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아이폰, 자동차는 미니
이번에는 쏘카(Socar) 카쉐어링을 사용하여 미니(미니쿠퍼 : Mini cooper 이하 미니)를 만나 보았습니다. 애초에 옵션이 빵빵한 것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생각했던 것 보다 실망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미니는 그만큼 팬층도 두터운데 사실 이런 미니를 두고 왈가왈부 이야기하는 게 사실 조금 두렵긴 합니다. 제 사견들로 가득한 미니를 만난 글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매번 읽어 주시는 독자 분들께 한번 더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미니의 가장 큰 장점은 내장과 외장에 두고 싶습니다. 제가 주로 자동차를 논하는 스타일로는 미니는 정말 할 말이 많은 자동차입니다. 먼저 3 도어 가솔린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미니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고 내장이나 편의사양 옵션이 전혀 안 들어간 모델인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많은 여성분들의 드림카라고 이야기를 하는 미니는 확실히 여성 운전자에게 잘 어울리는 그런 자동차입니다. 함께 시승을 도와준 와이프에게는 참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180cm와 0.1톤의 거구인 제가 만난 미니는 저에게는 우호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외형은 흔히 알고 있는 경차인 기아자동차의 모닝이나 쉐보레의 스파크 정도와 크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체감상은 어쩌면 더 작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경차들과는 다른 것들이 많습니다. 거의 2~3배에 육박하는 가격과 경차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곳곳에 디테일한 디자인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먼저 만나는 모습은 동그란 헤드라이트입니다. 작은 맹꽁이 같은 인상을 주는 귀여운 외관입니다. 커다란 그릴과 트림 군데군데 크롬으로 몰딩 처리한 곳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상위 트림으로 갈수록 이런 디테일이 많아지니 트림별로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주변 분들의 리액션을 종합하자면, 모닝이나 스파크 같은 경차를 만날 때는 외형을 보면서 "오~ 생각보다는 커 보이는데?" 이런 반응이라면 "음? 생각보다 더 작은데?"입니다. 그만큼 탑승자에게 있어서 개개인의 공간 확보는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오늘 시승한 차량은 이런 헤드라이트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최하위 트림은 할로겐 라이트가 달려있고 특별히 DRL (Daytime Running Light) 가 달려있지 않아서 또렷하고 귀여운 느낌의 미니의 이미지가 살짝 사라진 느낌입니다. 국토부의 법령을 통해서 작년부터는 의무화된 DRL이니 지금 구매하시는 차량에는 분명 더 예쁜 헤드라이트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미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굉장히 작습니다. 제 첫차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현재의 스파크) 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공간 면에서는 대동소이합니다. 하지만 그 내장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고급진 느낌이었습니다. 먼저 전반적인 내장의 느낌은 클래식함이었습니다. 보통의 완성차들과는 다르게 원형의 인터페이스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계기판에서부터 센터페시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다른 자동차들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디자인은 없었습니다. 가운데 잘 보이는 원형의 빛나는 링 형태의 구성도 미니만의 독특한 배치입니다.
이런 유니크함을 아주 높이 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업체가 쉽사리 하지 못하는 시도들을 해냈기 때문입니다. 이 자동차 산업은 하이테크 산업이라 불리지만 생각보다 보수적인 산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운전자와 동승자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인터페이스에 급격한 변화를 준다는 것을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모험이 됩니다. 하지만 미니는 이런 시도들을 적극 상품화 함으로써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자동차를 탄생시켰습니다. 디자인의 독특함과 개성은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서 느껴지는 그런 감성이 아닐까요?
저는 이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원형의 센터페시아 조명과 번쩍이는 시동 버튼이었습니다. 마치 미사일이라도 발사할 것처럼 생긴 시동 버튼이 지속적으로 깜빡이는 모습이 "빨리 달리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 영상을 빨리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습니다. 앞자리에 앉아있으면 만져보고 싶은 것들이 참 많은 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미니는 엔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운전해본 차량은 트윈파워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엔진의 기계적인 성능과는 관계없이, 소음 문제는 다소 아쉬운 점 이었습니다. 해당 시승차가 여러 사람이 쉐어링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가 소홀해서 그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렁찬 엔진 소리가 사람마다 다르게 들릴 것 같은 느낌이네요. 이는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가슴을 뛰게 하는 자동차의 심장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순한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겠죠.
본넷을 열어본 느낌은 정말 정리가 잘 되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엔진 뚜껑이 있는 점이나 전자 장치를 플라스틱 덮개로 잘 밀봉시켜 놓은 점. 배선들을 잘 마스킹 해 둔 것 모두 꼼꼼하게 잘 되어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근래 국산차에서 발생하고 있는 에어백 전개 센서 때문입니다. 에어백은 유사시에 탑승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센서와 관련된 부품이 눈, 비에 노출되어 부식되거나 하는 현상 때문에 오작동하거나 아예 작동 안 할 수도 있다는 방송을 본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자 장치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보니 이런 방수, 방진 처리가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편의사양이라는 카테고리는 잘 어울리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것들은 어쨌든 미니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편의사양 자체가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에 있다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처음 만나는 저 프레임리스(Frameless) 도어를 보고 있으니 스타일이 굉장히 중요한 쿠페 스타일 혹은 로드스터 같은 종류의 차종들이 떠오릅니다. 최근 시승해보았던 Audi TT, Mercedes Benz CLA 등의 차종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한 운전석과 조수석의 문 손잡이 부분이 정말 독특했습니다. 한결같이 원형의 디자인들을 많이 차용한 모습이 일관되어 보였습니다. 또한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정말 귀엽고 예쁘게 잘 만들어 두었습니다. 실내등 및 각종 조명들을 은은한 주광등으로 배치하여 느낌이 따뜻하고 온화하였습니다. 특히 탑승자들을 배려한 웰컴 라이트가 있다는 점도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습니다. 'MINI'라고 적혀있는 크롬 도어 가니쉬의 모습도 플라스틱의 그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니는 전체적으로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독특한 인터페이스 구성이 가장 장점인 듯합니다. 어디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의 디자인이며, 클래식하고도 세련된 느낌은 유니크함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이런 미니는 아쉬운 점들도 그만큼 있습니다. 일단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근래 국산차들은 소비자들이 넓은 공간을 원하는 만큼 그만한 공간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근래 출시한 소나타, 그랜져만 타보셔도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습니다.
미니는 3 도어이지만 뒷좌석을 제공하고 있는데, 사실 어떤 성인이 저 자리에 편안하게 앉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작았습니다. 그렇다면 트렁크는 어떨까요? 터무니없이 작습니다. 사실상 뒷 도어가 열리는 정도의 수준이지 뒷 도어도 별로 활용하기가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미니의 트렁크 용량이 약 200리터 정도 되고 후륜인 포르쉐 박스터가 125리터 인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작은지 수치상으로도 명확합니다. 세로로 세운 여행가방 한 개 정도가 실릴 것 같은 사이즈입니다. 추정하자면 보통 트렁크와 뒷좌석이 있어야 하니까 미니의 좁은 공간에 배치를 하다 보니, 사람이 타기 힘든 뒷좌석과 짐을 싣기 어려운 트렁크라는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미니만의 철학으로 접근했더라면, 과감하게 둘만을 위한 시트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다소 어정쩡한 선택은 공간을 중요시하는 분이라면 불만스럽게 여길만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공간이 넓은 미니 컨트리맨이 나왔고 클럽맨이라는 또 다른 차종이 탄생시키는 동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제가 구매를 하게 된다면 미니 컨트리맨이나 클럽맨을 선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매년 열리는 여러 모터쇼에서 여러 종류의 콘셉트카들이 등장합니다. 이 자동차들은 정말 멋집니다. 마치 미래 세계에서 온 것 같이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차를 어떻게 타지?', '이 차는 뭔가 굉장히 불편해 보인다'는 감상도 함께 공존합니다. 저에게는 미니가 이런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내외장의 구성과 예쁜 디자인과 디테일은 충분히 멋지지만, 자동차의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누군가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미니는 마니아 층을 두텁게 형성한 콘셉트를 실현시킨 양산차입니다. 그러나 근래의 자동차의 트렌드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보니 보편적인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기에는 부족합니다. 최근 친환경, 실용성, 고효율을 지향하는 추세의 양산차 시장에서 어쩌면 미니는 조금 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판단해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