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티 마라톤 엑스포 통역 자원봉사
자원봉사는 어디까지나 “자원” 해서 하는 일이니, 내가 노동력을 제공하는 “선행”을 “베푼다”. 하는 마인드가 어느정도 깔리게 마련이지만 요즘은 전혀 아니다.
자원봉사 참가신청 경쟁이 치열해서 오히려 내가 “아이구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시다니 감개무량하옵니다” 하고 울어야 할 판이다.
뉴욕에 살면서 뉴욕마라톤에 참가하려면 자원봉사 실적이 필히 필요하다. 9+1이라는 제도 때문인데 대회 9번, 자원봉사 1번을 해야 그 다음해의 참가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료도 아니다! 참가권을 받은 후엔 참가비를 결제해야한다. 뉴욕마라톤 참가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자원봉사 자리가 부족하다는것이다.
대회는 한번에 몇만명씩 뛰지만 자원봉사는 몇백명이기 때문.
게다가 내가 뛰는 대회에서는 자원봉사를 할 수 없으니 대회 참가 9번, 자원봉사 1번을 완수하려면 일년 내내 로드러너스 홈페이지를 기웃거려야한다.
까딱하다간 대회 9번을 뛰고도 자원봉사 자리가 없어 9+1을 실패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니, 일년도 꺾이는 여름 즈음이 되면 슬슬 조바심이 난다.
딱 그런 조바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8월에,
가장 많은 자원봉사자를 동원하는 대망의 뉴욕마라톤 자봉신청이 열린다. 물론 이 대회를 뛰는 사람은 대회 당일 스태프 (급수대, 스타트 구역, 피니쉬라인 등등)은 신청할수 없으니
대회 전 주에 열리는 엑스포 스태프 포지션에 사람이 몰린다. 이미 올해 열리는 모든대회가 자원봉사자 신청을 마쳤기 때문에 여기에 내년 뉴욕마라톤 참가여부가 걸려있는 사람도 많을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청이 오픈되는 순간 약간의 사이트 마비가 왔다. 엄청난 속도로 Full 마크가 붙기 시작한다.
그래도 침착하게 공략한다.
나는 신속 정확을 생명으로 하는 8282의 민족이므로.
그리고 성공!
큰 대회에만 있는 “외국어 구사자” 전용 포지션이다.
뉴욕마라톤은 참가자 5만명 중 13,000명 정도가 외국인이라서 외국어 지원을 하는 대회다. 출발구역, 피니쉬 구역에는 외국 국기를 달고있는 외국어 구사자 자원봉사자를 대거 투입한다. 몇년전에 나도 피니쉬 구역에서 태극기 뱃지를 달고 안내 자봉을 했던적이 있었다.
물론 무슨 증빙서류를 내야만 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것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은 영어“만“ 하고 살기 때문에 이런 자리는 경쟁이 덜한 편이라 수월하게 한자리 꿰찼다.
이로서 9+1의 마지막 1을 완성할 올해의 자원봉사 무사히 신청 완료.
자비츠센터에서 열리는 엑스포에서 각국의 여행사를 통해 신청한 외국인 참가자에게 언어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코스에 대한 궁금증이나 대회 당일을 위해 미리 알고싶은점 등을 알려드리는 역할이니
혹시 올해 뉴욕마라톤에 참가하신다면 엑스포에서 태극기를 달고있는 사람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