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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보통의 하루를 원해

추석은 위험해 2

by 정유쾌한씨

<이번 추석 연휴에는 시댁에 하루 더 갔다> 다음 글을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해요^^;

1년 동안 준비한 공모전에 집중하느라 글을 못 쓰기도 했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시작이 어려웠어요.

그 마음을 내려놓기로 결심하고 이 글을 썼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



30화 이번 추석 연휴에는 시댁에 하루 더 갔다


전에는 아침 일찍 시댁에 가서 전을 부쳤는데 이번 추석에는 점심 먹고 전을 부치기로 했다.


아침 10시에 시댁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이미 나물을 볶고 물김치까지 담갔다.


남편 “우리 오면 시작하라니깐!”


어머니의 표정은 오늘도 좋지 않았다.


어머니 “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어...”

남편 “이제 전만 부치면 되니까 어머니는 쉬셔.”


점심을 먹고 남편과 나는 전 부칠 준비를 했다. 요리 솜씨가 없고 손이 느린 내가 동태포에 밀가루를 입히고 계란물에 담그면 남편이 프라이팬에 부쳤다.


비가 내려서 비 올 때 듣기 좋은 노래를 들으며 일했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며. 원래 녹두전은 어머니가 부치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부치기로 했다. 녹두전 부칠 때는 나는 할 일이 없어서 차를 마시며 남편이 전을 부치는 모습을 바라봤다. 소파에 누워있는 어머니 눈치를 슬쩍슬쩍 보며.


“이 기사~ 전 부쳐.”


농담도 던졌다. 잠시 후 일어날 일을 모른 채.


남편은 마지막 녹두전을 부치려고 그릇에 남은 반죽을 프라이팬에 부었다. 반죽과 분리되어 그릇 바닥에 있었던 물도 프라이팬에 떨어지며 기름이 남편 손에 튀었다. 놀란 나는 소리를 질렀다. 남편이 잽싸게 피했지만 오른손 바닥과 팔목 쪽에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화상을 입었다.


“윽, 쓰라려!”

“으이구, 조심하지...”


어머니는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은 화상 부위를 찬물에 식히고 얼음찜질을 했다.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안 했는데 눈치가 보였다. 며느리인 내가 할 일을 남편이 하는 바람에 다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남편은 괜찮다고 말하며 어머니와 나를 안심시켰다.


뒷정리를 끝내고 우리는 거실에서 TV를 봤다. 어머니와 남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낮잠을 잤다. 나는 속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었다.



우리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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