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1일, 오후 3시 43분에 링크 하나가 카톡으로 전송되어왔다. 한 지인이 '누리호 발사'를 생중계로 시청하라고 보내온 것이다. 생방송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심장이 쫄깃거리기 시작했다. 그때의 1초는 길이보다 무게로 느껴졌다. 카운팅 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비장하게 떨리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 옆에 보이는 댓글들도 초고속이었다. 댓글의 대부분은 초조와 긴장을 감출 수 없어 보이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누리호 발사가 '절반의 성공'이라며 아쉬움을 남겼던 기억 때문에 더욱 손에 땀이 났다. 얏호, 마침내 누리호는 무사히 궤도에 올라 목표 지점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공식적인 최종 발표는 5시 10분에 있을 것이라 했다. 퇴근하여 귀가하자마자 TV부터 켰다.
그리고 여느 날처럼 병상의 아들을 보러 그의 방문 쪽으로 갔다. 그런데 아들은 눈을 감고 있었다. 살짝 잠이 든 것 같았다.
"쉿 쉿, 자네요, 이 시간에 자는 것은 처음 보네요."
"그러게 이 시간에 잔 적은 없는데? 저도 역사적인 순간이라 긴장했었나? 허허" 남편이 농담을 했다.
10년 동안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아들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루틴이 있다. 하루의 일과가 있고 한 주간의 일정이 있다. 또한 매달 해야 하는 일과 1년에 한 번 하는 일 등이 있다.
아들은 대체적으로 낮에는 깨어있고 밤에는 잠을 잔다. 낮에도 식사가 끝난 후에 잠시 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자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때 가족 단톡방에 딸의 메시지가 왔다.
'S가 연구한 것 이번에 누리호에 탑재되었어요.'
'그래? 그렇구나. 대단하네. 신기하다.'
S는 아들의 단짝 학우였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S와 가장 먼저 친했다.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며 참 잘 지냈던 친구다. 그러다가 S가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동안에 아들은 사고를 당했다. 그때 S가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후 어학연수를 끝내고 귀국후에, S는 시간이 될 때마다 아들을 보러 왔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명절에는 아들을 대신하여 엎드려서 세배를 하고 갔던 친구다. 그때 잠시, S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얘기했었다. 미국 NASA와 합작으로 우주에 무엇을 보낸다고 했으나 우리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기하게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몇 해 동안은 S가 병문안을 오지 못했다. 그동안에 큐브 위성을 제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S는 아들과의 우정을 아주 섬세하게 SNS에 올려둔 적이 있다. 아들과 S는 함께 유럽 여행을 한 달간 다녀오기도 했던 사이다. 그들의 우정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S는 저녁 뉴스에 감격적인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아들의 정신이 온전했다면 얼마나 기뻐할 일이었을까?
그런데 아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세상이 요동해도 자기와는 상관이 없을 것이다. 누리호가 우주 탐사를 간다 해도 자신은 알 바가 아닌 게 맞다. 인지 능력이 없는 자에게 그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졸리면 자는 거지.
그러나 한 가지를 상상해 보았다. S가 그 큐브 위성 속에 조그마한 기도 쪽지 하나 넣어서 보냈더라면 하나님과 더 가까운 우주에서 기도문이 펼쳐져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