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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이 Nov 26. 2021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니까

프롤로그

시즌 개막 즈음에 NPB 구단 관계자들에게 배부되는 야구 협약

2016년 4월 1일. 나는 아직도 돔으로 첫 출근을 하던 그날 아침을 기억한다.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 전 과제인가 아르바이트를 위해 지금은 프로팀이 사용하지 않는 목동야구장에 갔던 것을 제외하고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야구라는 경기의 룰 자체를 잘 알지도 못하고 복잡해서 누가 설명을 해 준다고 해도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올림픽이나 WBC와 같은 세계대회에서 선전하는 야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은 그 당시의 유행처럼 잠깐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그런 내가 외국의 프로야구팀에서 일을 하게 되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매년 2월에 시작되는 스프링캠프 이야기가 TV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돔에서는 3월부터 시작될 오픈전(한국에서는 시범경기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과 1년 중 가장 손님이 많이 오는 시합 중 하나인 개막전 시리즈를 준비하느라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팀과 마찬가지로 시즌 전체의 계획을 어느 정도 세워놓고 일 년 농사의 첫 시작이 되는 타이밍이라 개막이 가까워지면 업무량이 급격히 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니까'라는 마음으로 매년 봄을 개막을 맞이했다.


올해도 역시 마지막 시즌이라는 마음으로 개막을 맞이했고 정말 마지막이 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려움이 많던 시즌이 끝난 이 시점에서 NPB 12 구단 중 한 구단에서 처음이자 유일했던 외국인 직원인 내 경험을 최대한 기억이 생생한 때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과 동시에 치열하게 살아남으려 노력한 지난 나의 20대의 나날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프로구단 혹은 스포츠마케팅과 관련해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고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직까지 정보가 크게 오픈되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 혹은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께 내 경험이 적게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야구공 하나에 오늘 처음 만난, 어쩌면 평생 만날 일 없는 수만 명이 동시에 기뻐하고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즐거워한다. 공 하나에 정적이 흐르는 순간, 공 하나에 환호가 터져 나오는 순간,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돔에서의 매일은 참 매력적인 시간들이었다.


그 속에서 함께 땀 흘리고 웃고 울었던 나의 지난날과 사랑하는 우리 팀과 홈구장

그리고 소중한 동료들을 기억하며.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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