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부여하는 버릇
오늘, 6월 1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의미 부여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의, 작정하고 의미 부여하는 글이다.)
1. 달력 새 페이지의 첫날
5월 한 달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족생일이나 행사 등 일정을 적은 우리 부부의 글씨, 어린이날 같이 자기들에게 중요한 날을 알록달록 삐뚤빼뚤 표시한 아이들의 글씨로 가득하다.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기도 많은 한 달이었지, 그 짧은 시간에 부지런히 보냈네, 짧은 감상을 끝으로 북 뜯는다. 5월 페이지에 그려진 비행기가 마음에 든다며 아이가 진즉에 찜해놓은 게 생각나 따로 챙겨둔다. 벌써 해묵은 느낌이 드는 한 장을 뜯어내니 환한 6월 면이 나온다.
재빨리 빨간 날부터 찾는 건 국룰. 평일의 공휴일은 삶의 위로요, 기쁨이다. 밤새 내린 흰 눈 위에 첫 발자국을 찍는 마음으로 6월에 계획된 일들을 표시해 간다.
2. 상반기의 마지막 달, 의 첫날
업무에서는 분기별, 반기별 결과를 내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한다. 사업 기획이나 인사 역시 상, 하반기 기준이다. 6월은 상반기의 마지막 달. 이것은 곧 ‘상반기를 정리해야 한다.’, ‘결과를 내야 한다.’로 읽힌다. 후배들이 ‘고인 물’이라 놀리는 15년 차 직장인이고 보니 6월에서 7월로 스무스하게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결산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조급증이 인다. 습관이 무섭다.
6월 한 달의 몫이지만, 1일이라고 기왕 의미를 부여하는 김에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본다면 이렇다.
1년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아이들과 나 돌보기.
일단 아이들을 위해서는 초등학생인 아이들 자기 주도 습관을 자리 잡는 것, 그리고 이미 몇 년 전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했던 엄마표 영어를 제대로 달려보는 것. 영어든 다른 교과든 집공부로 잘해보고자 관련 책들을 쌓아놓고 읽고 공부했다. 이거다 싶은 방법은 실행에 옮겼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우리에게 맞는 길을 찾아갔다.
한편 나를 위하여는, 일하면서 골골해진 몸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것, 그리고 갈망했지만 못했던 것들 하기.
근근이 유지만 하던(유지는 되는지 잘 모르겠는)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3월에는 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하기도 했다). 또한, 순전히 좋아하는 작가님 덕질하느라 신청한 ‘브런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얼결에 글을 쓰고 책도 열심히 읽는 인생이 되고 말았다. 그만둔 지 오래되어 손은 굳었지만 꿈은 접지 않은 피아노도 다시 시작했다. 중고피아노를 직접 보러 다니며 신중하게 들였고, 주 1회 레슨도 받는다.
애초에 목표했던 것 즉, 필요하다 생각한 것, 정말 원했던 것들을 휴직일 바로 그날부터 착수한 추진력과, 지금까지 놓지 않고 해온 꾸준함을 칭찬하고 싶다. 어휴. 하고 싶은 것은 정말이지 아직도 넘치게 많은 나란 인간. 문제는 시간이다. 유일한 아쉬움은 이것이다.(시간을 쪼개서 더 해볼까 잠깐 생각한다.)
3. 하반기를 준비할 때
상반기 결산도 필요하지만, 이 결과를 반영하여 7월부터 시작인 하반기를 준비할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미리 준비해야 요이땅, 하고 7월의 첫날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작해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들을 단단하게 다지는 게 1순위다. 여기에 더하여 필요한 게 생긴다면 제대로 된 루틴 위에 살포시 얹어가거나 개선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하반기에는 아이들과 국내여행을 많이 다니려 한다. 특히 5학년 첫째가 이제 따라다니지 않으려는 기미를 슬슬 보인다. 1318에 들기 직전인 어린이의 끄트머리를 잡고 자주, 많이 함께하려고 한다. 아쉬워서 그래. 엄마아빠가.
작년 말 시작한 브런치에 주 1회 발행하고 있다. 글 한편 완성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몰입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던 차에 새로운 글쓰기 챌린지를 만나게 되었다. 색다른 도전으로 지금의 글쓰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반기가 기대된다.
4. 여름의 시작
아이들이 아침을 먹으며 주방에 걸린 달력의 변화를 알아챈다.
“와, 오늘부터 여름이에요!”
그저 똑같이 시간이 가는 것뿐인데 어제까지 봄, 오늘부터 여름이라고 무 자르듯 자르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그러나 3~5월은 봄, 6~8월은 여름, 9~11월은 가을, 12~2월은 겨울, 이렇게 열두 달이 세 달씩 사계절로 똑 나누어 떨어지는 것이 어릴 때부터 무척이나 신기했다. 환경문제로 인한 이상 기후가 보이지만, 여전히 5월에서 6월로 넘어갈 때면 물놀이 생각이 간절해지고, 여름이 끝날 것 같지 않게 지루하게 계속되다가도 8월 중반만 들어서도 밤공기가 선선해지면서 두꺼운 이불을 끌어당기게 되는 것이다. 임의로 잘라놓은 것이라 하기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계절의 변화. 변함없이 변하는 자연이 경이롭다.
아이들이(아이들이라서) 반갑게 맞이한, ‘오늘부터 여름’이다. 그래, 이번 여름은 어떻게 보낼까.
세 아이의 엄마로, 또 나로, 마음이 신나게 분주해진다.
유월의 첫날에 괜히 이러저러한 의미를 지운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