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삶이더라도, 유머

[독서노트] 시마다 요시치, 『웃음 대장 할머니』

by 문슬아
© Kranich17, 출처 Pixabay





"사람은 죽을 때까지 꿈을 가져야 한다!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실망할 건 없다. 어차피 그건 꿈이니까."

"산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체면을 따지기보다 즐겁게 살 궁리를 해라."

"지금 충분히 가난해두자! 부자가 되면 여행도 가야 하고, 초밥도 먹어야 하고, 옷도 지어야 하고, 정신없이 바쁠테니까"


할머니의 어록을 들여다보면 세상 어떤 철학자의 말보다도 반짝이는 것 같다. 인생에 대한 통찰도 물론이거니와 유머까지.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넉넉히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유머. 나는 인생에서 유머가 정말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닥 유머러스한 사람이 아니다. 너무 진지하고, 비관적이다. 이런 모습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기는 하겠다.


저자의 어린시절의 경험들 중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었다. 가족 아무도 오지 않는 운동회가 특히 그랬다. 나도 엄마아빠가 맞벌이로 늘 바쁘셨던 터라 한번도 운동회와 졸업식에 오신 적이 없다. 늘 다른 친구네 집 돗자리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 부모와 함께 달리는 달리기에서 엄마 대신 와주신 교회 집사님의 손을 잡고 뚝뚝 흘러나오는 눈물을 팔로 벅벅 닦아가며 달리던 기억도 있다. 홀로 교실에 앉아서 도시락을 여는 어린 아이를 위했던 선생님들의 마음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참 따뜻하고, 내가 덩달아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할머니, 난 영어를 잘 모르겠어"

"그럼 답안지에 <나는 일본인입니다.> 그렇게 쓰면 되지"

"한자도 잘 못써"

"<나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만으로도 잘 삽니다.> 라고 쓰면 되지"

"역사도 잘 못해."

"역사도 못해?"


여기까지 오자 할머니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겠구나 싶었는데 할머니는 조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답안지에 <과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하고 쓰면 되지!"


"아키히로. 가난에도 두 종류가 있단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어두운 가난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밝은 가난. 물론 우리 집은 밝은 가난이지. 그리고 우리는 최근에 가난해진 게 아니니까 걱정할 것 없어. 자신을 가져. 우리 집은 조상 대대로 가난했단다."


어쩌면 저자가 코미디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의 유머덕분이 아닌가 싶다. 어린 아이들은 상황보다는 그 상황에서 부모 혹은 양육자가 어떤 마음과 태도를 보이는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가난한 삶이었지만 밝은 가난으로 이끌어준 할머니의 삶이 저자가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는 직업을 갖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비록 나도 가난하고 비루한 삶이라 하더라도, 밝은 미소와 유머를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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