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내 맘에 남아 ①

- 미하마 아메리칸 빌리지

by Cha향기


둘째 날은 일찌감치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리아리아 관광버스 투어 라운지에 갔다. 한국에서 미리 '클룩' 앱을 깔고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거기서 체크만 하면 됐다. 그것만 봐도, 딸내미가 효율적으로 여행 스케줄을 짜려고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가려면 몇 개월 전부터 계획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날 갑자기 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자유여행인데도 일정이 주도면밀하게 잘 굴러갔다. 계획형 J형인 나와 딸내미에게는 불현듯 이루어진 여행을 감행하는 것이 P로 살아보기 체험이었다. P형은 목적과 방향을 유동성 있게 변화시킬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일정변경이 가능하다는데 그걸 연습해 본 셈이다. 여행이란 철두철미한 계획 가운데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맘만 먹으면 떠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날 첫 방문지는 미하마 아메리칸 빌리지였다. 이번 여행에서 어떤 걸 가장 하고 싶으냐고 딸내미가 내게 물었을 때, 하와이 해변 같은 바닷가에서 바다멍을 때리며 휴양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아메리칸 빌리지를 가게 됐다. 일본에서 미국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미국풍 복합 쇼핑타운인 아메리칸 빌리지는 샌디에고의 '시포트 빌리지'를 모티브로 삼았다. 미군 비행장을 개조한 곳으로, 마트,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한 상점이 입점해 있다. 영화관, 라이브 공연장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물론 일본의 전통 의상 유카타 렌털 숍, 온천 등도 들어서 있어 놀 거리가 매우 풍부하다. 바로 앞, 해변의 아름다운 일몰과 연말 시즌이 되면 화려하게 펼쳐지는 일루미네이션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일부 내용, 트리플 앱을 참고함)


이른 시간에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미국스러우면서도 일본의 향이 나는 마을이었다.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니, 날을 잡아 다시 훌쩍 와 보고 싶다는 맘이 생겼다. 국내, 먼 곳으로 가는 것보다 차라리 더 가까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캐리어 하나 챙겨 들고, <여보, 나 미하마 아메리칸 빌리지 갔다 올게> 라며 집을 나설 수도 있겠다. 브런치 마을 끼쟁이 문정 작가님의 브런치북 타이틀이 <여보, 나 런던 갔다 올게>, <여보, 나 도쿄 갔다 올게>이지 않던가? 그 책 제목이 품고 있는 뜻을 비로소 잘 알 것 같다. 아니지, 혼자 올게 아니라, <여보, 우리 아메리칸 빌리지 갔다 오자>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이번에 번개팅처럼 감행했던 번개 여행이 내게 나쁘지 않았나 보다.


그곳에서 맡는 아메리칸 향이 좋았다. 카메라 렌즈를 어디에 갖다 대도 멋진 샷, 소장각, 좋은 작품이 되었다. 일본과 아메리카가 절묘하게 콜라보된 풍경은 지극히 이색적이었다. 사진 배경이 된 파란 하늘은 약방의 감초 같았다. 구름도 시시각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며 예술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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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빌리지: 하늘이 예술이었다.]

한산한 거리는 운치와 감성으로 가득했다. 곳곳마다 소설 속 무대 같았다. 그곳은 오래오래 내 맘에 남아 있을 것만 같다. 그 어디에서 찍어도 셀럽처럼 멋진 사진이 나올 판이었다. 화려하지 않으나 아메리칸 스타일이 서려있고 꼬물꼬물 일본 손길이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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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정겨운 소품들이 놓여있다.]

쉬엄쉬엄 쉬어가며 디테일한 소품까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미하마 마켓 거리에서, 남편이 산타 할아버지와 나란히 앉더니 한 컷 찍어 달랜다.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라도 있는 표정이다. 일상에 찌들어 재미없이, 낭만도 없이 지냈던 날들을 잊고 우린 동심으로 돌아갔다. 무려, 크리스마스 랜드라니... 매장 안에는 사시사철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파티를 좋아하거나 다른 계절에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고 싶다면 크리스마스 랜드에서 갖가지 소품을 구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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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마 마켓 스트리트 / 산타와 나란히 앉은 남편]


딸내미는 동화 소품 감옥에 갇혔다. 이런 재미도 좋았다. 어릴 때 딸내미와 이렇게 놀이하며 지내지 못했던 것이 새삼 아쉽게 느껴졌다. 사는 게 너무 바빴던 것 같다. 이제라도 잃어버린 동심을 찾으며 놀고 있는 딸이 사랑스럽다. 그런 쏠쏠한 재미는 찾으면 수없이 많았다. 해골 모양 곁에서 같은 포즈를 취해보며 배꼽 잡고 웃기도 했다.


일본에는 경차가 눈에 많이 띄었다. 마치 장난감처럼 보였지만 작아도 당당해 보였다. 수입차와 중형차가 대세인 세상에 있다가 오키나와 풍경에서 경차들의 향연을 보니 실속과 검소로 똘똘 뭉친 일본의 국민성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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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감옥에 갇힌 딸/ 앙증맞은 경차]

아메리칸 빌리지 곳곳에 있는 벽은 3D 아트 예술 같았다. 담장에 그려진 그림들은 심플하면서 운치 있었다. 여백의 미가 풍성한 벽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호객행위는 없었지만, 벽에 그려진 글씨와 그림으로 어그로 하고 있었다. 귀엽게 사람을 부르는 소리였다. 만약 당신이 코너에서 왼쪽으로 돌면... 도대체 그 왼편에는 누가 있을까? 무엇이 있을까? 먹을 것일까? 입을 것일까? 보석이 있을까? 살금살금 그 코너를 돌아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세월의 때가 묻은 거리였다. 그러나 정갈하고 깔끔했다. 청소는 누가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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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도 여행의 소스가 됐다.]

AI에게 벽화 그림을 어반 스케치로 표현해 달라고 해봤다. AI 그림 실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맘에 들게 그려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 걷는 모습 사진이 없어서 아메리칸 빌리지 스테이크 하우스 거리 사진을 업로드하여 그림 한 장을 부탁했더니 정성스럽게 그려준다. 어? 그런데 남편 정수리 탈모가 있는 줄 어떻게 알았지? 아무래도 AI가 내 정보 다 털고 가족관계도 알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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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어반 스케치로 그린 벽화/ 아메리칸 빌리지 거리를 걷고 있는 우리. ⓒ AI]

문정 작가님은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소품을 그림으로 곁들이며 글을 쓰시니 글맛이 참 좋았다. 나는 그렇게 그림을 그릴 줄 모르니 대신에 AI 비서에게 그려달라고 했다. 문정 작가님의 그림에는 정교함과 익살이 넘치지만, AI 비서는 그건 흉내 내지 못한다.


아무튼 아메리칸 빌리지 보석상을 찍은 사진을 내밀며 블루 사파이어 목걸이 하나를 그려달라고 했다. 값져 보이는 목걸이 그림을 완성해 준다.


나: 이 그림에 '2025년 5월, 아메리칸 빌리지에서'라는 글씨를 오른쪽 하단에 넣어주세요. 캘리 글씨체로, 그리고 Cha라고 필기체로 사인도 넣어주세요ㅎㅎㅎ

라고 했더니 앙증스럽게 그림 하나를 완성해 준다. 그런데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는지 글씨를 캘리체로 해달라는 말을 묵살하고 글씨와 사인 모두 필기체로 써준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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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벽화를 찍은 사진에서 고양이만 누끼를 땄다. 그 누끼 사진에도 사인을 넣어달라도 했더니 귀여운 그림이 나왔다. AI가 어반 스케치로 완성한 작품이 누끼보다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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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만만디로 즐긴 후에 우리는 아메리칸 빌리지 안에 있는 명소, '지바고 커피 웍스 오키나와'로 향했다. 딸내미가 동선 하나도 어긋나지 않게 일정을 야무지게 잘 쫘놨다. 딸 없는 사람은 무슨 재미로 사는지.

아메리칸 빌리지는
맘만 먹으면 다시 가볼 수 있는 곳이다.

"여보, 우리
아메리칸 빌리지 한번 다녀오자"라며,

5/19 ~ 5/22(3박 4일)에 다녀온 '오키나와' 가족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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