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들어 온다.
4계절이 있어 감사하게 되는 날들이고,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다.
항상 그랬다. 추석을 앞둔 한, 두 주 정도.
산동네로 이사 오고 나서 가장 좋은 두가지.
하나는 아침 저녁 귀뚜라미와 풀벌레 등 3중주 하모니를 들으며 잠이 드는 것과 온갖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이른 아침 화장실에 들어갈때 느끼는 찬 공기와 비누 냄새.
어릴적 시골에 가면, 방학임에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에 나가 새벽 찬공기를 마시며 찬물로 세수를 해야 했다.
그때의 비누 냄새를 문득 문득 느낀다.
지난주 예배 시간 제목이 '만사 형통' 이었다.
목사님댁에는 우리 아이들 또래의 남자 아이들이 셋 있다.
형제는 사이도 좋고 화목하긴 한데, 여느 집 초등생들처럼 자주 다투곤 한다.
목사님은 예배 시간에 육아 에피소드를 공유해 주셨다.
둘째가 주보를 보다가 형에게 만사형통이 뭐냐고 물었다.
형은 이때다 싶었는지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음 그건 말이지. 만사는 형을 통해서 잘되는 거야. 그러니까 형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거지"
예배시간에 모처럼 큰 웃음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