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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입니다.”
“원장님, 저예요. 목요일 10시에 예약 가능해요?”
휴대폰 너머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멈춘다.
“목요일 10시? 예약 가능해. 요즘 휴가철이라 손님이 없어. 홍홍.”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원장님의 미용실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결혼하고 신혼살림을 차린 동네에서 머리 잘하는 미용실을 찾기 위해 지역 맘카페에 가입했다. ‘미용실’로 검색한 다음 회원들이 남긴 후기를 하나하나 읽었다. 그중 최근에 오픈한 미용실이 눈에 띄어 바로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며칠 뒤, 설레는 마음으로 미용실에 방문했다. 원장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첫인상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으로 맞춰 입어 왠지 모르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냈다. 윤기가 흐르는 원장님의 머리를 보고 나도 어두운 색으로 전체 염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블랙으로 염색하면 나중에 밝은 색으로 바꾸기 어려워요. 어두운 갈색은 어때요?”
나는 원장님이 추천한 색으로 염색하기로 했다.
염색약을 꼼꼼하게 바르는 원장님의 세심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원장님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면서 집에서도 쉽게 머리 손질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상한 머리끝을 잘라내고 어두운 갈색으로 염색을 하니 거울에 비친 내 머리도 원장님의 머리처럼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원장님의 세심한 손길을 2018년부터 지금까지 느끼고 있다. 나는 새치가 많아서 두 달에 한 번꼴로 뿌리 염색을 하러 미용실에 간다. 원장님을 친구보다 더 자주 만나는 셈이다. 그래서 미용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수다로 시작해서 수다로 끝날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되었다.
나는 원장님을 ‘척척박사님’이라고 부른다. 원장님도 내가 지어준 별명을 맘에 들어 하는 것 같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어떤 고민을 털어놓아도 시원하게 척 받아넘기는 원장님 덕분에 큰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작은 일이 된다. 나에게 원장님은 속이 답답할 때 벌컥벌컥 들이켜는 탄산음료와 같은 존재다.
원장님은 9월에 손가락 수술을 받는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큰 수술이라 걱정이 앞선다. 수술이 잘 끝나서 원장님과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