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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Aug 10. 2023

뉴욕시티 마라톤 그룹훈련 2,3 주차

뉴욕시티 마라톤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훈련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화요일 아침에 단체 트레이닝(템포 또는 인터벌), 목요일에 개인 템포런, 토요일에 전체 장거리런을 기본으로 수요일과 금요일은 각자 가볍게 5km 정도 뛰는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사실 나는 이렇게 주 5일을 다 뛰지는 못하고 4일 정도 뛰고 있다. 이제 뉴욕마라톤까지 3개월도 안 남았기 때문에 좀 더 성실하게 훈련메뉴를 수행하자 마음먹는다.




2주 차 그룹훈련
800미터 인터벌 6회~10회
템포 3마일
장거리 12마일



그룹 트레이닝은 아침 6시 30분에 공원에 모여 코치에게 전체적인 주의사항과 설명을 듣고 체조를 한 다음 그 주의 훈련을 한다. 

2주 차에는 800미터 인터벌 훈련을 했다. 만약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길바닥에 써진 의문의 800이라는 숫자를 보았다면 그게 바로 우리 그룹이 훈련하는 위치다. 


기준은 각자 자기가 5K 대회를 나가서 뛰는 속도로, 빠른 사람부터 출발해서 800미터를 갔다가 2분 쉬고 다시 원래자리로 뛰어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첫 800미터는 내리막이지만 되돌아올 때는 오르막이기 때문에 속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지만 가능하면 같은 속도를 유지하라는 지도 하게 열심히 뛰었다. 


사실 한 2 왕복정도 하니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었지만 옆에서 뛰는 사람들이 군말 없이 뛰는 걸 보니 '그만하겠다'는 말이 안 나와서 억지로 3 왕복을 했다 ^^;;; 이런 부분이 그룹 트레이닝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인터벌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나는 하프마라톤을 3번 뛰면서 가민 워치 앱에서 제공되는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벌을 많이 해봤다. 그래서 처음에 5 왕복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간과했던 점은 그동안 나는 인터벌을 400미터로 했는데 그게 800미터가 되니 정말 말도 안 되게 힘들었다.

3 왕복하고 사색이 된 얼굴로 훈련 종료.



목요일 개인 템포는 3마일

1마일씩 끊어서 페이스를 30초씩 올리라고 해서 9:30 (분/마일), 9:00, 8:30으로 뛰었다. 사실 달리기 시작할 때는 기운이 넘치기 때문에 9:30보다 훨씬 빠르게 뛰게 되어서 속도를 줄이느라 고생, 마지막 1마일은 힘이 빠진 상태에서 심지어 오르막이었기 때문에 8:30을 유지하느라 고생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이지페이스(10:00 분/마일)로 12마일을 뛰고 첫 주 훈련 종료.





3주 차
업힐 스피드 트레이닝
템포 4마일
서머스트리트 11마일



3주 차 화요일 그룹 트레이닝은 우리 공원에서 가장 언덕이 가파른 부분에서 업힐을 전력으로 뛰어올라갔다가 조깅페이스로 뛰어내려오거나 힘들면 걸어서 내려오는 훈련을 휴식시간 없이 30분 반복했다.

이 언덕은 정말 가파른 대신 거리가 짧았기 때문에 (200미터 정도) 처음엔 의욕이 과해서 나는 절대로 걷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내려올 때도 살살 뛰어서 내려왔지만 15분이 넘어가니 너무 힘들어서 걸어 내려왔다. 업힐을 전력으로 뛰어 올라갈 때는 폼 훈련도 같이 하면 좋다고 코치가 지도해 줬다. 상체를 비틀며 쥐어짜듯이 뛰지 말고 양 팔꿈치가 평행이 되도록 똑바로 뒤로 보내는 느낌으로 하라고 했다. 아무래도 업힐에서 팔 치기 힘으로 올라가려는 본성이 있어서 심하게 상체를 비트는 습관이 많이들 있다. 여러모로 좋은 훈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집까지 쿨다운 삼아 뛰어오려던 야심 찬 계획은 애초에 물 건너가고 기어 오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으로 걸어왔다.



목요일에는 마찬가지로 개인 템포런이 있었는데 이번엔 4마일로 거리를 늘려서 

1마일은 9:30(분/마일), 중간 2마일은 9:00, 마지막 1마일은 8:30으로 뛰었다. 우리 동네 공원은 내가 출발하는 위치에서는 코스를 어느 방향으로 잡아도 마지막에 오르막이 나오기 때문에 ㅠㅠ 정말 힘들었지만 이날 최초로 VO2 max가 51을 기록하면서 또 기분 좋게 훈련을 마무리했다. 



토요일에는 맨해튼 파크애비뉴 전체를 차량통행을 막고 보행자(+자전거) 천국으로 하는 서머 스트릿 행사가 있어서 브루클린에서 출발해 파크애비뉴 전체를 뛰어 11마일을 뛰었다. 

내 평소 장거리 페이스는 10:00 (분/마일)이지만, 이날은 조금 속도를 높이고 싶어서 9:30으로 친구가 페이싱을 해주었다. 


최종적으로는 평균 9:24 페이스로 11마일을 뛰었다. 1년 전에는 10km를 뛰어도 9분대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놀라운 성과였다. 그룹런때도 앞으로는 9:30 그룹에 합류할까 한다. 


토요일 롱런은 속도보다는 거리에 중점을 둔 훈련이기 때문에 주로 대화를 하면서 뛴다. 하지만 뛰면서 말을 하는 게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 거라서 나는 1년 이상을 30초 늦춰 10:30 그룹에서 뛰었다. 시계 세팅이 km였던 것도 영향이 컸다. 올봄까지도 나는 km 단위를 써서 페이스를 매번 환산기로 환산해야 해서 대충 10:30 정도겠거니 막연히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다. 봄에 시계 세팅을 과감히 마일로 바꾸고 10:00그룹으로 옮겼다. 


11마일을 9:24 페이스로 뛸 수 있었던 것은 페이싱해준 친구가 크게 말을 많이 시키지 않는 편이라서 조금 수월했던 것과, 틈틈이 호흡을 봐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비염이 심해서 항상 숨을 입으로 쉬는데, 달리기를 할 때는 들숨은 코로, 날숨은 입으로 쉬어야 한다. 알면서도 몸이 힘들어지면 습관적으로 입으로 들숨 날숨을 다 쉬게 된다. 이것도 훈련을 하면서 차차 꼭 고쳐야지 생각하는 포인트다.



브루클린에서 출발해서 맨해튼 남쪽으로 들어가 파크애비뉴를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전반적으로 오르막이다. 실제로 뉴욕시티 마라톤 때는 맨해튼을 북쪽에서 들어가서 아래로 내려오는 코스라서 맨해튼은 크게 힘들지 않은 구간이지만 이날은 반대로 뛰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10마일 정도 뛰었을 때 그만 뛰고 싶어서 이제 그만하자고 했더니 가차 없는 친구가 "마라톤은 26마일인데 11마일을 못 뛰면 26마일에 도착을 못해!!"라고 해서 또 꾸역꾸역 뛰었다. 대신 10마일 지점에서 방향을 반대로 바꿔 내리막으로 뛰어 11마일 마무리.



이렇게 첫 3주의 훈련을 마치고 점점 거리와 스피드에 몸이 적응해 가는 느낌을 실감하고 있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개인적으로 5Km 정도씩, 딱히 페이스에 신경 쓰지 않고 뛰면 되는 날이다. 마라톤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뛰었기 때문에 연속 이틀을 뛰는 경우가 없다가, 마라톤 훈련은 주 5일이라 거의 매일 뛰는 게 첫 주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이제 그런 느낌이 별로 없다. 크게 페이스에 신경 쓰지 않고 뛰어도 9:00(분/마일) 정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다이어트



하나 문제가 있다면 다이어트를 더 이상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3월에 다이어트를 시작해 중간에 정체기도 있었지만 한번 극복하고 최종적으로 7kg을 뺐다. 마음은 3kg 정도 더 빼고 싶어서 독하게 식단을 유지할 생각이었지만 마라톤 트레이닝을 시작하고부터는 도저히 참을 수 있는 수준의 식욕이 아니다. 


음식이 막 당긴다기보다는 너무 힘이 들어서 뭐라도 먹어야 일상생활이 된다는 느낌이다. 주로 고기가 당겨서 삼겹살도 먹고 햄버거도 먹었다. 적당히 먹으면 이것도 다이어트 식단이긴 한데 우리 집 식비가 늘어날 정도로 엄청난 양을 먹고 있다. 


아침에 인터벌 같은 걸 하고 나면 시간이나 거리는 대수롭지 않아도 피로감이 크기 때문에 오후에는 단것도 많이 먹었다.


운동량이 늘었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는 않지만 더 이상 빠지지도 않아서 다이어트는 다시 정체기를 맞이했다. 달리기 친구들은 근육이 늘고 있는 거라서 무게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주곤 하지만, 다이어트가 달리기 능력 향상에 기여한 효과를 실감한 나로서는 조금 더 무게를 줄이고 싶은 욕심이 든다. 





3개월 카운트다운



11월 5일 대회날까지 드디어 3개월을 끊었다. 24 절기는 한국보다 뉴욕에서 더 잘 맞는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뉴욕은 절기가 딱딱 들어맞는다. 이번주 들어서는 아침 달리기 때 싱글렛을 입으면 좀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을 느낌이 난다. 


슬슬 대회날 입을 옷과 신발을 미리 정해 입고 다녀야 할 시점이다. 대회날에 몸에 걸치는 그 어떤 것도 "새것"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대회날 새벽에 출발지점인 스태튼 아일랜드까지 타고 갈 버스도 예약했다. 


평생 운동을 안 해본 나 같은 사람에게, 영원히 닿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라톤이라는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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