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꾼과 당일치기 대전 여행을 가다 2

by 정유쾌한씨

사랑꾼과 당일치기 대전 여행을 가다 1


대전에서 아점을 먹기 위해 아침 8시 반에 출발하는 KTX를 타기로 했다.

맛집 투어와 글벗들을 만날 생각에 여행 전날 밤부터 설레서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10시 보슬보슬 가을비가 내리는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순대국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는 흐렸지만 최애 음식인 순대국을 먹으러 가는 나의 마음은 맑았다.

순대국집은 외관만 보아도 맛집 스멜이 폴폴 나는 듯했다.

다행히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 대기 없이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파무침을 넣어서 먹는 색다른 순대국를 보자마자 순친자(순대국에 미친 자)는 신이 나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순대국 한 그릇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행복을 완뚝하고 대전역 근처에 있는 중앙시장을 구경했다.

시장에서 파는 갓 구운 꿀 앙금이 가득한 호떡을 먹으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남편은 중앙로역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남편과 헤어지고 모임 장소로 가는 동안 낯선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던 그의 뒷모습이 눈에 밟혔다.




낯선 곳에서 글에 진심인 글벗들과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8월 북토크는 핫초코처럼 따듯했다면 10월 글쓰기 오프 모임은 초겨울 날씨에 오들오들 떨며 김장을 담근 후, 시어머니가 언 몸을 녹이라고 준 생강차처럼 찐하고 뜨거웠다.

나와 달리 마음이 추울 남편이 자꾸 눈에 밟혔다.

글벗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카페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갔다.


카페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와락 껴안았다.

네 시간 동안 혼자 외로웠을 남편의 마음을 빵으로라도 채워주고 싶어 성심당으로 향했다.

대기줄에 서서 무슨 빵을 살까 고민하며 30분을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빵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행신으로 가는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튀김 소보로 삼총사 세트만 구매했다.


부랴부랴 저녁을 먹으러 향한 곳은 대전에서 유명한 돼지갈비 노포였다.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며칠 전부터 돼지갈비 노래를 부르던 남편은 갈비 굽는 냄새를 맡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돼지갈비 3인분을 빛의 속도로 구워 먹고 비빔냉면도 후루룩 먹었다.

삼삼한 돼지갈비와 새콤달콤한 비빔냉면의 조합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기 냄새를 풍기며 대전역에서 행신행 KTX를 탔다.


이번 대전 여행은 '글쓰기 오프 모임'이라고 쓰고 '당일치기 식도락 여행'으로 읽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