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쪼꼬미일 줄 알았던 첫째 율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전교생이 56명, 1학년 신입생은 10명인 작은 시골 학교다. 입학식 날 선생님의 호명에 레드카펫 위를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대견스럽고 감동적이었다. 아이의 성장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이지만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멀어 학교에서 집까지 스쿨버스가 온다. 입학식 다음날부터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고, 급식도 먹고, 돌봄 교실까지 하고 돌아온다.
낯선 환경에 긴장도가 높은 아이인지라 걱정이 많았다. 유치원 적응 이후 사라졌던 틱 증상도 다시 발현되었다. 물론 적응의 시기가 지나면 다시 감쪽같이 사라질 거라는 걸 안다. 한 번 경험했던 일이어서 예전보다는 호들갑을 떨지 않게 되었다. 아이가 자란 만큼 나도 자란 걸까.
다행히도 율이는 학교 생활이 즐겁다고 한다. 운동장에서 노는 것도 재밌고, 급식에 맛있는 것만 나와서 매일매일 기대된다고 한다. 아직 초반이라 친구를 사귀지는 못했지만, 직접 손을 들고 우유당번을 신청해서 함께 우유당번을 하는 친구와도 조금 친해졌다고 한다. 아이는 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둘째는 지난주 금요일에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첫 등원을 했다. 첫날은 아빠와 함께 들어가서 1시간 정도 공간을 탐색하고 왔다. 무탈하고 즐겁게. 하지만 이번주 월요일, 나와 같이 어린이집에 들어간 아이는 나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엄마하고만 놀려고 해서 선생님이 중간에 잠깐 아이와 떨어져 지내보자고 이야기하셨다. 아이가 놀이에 집중하는 사이에 어린이집을 빠져나와 약 1시간 정도 대기했다.
아이는 그동안 잘 놀다가도 엄마를 찾고 울었고, 선생님은 적응기간 동안 며칠 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래도 아이와 떨어져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보자고 말씀하셨다. 어제는 등원할 때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어리둥절한지 울지 않았고, 점심까지 먹고 왔다. 오늘은 헤어질 걸 미리 알아서 인지 등원 때 조금 울기는 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들어갔다.
방금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하원 때 보니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한가득이다.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잠이 들었다. 이렇게 조금씩 적응 중이다.
나와 남편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작은 민박을 운영해 보려는데 지난주부터 대출도 알아보고, 전입신고도 하고, 주택화재보험도 들었다. 남편은 민박 열기 전에 이 지역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열심히 구직 중이다.
나는 매일 집을 정돈하고, 아이들을 케어하고, 큐티도 하면서 마음도 다잡고 있다. 2주 전부터 새로운 교회에도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를 시작한 지난주와 이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