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동아시아, 2022
연극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고 대학원 상담심리사 수련과정으로 있을 때 학교폭력가해청소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1년간 진행했었다. 상담 과정에서 그 아이들의 가정환경, 부모와의 관계를 필수적으로 짚고 넘어가게 된다. 맨 처음 아이들을 만나기 전, 어떤 친구들일까 혼자서 상상해 봤을 때 나도 모르게 그 아이들을 소위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가족형태의 바깥에 있는 모습을 그리곤 했다.
가난한 살림에 엄마는 떠나서 없고,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일상적으로 폭행을 당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클리셰를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나는 그 내용에 어떤 의구심도 가지지 않은 채 내면화 시켰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내면화되었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직면했다. 그리고 나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다양성을 해치고 있는지, 사회적 소수자들 고립시키고 있는지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아동체벌에 관한 내용이 많이 와닿았다. 육아를 하다보니 아이 훈육을 어떻게 해야하는 가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의 매를 맞고 자란 세대이기도 하고, 체벌이 일상이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폭력적인 일상을 당연하게 느끼며 살아왔다. 하지만 체벌의 순간은 늘 공포스러웠고 친구들과 때린 교사를 욕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강한 척 하며 어물쩍 넘기는 사이에 내면에 멍이 들어왔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극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고의적인 폭력이라기보다 보통 사람들의 우발적 체벌이 통제력을 잃고 치달은 결과”이고, “체벌은 엄연히 별개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고 폭행인데도 아이의 관점이 아닌 성인, 부모의 관점에서 지속된다”고 말한다.
어린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나 역시 순간순간 아이들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크게 올라온다. 어린 아이들이 돌봄과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미숙한 존재로 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이들은 어른의 표현 방식에 성인보다 훨씬 민감하다.
지금 둘째아이는 애착단계에 있는 시기여서 더욱더 사랑과 돌봄의 관계를 맺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단지 내가 부모라는 이유로, 더 많이 알고, 더 힘이 세다는 이유로 아이를 통제하려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런 행동을 무심코 넘길 때 나중에는 폭력도 사랑이라고 가르치며 가해자의 논리를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거나 깊이 의지한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힘을 휘두른다면, 이는 신체적 상해에 더해 상대의 마음을 악랄하게 모욕하는 질이 나쁜 폭력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