괜찮다. 어차피 손질하여 냉동보관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선 가게 주인이 오징어를 다듬어 준다. 바위만 한 도마 위에 오징어를 올려놓고 도끼만 한 칼로 쓱쓱 다듬는다. 먹물을 감쪽같이 빼내고 눈알도 척척 뽑아 버린다.
잘 손질하여 가져온 오징어는 굵은소금으로 박박 문질러 빨판을 씻는다. 그런 다음에 요령껏 오징어 껍질을 벗긴다. 목장갑을 낀 채로 껍질을 살살 당기면 잘 벗겨진다. 오징어는 채로 송송 썰어 소분한다.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야채전을 부칠 때마다 한 덩이씩 꺼내 쓰면 된다.
야채전에 들어갈 재료는 부추, 당근, 양파, 계란, 버섯 등이다. 이 외에도 요리하는 사람 마음대로 재료를 가미할 수 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퓨전 야채전'을 부친다.
[으깬 두부를 볶고 있다. / 갖은 야채, 오징어 채와 으깨어 볶은 두부를 살살 섞는다./계란을 풀어 넣고 부침가루로 반죽한다.]
감자채를 넣은 야채전의 맛은 상상 이상이다. 감자채는 만능 채칼을 이용하여 채를 썰면 좋다. 만능 채칼을 사용할 때는 안전을 위해 목장갑을 낀다.
야채전에 으깬 두부를 볶아서 넣으면 영양도 좋고 맛도 일품이다. '야채 으깨기'를 사용하면 쉽게 으깰 수 있다. 볶음팬에 으깬 두부를 볶는다. 볶는 동안에 두부 속에 있던 수분이 날아간다.
[다양한 야채와 재료를 넣은 영양 만점 야채전이 완성되고 있다. 야채전이 식으면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찬통에 보관한다.]
먼저 부친 야채전을 한두 넙데기 먹어 치운다. 전을 다 부친 후에는 느끼하게 질려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 끼 식사는 끝이다. 야채전은 그야말로 영양 덩어리이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 야채전을 잘 식힌 후에 적당한 크기로 썰어 찬통에 보관한다. 식사 때마다 밑반찬으로 내놓으면 다른 반찬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열무 물김치 정도만 곁들여도 충분하다.
"이건 완전식품이네."
"그렇죠? 5대 영양소가 다 들어갔어요. 웰빙 부침개라 불러주오."
"그러네. 당신이 직장에서 돌아오니 내가 호사하네."
남편은 내가 야심작으로 부친 야채전을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부친 야채전을 찬통에 따로 담아 딸내미에게도 매주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딸내미에게서 카톡이 왔다. 내가 보내준 야채전이 맛있다고...
'딸내미, 보통 아니네.'
딸내미가, 곧바로 눈치챌 줄은 몰랐다. 매주 부쳐 보냈던 야채전과 좀 색다른 부침개였다.
계란말이 대신에 '밀가루 없이 하는 야채 부침개'를 부쳤다. 딸내미 입맛이 그걸 알아차린 것이다. 그 부침개의 맛은 또 다른 별미다.
이 부침개는 부치는 과정이 야채전과는 사뭇 다르다. 으깬 두부를 볶아서 팬에 먼저 깔고 그 위에 부추를 올린다. 그 위에 계란물을 끼얹어 부치는 것이다. 한 면이 다 익으면 접시로 팬을 덮은 후에 팬을 뒤집는다. 그러면 부침개가 접시로 이동한다. 그 상태로 접시에 있는 부침개를 팬으로 옮겨 다른 쪽을 익힌다. 이 과정은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렇게 부친 '부추, 두부 부침개'는 계란말이 보다 영양 면에서 더 좋다. 또한 야채전과는 다른 맛이다. 밀가루가 가미되지 않았으니...
내가 보낸 부침개를 딸내미는'샐러드 마스터'로 하는 요리에 곁들인 모양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요즘 핫한 샐러드 마스터*로 야채찜을 해 먹곤 하던 딸내미는 그 부침개를 토핑으로 얹었다. 청출어람이라고 할까? 금상첨화라고 할까?
요즘은 요리하기가 참 쉽다. 조리법을 몰라도 '만개의 레시피'를 보면 된다. 그래서 무슨 요리든 할 수 있다. 게다가 딸내미네처럼 샐러드 마스터를 이용하면 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요리하기 참 좋은 세상이다.
*샐러드마스터는 조리기구의 내부 온도가 85~87도 정도일 때 냄비에 부착된 증기밸브가 신호음을 내도록 되어 있다. 이는 식재료에 함유된 영양소가 93도 이상으로 조리 시 많은 손실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증기밸브가 신호음을 낼 때 불의 세기를 약불로 줄여준다.(구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