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 여행 Vlog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오키나와 현지 날씨를 체크했을 때는 사흘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여행 중에 비가 오면 영 별로다. 그렇다고 여행을 연기할 수도 없다. 항공권 예매는 물론 숙소와 여러 가지 활동 등을 예약해 두었잖은가? 비가 와도 고고~, 닥치면 닥치는 대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날씨 변수의 불안을 안고 여행길에 올랐었다.
그런데 일기 예보는 바뀌기도 하고 날씨도 예보와 다를 때가 종종 있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첫날부터 비는커녕 날씨가 맑기만 했다. 다만, 밤 동안에 간발적인 비가 뿌리곤 했으나 날이 새면 '날씨 맑음'이었다. 날씨 요정은 우리 편이었다. 여행하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그래서 좋은 사진이나 영상을 더 많이 찍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돌아오는 날이 됐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긴 하루 같은 사흘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모노레일을 타고 나하 공항으로 향했다.
"날씨 요정이 우릴 돕네."
여행 중에 몇 번인가 그 말을 되뇌었다. 마지막 액티비티까지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일정을 잘 끝냈다. 그런데 돌아오는 날 아침부터 하늘이 우중충해지기 시작했다. 탑승구 앞 대합실 창으로 내다보니 슬슬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공항에 내리는 비는 감성돋게 했다.
폭풍우가 아니면 괜찮을 것이다. 한국까지는 두 시간 남짓 운항하면 되는 거리니 이륙만 하면 별 문제없을 것 같았다. 공항 운행 스케줄 정보판에는 노란 글씨로 '지연'(Delay)이라고 적히기 시작했다. 우리가 탈 비행기도 30분 지연이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 그때까지는 아하, 그런가 보다라고 맘을 편하게 먹었다.
남은 엔화를 죄다 소진하기 위해서 쇼핑을 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오키나와에서 유명하다는 '불루씰'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오키나와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아이스크림, 누구는 인생 아이스크림이라고도 한단다.
비행 출발 시간은 점점 더 지연됐다. 과연 비행기를 탈 수나 있을는지. 속절없이 공항 대합실에 갇힌 꼴이 됐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렸다.
마침내 탑승이 시작됐다.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하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들이 바쁘게 비행기 통로를 오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비행기가 요동쳤다. 그렇게 업 앤 다운으로 흔들리는 비행은 처음이었다. 대체로 비행기가 난 기류를 만나면 좌우로 흔들렸던 것 같은데 훅 아래로 떨어지곤 하여 식겁 먹었다. 영락없이 바다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재난 영화를 한 편도 본 적 없는 내가 재난 영화를 찍고 있었다. 하도 요즘 대형 사고가 펑펑 터지는 때라 더욱 겁이 났다. 그렇게 삶이 끝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너무 무서우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생각도 멈춰버렸다. 두려움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냥 우리는 서로 손을 꼭 잡았다. 승객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유아들은 목놓아 울었다. 그 순간에 우리를 위로하는 방송이라도 하면 좀 더 나을 것 같았다. 두려울 때는 무거운 정적이 더 무서웠다.
'이러다가 큰일 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에 이르렀다.
"다시는 뱅기 안 탈 거야."
얼마나 쫄았는지, 착륙하자마자 남편이 했던 첫마디다.
"뭔 일이 나는 줄 알았어요. 그나마 기내식이 나오니 심각한 상황은 아닌가 보다 하고 조금은 안심됐어요." 일 년에 몇 번씩 해외여행을 다니는 딸내미도 비행기가 그렇게 심하게 흔들렸던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일본이 가까운 나라이긴 하지만 그 경계선을 넘어오는 비행기 길은 간단하지 않은가 보다. 일본과 우리나라 경계에 잠복해 있던 기류가 복병처럼 난기류로 돌변했던 것일까? 날씨 요정의 매콤한 배반이었다.
비행기가 흔들리는 것 때문에
그렇게 혼이 났지만
어느덧 그 기억은 희미해지고 있다.
또다시 딸내미가 여행을 가자고 하면
못 이기는 듯이 따라나설 것 같다.
다음은 유럽으로 가자고 할까 보다.
남동생이 살고 있는'스완지'에
베이스캠프를 치면
그저 그만일 테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uvkNs00F5to&t=1624s
***그동안 '오키나와 가족 여행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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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 5/22(3박 4일)에 다녀온 '오키나와' 가족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