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운동이든 수집이든 관람이든 간에 하여간 취미라는것은 “돈을 쓰는”게 맛이다. 수집은 애초에 돈을 쓰는것이 곧 수단이자 목표인 종목이고, 관람도 물론 티켓값을 지불해야하지만 그 후에 또 굿즈같은 부가상품을 구매하는것이 최고의 묘미 아니던가…
달리기는 흔히 돈이 안드는 운동이라고 하는데 다른 운동에 비해 안든다는 뜻이지 이것도 “현질”을 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건 당연한 이치다.
무엇보다 가장 비싼 신발, 시계는 말할것도 없고 달리기에 재미를 붙여 대회를 나가기 시작하면 대회 참여를 위해 지방이나 외국까지 가는것도 불사하게되니 꽤나 럭셔리한 취미다.
거기에 요즘은 #오운완 같은 인증샷이 빠질 수 없으니 옷값도 무시를 못한다. 예전엔 운동복은 다 나이키인줄 알았더니, 이제는 달리기에만 특화된 브랜드들이 속속 생겨나고 심지어 엄청 비싸다. 나의 애증의 브랜드 트랙스미스만해도 엉덩이만 겨우 가리는 반바지가 70달러나 한다. 겨울에 입는 윈드브레이커는 400불이 넘는것도 있다.
그래도 자고로 사람의 마음가짐은 옷차림부터 시작한다고 이왕이면 편하도 기능적이면서 예쁜옷을 입고싶다. 대회날엔 사진도 찍히게 되니 체형의 결점을 커버해주면서 피부톤도 좋아보이는 퍼스널 컬러를 입고싶다.
나도 그런 예쁜 옷을 사입고싶다.
못 사입는 이유는
이미 너무 많아서다.
대회를 나갈때마다 티셔츠를 하나씩 받는데 이게 지금 20벌이 넘는다. 겨울에 하는 대회는 긴팔, 봄가을엔 반팔, 한여름엔 싱글렛이 나온다.
간혹 양말이나 모자가 나오기도 하는데 90%의 확률로 티셔츠가 나온다.
너무 못생기고 비기능적이라 소위 처박템이 되면 또 모르겠는데, 그냥저냥 입을만하다. 재질도 판매용이랑 똑같이 드라이핏이고, 심지어 이게 몇년동안 땀에 절이고 세탁하기를 반복해도 헤지지도 않는다. 화학섬유 만세다 만세.
게다가 나는 클럽 소속이다보니 대회날에 입는 팀 유니폼이 있다. 이것도 사계절 대회에 맞게 긴팔부터 크롭까지 다 있다.
그러니 옷을 (특히 윗도리를) 사입는다는건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땐 몇벌 샀지만 그 후로 티셔츠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젠 너무 많아서 일주일에 4번 달리기 할때 한개씩 꺼내 입어도 남는다. 그래서 미국 현지인(?)처럼 평소에도 입고다닌다. 미국인들은 무슨무슨 기념 티셔츠를 잘 입고다니는데 한때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ㅇㅇ불가마” 같은 옷도, 단지 한글이라 아무도 모르겠지? 하고 입는게 아니라 영어로 써있어도 잘 입고다닌다.
처음엔 나도 그런 티셔츠 입고다니는것을 거의 “양말 신고 슬리퍼 신기”급으로 생각했었는데
10년정도 살다보면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기념티셔까지 입고다닌다.
너무 심했나 싶어서
나도 인증샷에 나오는 예쁜 옷차림으로 뛰어봐야지 하고 쇼핑을 결심한다.
그리고 옷장을 열어보면 또 기념티셔츠가 한도끝도없이 나온다…..
하-
나도 옷을 사입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