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위험해 1
“자기야, 토요일에 장 선대.”
“그럼 장만 보면 되니까 자기만 가면 안 돼요?”
“자기 며느리잖아. 가야지.”
아, 나 며느리지. 몇 년 전부터 명절에 제사를 안 지내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대부분의 명절 음식을 준비해서 가끔 잊어버린다, 명절에 며느리가 해야 할 일을. 평소에는 명절 전날에 시댁에 가서 1박 2일 동안 지낸다. 이번에는 장이 추석 전전날에 서서 시댁에 하루 더 가야 했다.
토요일 오전, 추석 음식 재료를 사러 장에 갔다. 어머니와 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어묵을 먹으며 어머니를 기다렸다. 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온 어머니의 모습이 무척 지쳐 보였다.
“아휴, 죽겠다…”
“내가 일 가지 말랬지!”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가자. 병원 가기 전에 장 봤어. 밥 먹고 마트만 가면 돼.”
“장은 우리랑 같이 보면 되지, 으이구!”
남편은 버럭 성을 내며 어머니 손에 들려 있는 검은 봉지들을 받아 들었다. 나는 중간에서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머니는 차에 타자마자 뒷좌석에 누웠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는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면 지금처럼 어지러워하고 식은땀을 흘린다.
우리는 단골 만둣국 집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의자에 앉자마자 테이블에 엎드렸다. “어머니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며 걱정하는 나를 향해 어머니는 만둣국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배고팠던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게 눈 감추듯 만둣국을 먹었다. 만둣국을 먹고 기운을 차린 어머니는 내 정수리 쪽을 보며 말했다.
“너 머리가 그게 뭐냐?”
뿌리 염색을 못해 정수리 부근에 흰머리가 2센티미터 정도 자랐다. 나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멋쩍게 웃었다. 평소 같았으면 마음에 거슬렸을 말투였지만 내 흰머리가 보일 정도로 어머니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시댁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어머니는 끙끙 앓았다.
“내가 일 가지 말랬잖아! 일 갔다 오면 힘들어하면서 도대체 왜 가는 거야?”
“○○이가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 도와줘...”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지인의 삼밭 일을 도와주었다. 남편은 자신이 염려했던 대로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시댁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봉지들을 챙겨서 차에서 내렸다. 차창을 열고 남편이 말했다.
“내일 아침 10시까지 올게요. 우리 올 때까지 음식 장만하지 말고 쉬고 계셔? 응?”
“응.”
어머니는 노 룩 대답을 했다. 남편은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연휴 첫날부터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우리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