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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Mar 08. 2024

너를 나의 글에 담을 수 있을까?

두 번째 이야기


너를 나의 글에 담을 수 있을까? (brunch.co.kr)


버스 기사    "어? 잠시만! 강아지는 못 타요!"

나    “강아지가 이동장 안에 있어도요?"

버스 기사    "네! 안돼요! 내려요!"


매몰차게 문을 닫은 버스가 나와 순신이를 정류장에 두고 쌩 떠난다.


'다음 버스가 막찬데… 또 쫓겨나면 큰일인데...‘


바람까지 매서워 서럽기까지 했다.

이동장 안에서 납작 엎드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순신이와 눈이 마주쳤다.


‘주인 잘못 만나서 네가 고생이 많네.’


집 근처에 동물병원이 없어 사무실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을 해야 했다.

버스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출, 퇴근길을 순신이와 함께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막차가 보이기 시작하자 심장이 두근두근 고동쳤다.

막차를 타지 못하면 선택을 해야 했다.

인천에서 김포까지 택시를 타고 가거나 인천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신세를 져야 했다.

버스 계단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이동장을 보는 아저씨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저씨를 향해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을 발사했다.

다행히 나의 간절한 눈빛과 마음이 그에게 전해져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오늘 버스에서 쫓겨난 아주머니와 백구는 10여 년 전 나와 순신이의 모습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을 떠나는 순간에도 백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화가 덜 풀렸는지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셨다.


“개는 착하게 생겼는데 주인을 잘못 만나서 고생하네.”


‘주인을 잘못 만나서 고생하네… 주인을 잘못 만나서 고생하네…’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만 했던 순신이 생각이 났다.

미안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눈물로 흘러내렸다.



아직은 순신이의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미어지지만 오늘처럼 용기를 내어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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