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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Jan 10. 2021

아직도 멀었네

<긍정적인 밥>                              작가 : 함민복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단 한 편의 시로 나를 설득해 주는 글이다.

내가 쓴 글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가.

이런 점은 생각하지 않고 욕심만 앞선다.

이렇게 욕심이 앞설 때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을 생각하면 아무 말 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다.

나의 글은 따뜻한 글이었나를.

따뜻하고 공감되는 글 보다 질서 없이 서로 나오겠다고 어수선한 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념과 욕심이 섞여 있는 글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따뜻한 밥처럼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아직 멀었지만

사념과 욕심을 버리고 따뜻한 글을 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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