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빛 바닷속
바다 한가운데에 가서야 마침내 일상을 내려놓았다. 일상이 손에 닿지 않은 곳에 가 있으니 비로소 그것들을 제 자리에 남겨두고 그냥 바닷속만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일상을 떠나는 게 여행이다. 불편하고 피곤한 일정 따라 돌고 돌다가, 내 집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곳이란 걸 깨닫는 것이 여행이기도 하다. 다른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이 또한 여행이다.
사람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살았는데 언감생심 거북이를 만나려고 하고 있었다. 웻슈트, 즉 해녀복을 입었다. 그것은 입기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서 꼭 입어야 한단다. 그 위에 구명조끼도 입었다. 그리고 마침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뭘 믿고? 죽을지도 모를 천길 바닷속으로 용감하게 뛰어드는 것일까? 그러다가 당하는 게 안전사고 아니던가?
바닷속은 옥빛이었다.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천연 옥빛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바닷속에 산골짜기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물은 몹시 맑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거북이는 보이지 않았다. 거북이는커녕 흔해야 하는 물고기마저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오키나와에서 거북이를 못 본다면 오키나와를 제대로 즐긴 게 아닐 텐데... 딸내미가 유튜버용 카메라로 바닷속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거북이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구릉처럼 생긴 밑바닥 쪽에 뭔가 보인다. 거북인가? 아니네. 알고 보니 같은 배에 탔던 스쿠버 다이버들이었다. 그들 앞에는 거북이가 나타났을까? 혹시 거북이와 눈을 맞추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걸까?
몇 차례 바닷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긴 했지만 거북이는 오리무중이었다. 거북이 출몰 스폿은 케라마 군도 근처인 듯했다. 우리가 탔던 배는 바다 한가운데 있으니 거북이를 볼 턱이 없었던 거다.
점심은 선상에서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었다. 오키나와 소울 푸드라고는 했지만 허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잘 먹자고 하는 것이 여행인데 야채 나부랭이 몇 장만 버물린 샐러드와 밥만 달랑 있는 도시락이었다. 그렇게 점심을 때울 수밖에 없었다. 여행 중에 먹었던 가장 볼품없는 식사였다. 내가 가장 거나하게 먹었던 것은 필라델피아에서 비싼 값을 지불했던 스테이크 정식이었다. 제일 좋은 게 있는가 하면 가장 좋지 않은 게 있기 마련인데 그게 하필 그날 그 배에서 배불뚝이가 건네준 도시락이었다. 츄어블정 멀미약을 몇 통이나 사 가서 충분히 씹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지 구역질 날 만한 도시락이었다. 푸꾸옥 호핑 투어 때 먹었던 선상 만찬과 비교하니 실망이 더욱 컸다. 푸꾸옥에서는 식사가 끝난 후에도 배 난간으로 과일 접시가 서빙되기도 했었다. 제대로 된 호핑 투어나 스노클링을 즐기려면 오키나와 보다는 푸꾸옥이 낫겠다.
딸내미 덕택에 꼼꼼하게 옷가지를 잘 챙겨갔더니 웻슈트를 벗은 후에 고슬고슬하게 마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거북이 사진을 필요로 하는 줄 아는지? 배불뚝이 아저씨가 우리 폰에다 수중 촬영한 사진 폴더를 전송해 줄 때, 거북이 사진도 한 장 추가해 놓았다. 에게, 거북이 구경은 그것으로 퉁치라고?
되돌아오는 중에 멀리 케라마 제도의 섬들이 아련히 보였다. 가보지 못한 섬, 이름만 들었던 섬, 거북이가 지천으로 물속에 노닐고 있을 그 섬을 뒤로하고 항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떠나오고 있던 망망대해에 시어를 사뿐히 뿌려보고 싶었다. 즉석 시를 지었다.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멀미약을 대신하려고 계속 자작시를 읊었다.
섬
나에게로
너에게로
또한 그에게로도
닿을 수 없는
사방이 물이 된 지경
참방참방
홀로
외톨이
((선상 자작시))
5/19 ~ 5/22(3박 4일)에 다녀온 '오키나와' 가족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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