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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Oct 15. 2020

편식가 당근의 주방

가을 생태탕 맛을 아시나요?

어서 오세요. 편식가 당근의 주방입니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 땐 어떤 음식이 생각나나요? 전 한 국물 요리가 생각납니다. 뚝배기 그릇에 보글보글 끓인 청국장찌개도 생각나고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꽃게를 넣고 끓인 꽃게탕도 생각나지만 그중 가장 생각나는 맛은 가을 생태탕입니다.

이제는 국내에서 태를 잡지 못하여 생태탕은 먹을 수 없지만 어릴 적 먹었던 생태탕은 인생 최고의 탕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30년 전 그때의 그 맛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생태탕을 먹었던 때가 초등학교 3학년 혹은 4학년이었던 거 같네요. 그런데 초등학생이 생태탕 맛을 알 수가 있을까요? 지금 생각하니 의문이 들지만 분명한 건 맛있었기에 기억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쌀쌀한 가을 날씨였어요. 저희 집은 시장 입구에서 살고 있기에 싱싱한 재료 구입하기 최고의 위치였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콩나물 100원어치 혹은 두부 한모를 사러 시장에 가면  개나리 꽃 만발처럼 노란 머리를 내밀고 있는 싱싱한 콩나물 한 봉지 가득 혹은 새벽에 가져온 두부 한판을 칼로 쓱쓱 잘라 한모 떼서 받아 온 기억이 있네요.

30년 전 백화점도 없고 마트도 없었던 그때는 시장이 가장 신선한 재료가 모여 있는 장소습니다. 채소뿐만이 아니라 생선 역시도 싱싱하였답니다. 지금처럼 빠른 배송이 없기에 유통 시간은 더 걸렸지만 이상하게 그때의 재료들이 더 맛있었다고 제 입은 말하고 있네요. '빠른'이라는 대응에 식재료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그때의 맛을 낼 수 없는 게 참 아쉽네요. 아니면 그때와 다른  환경과 입맛이 변해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요. 어찌 되었던 그때 그 재료와 맛들이 그립네요.


해 질 녘이 되면 저희 엄마는 천 원짜리 한두 장을 가지고 장을 보러 갑니다.

'천 원짜리 한두 장으로 장을 본다고?'라고 생각하?

네, 그때는 천 원짜리 한 장을 가지고 6 식구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재료를 살 수 있었답니다. 시간이 지날수 엄마 천원오천 원이 되고 오천 원이 만원이 되더라고요.

지금 조금만 장을 봐도 10만 원이 훌쩍 넘어버릴 만큼 시간이 상당히 흘렸네요.


아직 생태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그래도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하겠습니다. 그 시대적 배경도 음식의 맛을 되살리는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에요.

편식가 당근은 생선을 좋아합니다. 실은 생선 중에서도 또 편을 나누네요. 다 좋아하진 않고 이렇게 어릴 적 엄마가 해줬던 음식 위주로 좋아해요. 부모님은 명태를 좋아하셨기에 코다리 조림, 북엇국, 생태탕, 동태탕들이 자주 밥상에 올라왔죠.  봄과 여름에는 동태탕, 가을에는 생태탕. 생태탕은 자주 나오지 않았던 거 같은데 가을에 자주 본거 같네요.

명태는 참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죠? 그러니 저렇게 이름도 다양한 요리도 나오잖아요. 그럼 여기서 명태 이름의 유래와 종류를 살짝 보고 갈까 합니다.


[명태 이름의 유래]

명천에 사는 어부 중에 태씨성을 가진 자가 있었다.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서 고을 관청의 주방 일을 보는 아전으로 하여금 도백(道伯)에게 드리게 하였는데, 도백이 이를 매우 맛있게 여겨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고 단지 “태 어부가 잡은 것이다.”라고만 대답하였다. 이에 도백이 말하기를, “명천의 태 씨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라고 하였다.

- 출처 : 나무 위키


글을 쓰는데 명태는 왜 명태라고 부르는 걸까 생각이 들어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저런 유래가 있었네요. 이유 없는 존재는 없는 거 같아요.


명태의 이름은 잡는 시기, 잡는 방법, 건조 상태 등으로 나눌 정도로 무수히 많아요.


[잡는 방법]
- 조태 : 주낙(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음)으로 잡은 명태
- 낚시태 : 낚시로 잡은 명태

   → 허영만의 식객 명태 대결에서 낚시태로 잡은 게 생각나네요. 낚시태로 잡으면 상처 없이 최상의 명태를 잡 것으로 기억해요. 그러니 가격도 비싸겠죠?
- 망태 : 그물로 잡은 명

   → 낚시태와 다르게 그물에 많은 명태를 잡으니 서로 부딪혀서 상처가나 낚시 태보다 싸요
- 원양태 : 원양어선에서 잡은 명태. 원양어선은 배 타고 멀리 가서 잡기 때문에 지역이 써져있지 않습니다. 잡는 사람은 알아도 중간 소매나 소비자는 모를 가능성이 높죠.

[잡은 시기]
- 일태 : 정월에 잡은 명태
- 이태 : 2월에 잡은 명태
- 춘태(春太) : 3-4월에 잡은 명태
- 막물태 : 늦봄 마지막에 잡은 명태
- 추태(秋太) : 가을에 잡은 명태
- 동태(冬太) : 겨울에 잡은 명태

     → 명태를 얼린 게 아니라 겨울에 잡은 명태 자체를 동태라고도 부릅니다.

하태는 없네요. 왜 그럴까요? 명태는 수온이 낮은 곳에서 삽니다. 여름에는 수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잡지 못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느 날 수온 상승으로 명태가 안 잡힌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겨울만 되면 수온 이야기에 귀가 번뜩였죠.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는 소식에 그럼 올해는 명태가 돌아올까? 기대하면서요. 후에 알았는데 수온 상승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무분별한 남획으로 사라졌다는 사실. 날씨만 돌아와서 해결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한가득이네요. 자원 보호를 위해 게 먹는 것도 생각해봐야겠어요.

[지역]
- 강태 : 강원도에서 잡으면 강태
- 왜태 : 함경도에서 잡으면 왜태
- 지방태 : 근해에서 잡은 명태


[건조 상태]

- 황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속살이 노랗게 마른 명태

   → 용대리 황태가 유명한 이유는 산골짜기의 바람을 타고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고의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 백태: 기온 차가 커서 하얗게 마른 명태이나 건조기에 말려도 백태가 된다.
- 깡태: 건조 중 수분이 빨리 증발하여 딱딱하게 마른 명태
- 짝태: 소금을 살짝 뿌려 약간 짠맛이 나도록 깡 말린 북어
- 골태: 눈, 비를 맞아 속살이 녹아 뼈만 앙상하게 남은 북어
- 먹태: 건조 과정에서 겉껍질이 검게 마른 북어로 흑태라고도 불림
- 묵태(墨太): 먹태의 다른 이름
- 백태(白太): 건조과정에 눈, 비를 맞아 겉껍질이 흰색으로 변한 명태
- 낙태(落太): 건조과정에서 눈, 비를 맞고 떨어진 명태
- 무두태(無頭太): 건조과정에서 머리가 떨어져 나간 명태
- 바람태: 추운 바람에 수분이 빨리 증발하여 뻣뻣하게 마른 명태
- 북어(北魚): 수분이 바짝 빠진 명태
- 더덕북어(北魚): 최상품 말린 북어로 겨울에 강추위로 눈으로 얼렸다 말렸다를 20회 이상한 북어로 색이 색 노랗다. 황태와 동일한데 그중 최고를 말하는 건지 아님 또 다른 이름인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 매가리: 서울, 강원도에서 길이 25㎝ 내외의 생명태 또는 건명태
-코다리: 코를 꿰어 반쯤 말린 명태


위에 언급한 이름 말고도 이름 더 있으니 정말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네요. 그만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랑 때문에 빨리하라 지게 되었네요. 뭐든 적당한 사랑이 좋은 듯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느 여름날 "엄마 생태탕 끓여줘"  했더니 "지금은 생태탕이 맛없어서 못 먹어. 동태탕을 먹어야지" 이리 말씀하셨죠. 역시 엄마도 제철 음식을 애용하셨나 봐요.

엄마가 장을 볼 때면 자주 따라가곤 했습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또 엄마와 함께라 더 좋았습니다. 생선 코너에 설 때면 비릿한 냄새가 좋지만은 않지만 그 냄새의 주인공에서 제가 좋아하는 맛이 나는 점이 인생의 오묘함과 비슷한 듯하네요. 일을 한다는 건 힘들지만 이 월급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점이.


맑은 눈을 한 생태를 가리키며 흥정을  합니다. 그때는 흥정이 일상다반사였습니다. 조금만 깎아 달라는 말에 '아침부터 고생해서 가져와 이 정도 받아야 한다', '나도 남겨야 하지 않겠냐', '돈이 모자라서 그러니 깎아 달라', '다음에 또 오소' 물건 하나 사는데  많은 정들 이 오고 가네요. 깎아 준 게 고마운지 처음 양보다 더 사게 된 경우도 많아요.  이런 모습이 좋더라고요. 이웃집으로부터 음식 받으면 빈그릇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이 마음.

흥정이 끝낸 뒤 탕에 들어갈 무와 대파, 고추, 파란 고추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쉬지도 않고 저녁 준비를 합니다.

엄마는 저녁 대부분 밥을 새로 하시고 탕이나 찌개를 주로 끓였어요. 나물을 좋아하시니 나물 반찬도 몇 개 준비하는데 어쩜 그리 후딱후딱 할 수 있는지. 전 빨리 안되거든요.

넓적한 냄비에  아삭하고 단맛 가득한 무를 깔아 놓고 마늘, 고춧가루, 생태탕을 넣어 끓입니다. 생태탕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지 않아서 좀 더 구체적이지는 않네요. 제가 동태탕 끓일 때는 육수를 진하게 우려요. 황태 머리와 껍질, 뼈, 대파, 다시마, 파뿌리, 양파, 무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육수를 만듭니다.

만든 육수에 동태을 넣고 다진 마늘, 고춧가루, 제철에 사놓은 통통한 냉동 바지락, 얇게 썰은 무를 넣어 끓인 후 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적당히 간 맞으면 어슷 썰기한 대파와 고추를 넣고 한번 더 끓여준 후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조금 떨어뜨려줍니다. 실은 참기름은 일반적인 레시피에서 볼 수 없어요. 깔끔하고 시원하게 먹고 싶으면 넣지 않고 진한 맛을 보고 싶다면 넣어서 먹어보세요. 색다른 맛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혹 동태탕이 망했다 싶을 때도 넣어보세요. 먹을만할 거예요.

생태탕과 동태탕 끓이는 과정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맛은 달라요. 생태탕 맛은 살이 부드러웠어요. 알도 동태 알처럼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일부 퍼졌거든요. 생태는 알도 말랑한 상태라서 요리하다 터질 수가 있거든요. 그럼 끓이는 도중 알들이 퍼져서 끓여져요.

퍼진 알을 수저로 떠먹으면 톡톡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제가 처음 알을 먹게 된 순간이었어요. '우아, 살과 다른 맛이네. 그런데 왜 이리 맛있지' 정신없이 밥과 탕을 허겁지겁 먹었던 어린 시절 기억 오늘도 생각나는 하루네요. 쌀쌀한 가을바람 덕이겠죠?


쌀쌀한 바람과 찰떡궁합인 생태탕. 명태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먹을 순 없지만 바람 부는 날에는 항상 생각나네요. 다시 명태가 돌아올 때까지 동태탕을 먹으면서 기다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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