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작가 : 함민복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단 한 편의 시로 나를 설득해 주는 글이다.
내가 쓴 글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가.
이런 점은 생각하지 않고 욕심만 앞선다.
이렇게 욕심이 앞설 때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을 생각하면 아무 말 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다.
나의 글은 따뜻한 글이었나를.
따뜻하고 공감되는 글 보다 질서 없이 서로 나오겠다고 어수선한 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념과 욕심이 섞여 있는 글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따뜻한 밥처럼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아직 멀었지만
사념과 욕심을 버리고 따뜻한 글을 쓸 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