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들과 끝, 그리고 시작

어울교회 식구들의 고성 방문

by 문슬아

2016년, 서울 화곡동에서 함께 어울교회라는 이름으로 만난 친구들. 코로나를 겪으며 줌으로 예배를 드릴 때에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서 예배할 날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버티던 시간들을 지나 2년 전 우리 가족은 김천으로, 한 가정은 홍성으로, 한 가정은 서울에 남게 되었다. 다행히 줌 예배가 익숙해져서 우린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매주 모여 말씀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나눴다. 그리고 한 달 전 우리는 강원도 고성으로, 서울에 남아있던 한 가정은 먼저 간 친구들이 있는 홍성으로 이사를 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쁜 일도 많았지만 각자에게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참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으로, 곁에 있음으로, 재정으로 서로의 비빌언덕이 되어주었던 우리.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만큼의 신뢰를 새로운 관계에서 다시 쌓을 수는 없을 만큼 낯간지럽지만 사랑, 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이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더 멀어졌다는 사실에 한동안 외로웠고, 우울했다.


지난주, 홍성에서 친구들이 5시간 차를 몰고 우리 집으로 와주었다.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 재우고 나서는 밤새 맥주를 따라 마시며 떨어진 시간만큼의 긴 얘기들을 나눴다. 공동체로 살겠다는 꿈을 가지고 서울을 떠났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다시 같은 지역에서 만날 수는 있는 건지 그 가능성이 요원하게만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나고 나니, 언젠가는 꼭 이들과 같이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지금은 모두가 직업도 불안정하고, 그에 따른 생계와 시골살이 적응 등 헤쳐나가야 할 산이 많아서 다시 모일 그날이 멀게 보이지만,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의 공간을 찾고 싶은 욕구도 커서 일단은 교회로서의 모임은 멈추기로 했다. 일 년에 한 번씩 꼭 오프라인으로 만나자는 다짐과, 수시로 근황을 나누고 공동계좌에 달마다 조금씩 돈을 모으기로 한 것으로 지금의 끈을 이어가 보기로.


너무 열린 결말이라 두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 때 찾아갈 곳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안도한다.

미삐가 나눠 준 꽃씨들과 해우니가 그려준 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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