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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no Jan 23. 2021

작은 일에 엄청난 문장이 떠올라버렸다

나쁜 일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기

 살면서 수많은 문장을 만난다. 어디에서 본 문장들은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 문득문득 떠오른다. 단번에 내면을 꿰뚫어 보는 문장도 생각나기도 하고 때론 지친 나를 위로하고 듣기만 해도 힘을 주는 존재로 다가온다. 얼마 전, 내 작은 삶에 엄청난 문장이 비집고 들어왔다. 멋있고 심오해 보이는 이 문장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사그라들게 했다.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만 있을 뿐.
니체

 며칠 전, 엄청난 열정에 휩싸여 기존 프랑스어 공부법의 문제를 단번에 파악하고 체계적인 공부법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한 치의 앞 미래도 모른 채 말이다. 뿌듯함, 성취감, 성장 이런 온갖 긍정적인 감정들 눈꺼풀을 들어 올려준 덕분에 월요일 6시에 무사히 일어날 수 있었다. 잠시 잠 깨는 시간을 갖고 노트북 앞에 앉아 프랑스어 듣기 연습을 했다. 물론 잘 들리진 않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당장은 못 해도 꾸준히 하면 잘할 수 있다.’를 떠올리며 묵묵히 문제를 풀어갔다. 그리고 9시 반쯤 학교 도서관에 갔다. 한참 프랑스어로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머리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공부하는 사람 중에 머리 안 아픈 사람이 어딨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제 화장실이 날 부르기 시작했다. 두세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힘은 점점 빠져갔다. 결국, 글쓰기를 마친 후 쉬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점점 몸은 한기를 느꼈다. 집에 도착하니 계획을 세우며 배달시킨 프랑스어 교재가 놓여있었다. ‘오늘 더 많이 해야 하는데.’라는 미련이 남았지만, 도저히 공부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기에 약 먹고 따뜻하게 쉬며 빨리 아프지 않기를 기도했다. 


 다음날, 열이 많이 내려 몸 상태가 훨씬 괜찮아졌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유튜브를 보다 책이라도 읽자는 마음에 도서관에서 빌린 김수영 작가의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세계를 여행하며 살고 싶은 나의 바람을 이 책의 작가는 이미 이루셨고, 꿈과 경제적 안정 둘 다 이루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인생을 통해 증명하는 책이기에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단숨에 한 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불안한 이유도 명확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경험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하지 않았기에 미래를 계획하며 불안한 것이다. 또한, 전형적인 INFJ 특성인 이상을 향한 지나친 집착이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을 꿈꾸는 건 좋지만, 행동이 수반된 이상만이 의미가 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기, 이상보다는 현실과 오감에 집중하고 생각보다는 행동하기’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꿈꿨던 ‘외국에서 살기’를 최대한 빨리 이뤄보고 싶다. 그전까지 외국어 실력을 길러 그 사회에서 경제활동도 해보고 싶다. 머릿속으로만 외국에서 살고 싶다가 아니라 외국어 공부를 하고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는 여러 직업을 발굴하고 어떻게 경제적 파이프라인을 구축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 봉사나 교환학생에 지원해 개인 기량도 키우고 간접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보기에 좋을 듯하다. 이런 일련의 사고 과정으로 불안 사이에서 설렘이 피어났다

지난 주에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는데 정말 잘한 일인 것같다/ 현실 감각을 갖춘 이상주의자가 되기 /  이 책은 아직 풀지 못했다고 한다......

 몸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뒤, 다시 도서관을 향하고 있던 와중에 뇌리를 스치는 문장을 만났다. 니체가 말을 걸고 있었다.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만 있을 뿐.’ 니체에게 응원받고 있었다. ‘계획이 어질러진 상황에서 책을 읽고 삶을 더 단단하게 하는 깨달음을 얻었으니 더 좋은 일 아닌가’라고 생각하던 참에 떠오른 문장이었다. 이 문장은 도전하는데 드는 두려움의 양을 줄여주었다.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지 삶을 정의하는 너 자신의 해석만 있을 뿐이며 너만의 삶을 살아가라는 말을 거는 듯했다. 부정적인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자포자기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긍정적인 결말을 맡을 수 있다는 걸 믿게 되었다. 다시금 꿈꿀 힘을 준 김수영 작가님과 좋은 문장을 남겨준 니체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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