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나의 당신들에게

언제나 아끼는 동료들에게

by 오늘따라유난히

#2022-03-04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회사에는 크고작은 이슈들과 정리해야할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일을 처리해나가는 속도보다 쌓이는 업무가 점점 더 많아짐에 부담감을 느끼지만,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언제나 그렇듯 늘 높은상태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업무에 대해 점점 건조해지고, 다정다감했던 나는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서 해야할일과 하고싶은 말들을 글로 남겨보기로 한다. 그래야 진심이 느껴질것만 같아서.


#1. 나의 해야할일

연초에는 언제나 그럴듯하게 계획을 세운다. 우리회사의 목표를 24억으로 책정했다. 물론, 현재인원으로 매출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그럴듯하게 M/M를 2로 책정하고, 나머지는 운과 기회에 맡겨보고자 한다. 물론,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솔루션과 과제에 대한 준비를 진행해오나, 현실적으로는 15억에서 18억정도가 되지 않을까. 가끔은 적응하기 어렵다. 몇백원에도 무서워던 내가, 이제는 오고가는 0의 숫자에 콤마가 기본3개라니. 나도 적응하기 힘든데, 회사사람들은 얼마나 더 적응하기 어려울까.


#2. 위계와 질서, 팀장의 무게

내가 살던 삶은 책임이다. 누군가에게 "책임지세요" 라는 말을 죽도록 싫어하는 나였으나, 안타깝지만 나는 만능이 아니다. 몇년전의 회사 전체인원이, 이제는 한 팀의 팀원숫자가 되었다. 그때의 내가 가지고 있는 부담감을 주기는 싫지만, 넘어야할 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다음이 있으니까. 나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일과 최대한의 보상을 바라지만, 욕심이라는것을 알기에, 보상엔 성장과 실력을 담보로하기로 했다. 물론, 개인이 보상과 타협하지 않는다는것을 전제로하지만.


#3. 교육

우리 회사에 모든 팀장님들은 팀장님이 처음이다. 사실, 무언가를 알려준다는건 늘 잘난체하는것같아서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매니징교육 해보려고 한다. 책임전가라기보다는 알려주어야 서로 공감받을 수 있지않을까. 이번주에는 전사야근을 공지했고, 회사로 들어온 1년짜리 강의프로젝트에, 시간외 수당을 책정하였지만 쌓여있는 업무와 부담, 보상의 체계가 정비례하지 않는것에 사람들을 불만을 표한다. 하지만 나는 보상을 올린다기보다는 업무와 부담을 줄여주는것으로 마음먹었다. 영업이익을 줄이고,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한다.물론, 그렇다고 불만이 모두사라지진 않겠지만 늘그랬듯 나는 당신들의 행복을 바란다.


#4. 속상하다

그럴듯하게 준비했던 급여와 자금계획이 한순간에 틀어졌다. 내마음대로 안되는것 천지인 세상이지만, 속상하다. 끊임없이 달렸지만, 여전히 모자르다. 최근엔 같이 달려온 동료들도 지치는듯하다. 다들 아프고, 속상해는것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혼자 조금더 달려보기로 한다. 힘든상태에서 회사가 이러쿵저러쿵을 얘기하며 어쩔수없음을 얘기하지 않기로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더 능력을 키우고 시간을 투자하기로 한다. 사실 나도 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내 위치에 책임을 지기로 한다.


#5. 미워했던 그와 닮아가는 중

회사 동료의 반은 전직장에서 만난사이다. 우리의 공통점은 전직장의 대표이사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전직장 근무할때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왜그러는지는 꽤 많이공감했지만, 요즘 자꾸 나의 행동이 그를 닮아가는것만 같아서 사실 무섭다. 엄밀히 따지면, 다르지만 같은 사람으로 볼까봐, 나의 가치가 최소투자대비 최대효율로 이익을 만드는것으로 보일까봐. 진심이 왜곡될까봐 두렵다.


#6. 요즘 마음에 맴도는 말

힘들다는것은 알려주는쪽이 아닌 알아봐주는쪽에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내 상황을 설명해가며 어쩔수없고 힘든다는것을 참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나의 당신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티가 나지 않겠지만, 늘 걱정이고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능력있고 멋있는 사람이었으면 나의 사람들이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텐데.


#7. 나때는 말이야.

나도 나이가 드나보다. 내가 겪었던 세상과 사람들의 겪는 세상은 다르다. 그러니 불만도 다르고 가치도 다르다. 나이테가 뚜렷해질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이해를 받는쪽보다는 이해를 하는쪽으로 가야한다. 안타깝지만, 팀장님들에게는 이해를 하는쪽으로 이끌고자한다. 언젠간 팀장님들의 팀장님들이 되어야하니까. 그렇게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체할 수 밖에 없으니까.

사실은 매출구조르 바꿔서 우리들끼리 알콩달콩하고싶다. 늘 그렇듯 언제나 욕심이겠지라는생각에 누구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힘든일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


#8. 개발하고 싶지않아요.

모두가 나에게 얘기한다.이제쯤 이면, 실무는 멀어지는것이 맞다고. 사실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급여문제와 자금문제가 생기면, 잘못은 나에게 있기에 이것저것 작은 일이라도 혼자 처리해가며 급여를 해결해야하기에 결국 놓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손해란걸 알지만, 어찌하겠는가. 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수는 없지않겠는가.


#9. 외로워요.

친구들이자 지인들, 친했던 동료들은 사회적 책임과 인륜지대사를 잘 맞춰가고 있다. 추구하는 방향이 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공감대가 많이사라져서 어느 자리에서든 말하는쪽에서는 항상 힘이 든다. 내가 하고싶은 얘기보다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부분에 맞추는것들이 큰 에너지가 드니까.

그래서 자주 혼자있기로 한다. 피해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거리가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만 너무 다른 사람인것같아서, 가끔은 뒤를 생각치않고 하소연하고 싶지만, 이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기에 이내 침묵하기로 한다. 이 글은 읽는 당신들이 있다면, 나의 외로움이 맞춰달라는것이 아니라, 나는 다른 종류의 외로움이 있다는 사실정도만 알아주는것으로 부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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