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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이 목표가 되는 순간

우리 임원들도 OKR로 목표관리해 보면 어떨까

by 맛소금

내가 임원은 아니지만 정말 회사를 아끼고,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데 답답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인사 시스템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데, 그런 걸 이야기하려는 글은 아니지만 지난번 애자일에 이어서 그리고 새해 목표 설정 기간을 맞이해서 목표의 설정과 측정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지만 소프트웨어를 잘하기 위해서도 중요하고, 어쩌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가 함께 모여서 일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본질적인 성과 향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MBO, KPI 그리고 OKR


회사 생활하다 보면 하나쯤은 들어봤을 법한 단어들인데, 모두 목표관리 프레임워크다. 프레임워크라는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것이지만, 이렇게 소프트웨어와 무관하게 일반적인 개념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프레임워크는 프레임 즉, 어떤 정해진 틀에 맞춰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 또는 도구를 뜻한다. 그러므로 목표관리 프레임워크는 정해진 규칙에 맞게 작업을 수행하면 목표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 것이다.


Management by objectives (MBO)


MBO부터 소개하자면,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할아버지가 1954년에 소개한 방법이다. 뭣!? 1954년! 그렇다 대한민국에서는 1954년 11월 17일 사사오입개헌 발생했던 아주 오래전이다. 그 오래전 만들어진 것을 아직도 사용하는 곳이 많다.


Management by objectives (MBO), also known as management by planning (MBP), was first popularized by Peter Drucker in his 1954 book The Practice of Management.



깊은 통찰력과 날카로운 명언들을 남겨주신 경영의 대가 드러커 할아버지


MBO는 목표에 의한 관리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MBO의 수행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며 보통 연초에 목표를 수립하고 연말에 그것을 평가해서 고과에 반영한다.


1. 조직 목표 검토

2. 작업자 목표 설정

3. 진행 상황 모니터링

4. 평가

5. 보상을 주다


중요한 점은 평가와 함께 진행된다는 것인데, 마치 건설현장의 야리끼리와 비슷한 어떤 계약처럼 동작한다. 이것은 치명적인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는데, 건설현장도 아니고 1년 목표가 야리끼리처럼 설정된다니 문제가 없을 수가 없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핏대 세워 이야기해보려 한다.



*야리끼리: 할당량을 마치면 일이 끝나는 것으로 동기 부여를 위해 현장 노동자들과 관리 감독관이 합의하에 진행되는 방식


Key Performance Indicator (KPI)


KPI는 핵심 성과 지표라고 번역해서 종종 사용하는데, 지표라는 것이 어떤 것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어떤 느낌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이해가 빠를 것이다. KPI를 활용한 목표 관리는 측정 가능한 정량적인 핵심 목표를 수립하고 그것으로 목표 달성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KPI는 특히 높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리고 막말로 좀 더 무식한 사람들이 선호한다. 복잡한 사실 관계를 지표로 아주 간단하게 표현해 주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이해하기 힘들거나 귀찮을 때 높은 사람이 한 마디 한다.


그래서 KPI가 뭔데? 달성한 거야? 경쟁사랑 차이가 어떻게 되는데?


https://www.geeksforgeeks.org/what-is-a-kpi-key-performance-indicator/


1등급이면 무조건 좋은 느낌이지만, 그게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 맥락과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KPI를 적당히 괜찮은 방향으로 설정하면, 무식하고 높은 사람을 속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렇게 속여서 당장의 입신양명을 이루려는 사람들도 많다.


지표의 미덕은 함축적으로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지극히 단편적이라는 것을 잊는 순간, 보이지 않는 덫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코스피가 높다고 경제가 좋은 것은 아니며, 그것은 우리 사회의 경제 상황 중 지극히 일부를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절대적으로 좋고 나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통찰력이란 다양한 지표들이 보내는 신호를 종합해서 입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맥락 속에서 각 지표들을 이해할 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단편적인 결과만 보고 받으려 하지 말고, 통찰력을 발휘해서 조직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Objectives and key results (OKR)


OKR은 목표(Objective)와 핵심 결과(Key Results)의 약자로, 측정 가능한 팀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방법론이다. MBO와 KPI는 다르게 목표(Objective)와 핵심 결과(Key Results)를 분리해서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OKR에서 목표는 정성적이고, 추상적이지만 도전적이고 영감을 주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장으로 설정한다. 추상적인 목표라니 벌써 뭔가 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분기 매출 20억 달성"과 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이 아니라 "고객이 열광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한다"와 같은 문장으로 작성한다. 이때, 작성되는 목표 문장은 조직의 비전을 바탕으로 하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된다.


핵심 결과는 "3개월 내 베타 테스트 사용자 1,000명 확보", "앱 스토어 평점 4.5 이상 유지"와 같이 목표와는 다르게 구체적이며 측정 가능한 결과 값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핵심적인 결과 값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실행 방안을 고안해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OKR의 진정한 매력은 짧은 주기로 피드백을 반복하면서, 비전으로부터 정의된 목표 문장을 되새기면서 실행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비전과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지만, 때때로 우리는 중간 단계의 목표에 매몰되어서 왜 그것을 해야 하는 잊어버린 채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는 문제를 경험하곤 한다. 마치 우리가 꿈꾸는 삶의 방향을 잊어버린 채 돈을 왜 벌고,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고민 없이 더 빠르게 많이 버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말이다.


OKR에서는 비교적 짧은 주기인 3개월마다 최종 목표를 향해 핵심 결과를 재설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지금하고 있는 일들과 최종 목표와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계획이 목표가 돼버리는 문제


MBO의 가장 큰 장점은 평가와 연동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평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심지어 이미 많이 완성된, 준비된 계획을 목표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계획이 목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목표라는 것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어떤 이상적인 상태를 뜻하는데, 이상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일을 수행함으로써 완성될만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MBO에서는 최종 평가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서 계획하에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목표로 적어 내는 문제가 만연하게 된다. 이것이 MBO만의 문제도 아니고, MBO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평가가 달려있으니 애초에 사람들은 도전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작성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나는 1~2월에 작성되는 1년간의 MBO, 특히, 임원들의 MBO는 대부분이 6~10월 안에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지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MBO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이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작동하는데, 1년 동안 조직의 성과를 몇 개의 목표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앞에서 야리끼리를 언급했는데, 야리끼리는 건설현장에서 하루 수당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당일 할당량을 정해주고, 모두 수행하면 작업을 종료해 주는 동기부여 방식이다. 그것만 하면 된다는 분명한 목표와 할당량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공사용 모래를 작업현장까지 옮기는 일과 같이 '얼마나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매우 단순한 작업에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렇지 않다면 표면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 일을 엉망으로 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MBO가 야리끼리처럼 활용되면, 목표 달성을 위해서, 궁극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목표 달성만을 위한 업무 수행이 이뤄질 수 있다. 임원 MBO라면 우선순위를 높여서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문화가 그것을 반증한다.


이건희 회장님이 '실패해도 괜찮다. 패배의식에 빠지지만 마라'라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던 것이 생각이 난다. 목표의 실패가 평가의 실패가 되어버리는 MBO는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6개월 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필요


내가 MBO보다는 OKR을 더 선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피드백 주기가 짧은 핵심 결과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 때문이다.


MBO는 보통 1년간의 목표를 연초에 수립해서 연말에 평가에 반영하는데,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연초의 목표가 연말까지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아무리 길게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더라도 6개월이 지났을 때 목표를 재조정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목표가 구체적인 경우 더욱 재조정이 필요한데, 상황이 바뀌는 것도 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게 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목표 자체를 폐기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OKR은 비전에 기반한 방향성을 제시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핵심 결과를 3개월에 한 번씩 재조정하는데, OKR에서 목표는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방향을 나타내기에 급격한 변경이 필요하지 않고, 반면 구체적인 핵심 결과는 짧은 주기로 재조정하는 것이다.


OKR은 큰 방향성과 짧은 주기로 집중해야 할 목표를 함께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애자일 프로세스와 연결될 수 있는데, 추상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애자일 방법론과 결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제품의 최종 목표를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고, 단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애자일 프로세스를 통해 구체적인 핵심 결과를 달성해 나가면 빠르고 정확하게 최종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다.


아주 짧게 목표관리 방법들을 소개해봤는데, 프로젝트를 운영할 때나 개인적인 목표를 관리할 때 한 번쯤은 직접 사용해 보며 고민해 보길 추천한다. 단순히 계획을 많이 세우기보다는, 의미 있고 효과적으로 목표를 관리할 때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고, 꼭 리더가 아니더라도 업무에서나 생활 속에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OKR, MBO, KPI 각각의 차이를 비교

한국사 연표

현장용어

OKR을 제대로 작성하고 사용하는 방법

목표와 핵심 결과(OKR)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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