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달라요

- 불야성을 이룬 아메리칸 빌리지

by Cha향기

츄라유 온천에서 나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픽한 식당은 Masisoyo(마시소요)였다.

[일본에서 한식 먹기 ⓒ Mr. AI]

우리 말로는 '맛있어요.'인데 일본말 느낌으로 '마시소요'라는 간판을 내건 코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일본에서 겨우 이틀 째였건만 남편이 사삭스럽게 된장찌개, 된장찌개, 라며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었다.


일본인보다 일본어를 더 잘하는 한국인 주인이 일본말로 우리에게 웰컴 인사를 한다. 마시소요에서 우리 부부는 된장찌개를 주문했고 딸내미는 오징어 볶음을 시켰다. 그러면서 학생 때 도시락 반찬으로 오징어 볶음을 싸가면 친구들이 달라붙곤 했다는 말을 슬며시 했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매일 오징어 볶음을 해줄걸, 너무 늦게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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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와 오징어 볶음, 드로잉 ⓒ Mr. AI]

딸내미가 오징어 볶음을 좋아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딸에게 무심했던 것 같아서 뒤늦게 미안했다. 다행히 마시소요에서 먹은 저녁은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마치 한국에서 식사하고 있는 듯했다. 함바집이나 한식 전문점에서 먹었던 맛이었다. 칼칼하며 감칠맛이 제대로였다.


저녁을 먹은 후에 바람 쐴 겸하여, 바닷가로 나갔다. 선셋이 불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해가 넘어가고 밤이 찾아왔다. 그런데 오전에 봤던 그 아메리칸 빌리지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낮과 밤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메리칸 빌리지의 두 얼굴이었다.

[낮과 밤이 다른 아메리칸 빌리지 밤 풍경]

아기자기하고 앙증스러웠던 것들이 밤이 되니 일제히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밤이 더 화려하고 럭셔리해 보였다. 불야성을 이룬 그곳은 다른 세계 같았다. 그토록 감동했던, 파란 하늘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온종일 변화무쌍하게 떠다니던 구름도 얼굴을 숨겼다. 에메랄드 빛깔 바다마저 다른 모습이었다.


리아리아 라운지에서 아침에 타고 왔던 투어 버스를 이용하여 나하시 현청 앞에 당도했다. 곧장 숙소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우리의 가이드인 딸내미 좀 보소.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휴족시간'이란 것을 찾는다고 했다. 직원이 같은 기능인 제품을 보여준다. 그러나 딸내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찾고 있던 것이 아니란다. 이미 휴족시간을 꼭 사 가겠다고 계획했단다.

그것은 발에 붙이는 일종의 파스였다. 그걸 붙이면 여행으로 인한 피로감이 사라진단다. 지친 다리와 발을 시원하게 해주는 쿨링 시트인 '휴족시간'은 수분 증발과 멘톨 성분의 냉각 효과로 상쾌함을 주고, 허브 성분이 편안함을 더해 준단다. 주로 목욕 후나 잠자기 전에 발이나 다리에 붙여 사용하면 된다. 들렀던 편의점마다 발 파스가 있긴 했으나 딸내미가 찾는 것은 '휴족시간'이었다.


'같은 기능이라면 아무 거나 사면 되지. 다 거기서 거기겠지.'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어 군데 편의점엔 따라갔는데 더 이상은 그만 가고 싶었다. 원래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온종일 다녔으니 만사가 귀찮았다. 그냥 푹 쉬고 싶었다. 그래서 바깥에 있는 도로변, 석재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남편은 끝까지 딸내미를 따라다녔다.

[편의점 ⓒ Mr. AI]

일본 편의점은 마치 큰 마트 같았다. 한국 편의점과 달리 규모가 컸다. 어떤 곳은 아예 편의점 한 칸에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여 식당과 카페를 겸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편의점 크기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편세권'이란 말이 있다. 일본에서 편세권이면 그야말로 최상의 인프라를 갖춘 곳이겠다. 일본 편의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다양한 도시락, 디저트, 음료, 캐릭터 상품 등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다.


결국, 딸내미는 '휴족시간'과 유사한 쿨링 젤 시트를 몇 장만 샀다. 당장 저녁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딸 기분이 별로였다.


"그게 그것 아닐까?"라고 내가 말했다.

"아니죠. 그건 달라요. 전, 그걸 많이 사용해 봤거든요. 족구 한 후에도 그걸 붙이면 이튿날 거뜬해졌단 말이에요. 사실, 그걸 사려면 국제거리에 있는 돈키호테라는 드럭 스토어에 가야 해요. 내일은 꼭 '휴족시간'을 사야겠어요."


모든 것에 완벽하고, 정확한 딸내미와 덜렁거리는 나는 꽤 다르다.


여행 중에,
숨겨둔 모난 부분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메리칸 빌리지가 낮과 밤이
다르듯이
우리 가족도
웃음과 갈등의 두 얼굴로
여행하고 있었다.


5/19 ~ 5/22(3박 4일)에 다녀온 '오키나와' 가족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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