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신문 모임에서 피아니스트 배재성과 선율이 7시간 피아노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7시간 동안 피아노를 치다니.
놀랍고 신기했다.
피아노를 글쓰기로 바꿔서 나는 7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번에는 매일 33일 동안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어 글자수가 상관없지만, 66일 챌린지를 도전했을 때는 공백 포함 500자 이상을 쓰기 위해 하루 평균 2시간 동안 글쓰기에 집중했었다.
신문 모임 멤버들에게 나는 7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오늘은 독후감 공모전 마감일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9시간 동안 공모전에 제출할 글을 썼다.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하며 일주일 동안 쓴 글로 초고를 작성하고 그 글을 바탕으로 오늘 글을 완성했다.
원고 분량은 공백 제외하고 3,000자 이상을 써야 했다.
작년에 처음 글쓰기 챌린지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1년 넘게 꾸준히 글을 써온 덕분에 오늘 처음으로 공백 포함해서 5,770자를 썼다.
이제는 5,000자 넘는 글도 쓸 수 있구나.
스스로에게 놀란 하루였다.
남편은 시댁에 가서 오롯이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밥 차려 먹는 시간도 아까워 어제 먹고 남은 호두 파운드케이크를 먹으며 글을 썼다.
어휘력이 부족해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인터넷 국어사전을 검색하느라 남들보다 시간이 배로 걸리는 편이어서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마감 시간은 자정까지였지만 남편이 집에 오기 전에 끝내고 싶었다.
백지에 글이 가득 담겨 한 장이 두 장이 되고, 두 장이 세 장, 세 장이 네 장이 되었다.
소리 내어 읽으며 문장을 고쳤다.
창밖에는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드디어 퇴고를 마치고 공모전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고와 함께 제출할 서류를 확인했다.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와 유의사항 확인 동의서는 출력해서 사인을 한 다음 스캔해야 했다.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셀프 프린트샵에 가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오늘 먹은 거라고는 낮에 먹었던 파운드케이크가 전부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걸까?'
무언가를 찾으려고 삽으로 땅을 파고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
단순히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려고 글을 쓰고 있는 걸까.
브런치 작가도, 공모전에서도 여러 번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글을 계속 쓰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오늘 같은 삽질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