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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Jul 31. 2023

2023 마라톤 트레이닝 첫날!

뉴욕시티 마라톤까지 110일 / 킥오프, 2마일 타임트라이얼

대망의 뉴욕시티 마라톤까지 16주! 드디어 대망의 공식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마라톤을 수도없이 많이 뛰어본 러너들도 많지만, 평생 운동이란것을 안 해본 나에게 마라톤 (심지어 풀코스)는 정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초부터 카운트해온 D데이가 110일을 맞이한 날, 우리 클럽의 공식 마라톤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나는 러닝을 '철저히 혼자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왔다. 나의 첫 하프마라톤도 당연히 혼자서 준비했고, 사람이 뛰는 속도가 제각각 다르고 기초 체력도 다른데 훈련을 그룹으로 한다는것은 좀 이상하다고까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주말 장거리 런을 크루들과 함께 뛰면서, 점점 늘어나는 나의 주거리에 스스로도 적잖이 놀랐고, 이것이 바로 "함께" 뛰는것의 의미라는것을 깨달았다. 

빨리 뛰려거든 혼자 뛰고, 멀리 뛰려거든 함께 뛰라는 격언은 허튼 말이 아니었다. 




16주 트레이닝 1주, 2일차

트레이닝 프로그램 시작을 앞두고 팀 코치가 전체 그룹에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보내주었다.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버전이 있어서 주 3일만 뛰는 프로그램부터 주 5일 뛰는 프로그램까지, 마라톤 경험이 많은 러너와 첫 마라톤인 러너 버전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첫 마라톤 코스 중 주 5일 뛰는 스케줄로 골랐다. 주 5일씩이나 뛰는것은 조금 부담이 있었지만, 주 3일만 뛰면 한번에 뛰어야하는 거리가 너무 길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프마라톤 완주 트레이닝, 10K 기록 향상 트레이닝 등을 해본적이 있는데 가민 앱에서 제공되는 개별 맞춤 프로그램을 이용했었다. 시계에 자동으로 훈련 프로그램이 입력되기 때문에 그날그날 시계를 켜고 시키는대로 뛰기만 하면 됐었다. 

이번 마라톤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엑셀시트로 왔기 때문에 수동으로 시계에 입력해야했는데, 가민 워치가 생각보다 이게 성가신 구조라서 일단 2주치만 입력을 해놨다. 



내 훈련 프로그램은 평일에는 인터벌, 템포런을 한번씩 하고 3~4마일을 두번 뛰고, 주말에 장거리를 6~12마일 정도 뛰는것이 기본 구조다. 대회날이 다가오면 한번에 뛰는 거리를 최대 22마일까지 올리고 마지막 1주일을 테이퍼링 한 다음, 대회날에 처음으로 26.2마일 (42.195km)를 뛰는 일정이다. 내가 미국에서 10년이 넘게 살면서 도량형을 여전히 Km를 쓰다가 올 봄에 마일 단위로 시계 셋팅을 바꾼것도 이런 훈련 일정을 쉽게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2마일 타임 트라이얼

무려 42.195km의 여정이지만 훈련 첫날은 싱거우리만큼 간단한 "2마일"이었다. 약 3.2km정도의 거리를 전력으로 뛰어서 앞으로의 훈련에 기준이 될 최대페이스를 측정하는것이 이날의 목표였다. 새벽 6시 반에 공원에 모여 팀 코치에게 전반적인 일정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듣고 준비운동을 한 다음 빠른 그룹부터 출발해 2마일을 뛰었다. 시간은 따로 코치가 측정해주지 않고 각자 자기 시계로 재는 방식이었다. 



사실 이 마라톤 트레이닝 그룹은 뉴욕시티 마라톤(11월 5일)만을 위한 그룹은 아니고 10월에 열리는 시카고 마라톤, 11월에 열리는 필라델피아 마라톤, 마린코프 마라톤 등 다가올 마라톤 시즌에 있는 모든 대회를 준비하는 러너들이 함께 참여하는거라서 일정도 유연하고, 무엇보다 인원수가 엄청났다! 

우리는 화요일 아침그룹과 저녁 그룹이 있는데 아침그룹이 약 100명(!!) 저녁그룹이 약 20명이었다. 그래서 훈련은 같이 하되 자기 일정과 기록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운영되는거였다. 



이날 나의 타임 트라이얼 기록은 2마일에 17분 4초. 앞으로의 훈련에서 기준이 될 최대페이스가 되겠다. 



사실 이날 나는 아침그룹과 함께 뛰지 않았고 한밤중에 혼자서 뛰었는데, 이유는 바로 내가 팀 포토그래퍼이기 때문이다. 이날 마라톤 트레이닝 첫날을 기념해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미국 어린이들이 새학기에 찍는 "First day of school" 사진처럼 "First day of marathon training" 사인을 들고 개인 프로필 사진을 찍은것이다. 해마다 하는 행사는 아니고 올해 처음으로 나온 아이디어였는데, 당연히 우리는 last day에도 이걸 찍을 예정이다. ㅋㅋ 그래서 우리가 16주의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얼마나 인상이 험악해지는지(?)를 볼 수 있을거라는 작은 기대가 있다.



멤버들 중에는 기부금 모금을 목표로 마라톤에 참여하는 멤버들이 꽤 있어서 특히 이 프로필 사진이 의미깊었다. 기부금 모금 페이지와 개인 SNS에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얼마나 열심히 트레이닝 하고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고, 특히 기부처에서 의복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옷을 입고 땀흘려 훈련하는 사진을 남기는것도 의미깊었다. 



약 100명의 사진을 각 3장씩 (세로, 가로, 줌인) 찍고 일일히 보정하는것은 진짜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그런 모금활동에 조금이나마 기여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나처럼 생애 첫 마라톤을 뛰는 러너들에게 기념이 사진을 찍는다는것은 나에게도 의미가 컸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본인이기 때문에 ;; 내 트레이닝 첫날 기념사진은 저 패널 뒤에 핸드폰을 숨겨 리모콘 기능으로 찍었다는 사연 ;;; ㅋㅋㅋ



달리기는 2마일밖에 안했지만 사진 찍고 보정하느라 하루종일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2023년 마라톤 트레이닝 첫날의 기록.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설렘. 

힘들고 고된 여정이 되겠지만 우리 함께 부상 없이 피니쉬라인까지 함께 가자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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