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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May 10. 2024

사장님, 배려 학원 다니시나요?

두 번째 이야기


사장님, 배려 학원 다니시나요? (brunch.co.kr)


"오늘 점심은 육개장 먹으러 가요."


엄마는 미소를 지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엄마와 남편 셋이 함께 갔던 그곳으로 향했다.

사장님의 배려에 감동을 받아 전에도 글로 담았던 곳이다.


엄마의 보행기를 식당 출입구 옆에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걸음이 불편한 엄마는 문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육개장을 주문하고 엄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빠알간 육개장이 그릇 한가득 그득하게 담겨 나왔다.

배가 고팠던 엄마와 나는 육개장을 폭풍 흡입했다.

옆 테이블 사람들의 대화 소리만 웅웅 들렸다.


엄마    "맛있게 잘 먹었다. 배불러."


엄마 앞에 있는 스텐 그릇에 빨간 국물만 남아있었다.

엄마는 그릇을 만지작거렸다.


엄마    "국물 아깝다."

나    "오늘은 그냥 가요. "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엄마는 주방 쪽을 바라봤다.


나    "엄마!"

엄마    "국물이 많이 남았잖아. 집에서 그릇을 챙겨 올걸."


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었다.

음식을 버리면 벌받는다고 믿고 있는 엄마와 실랑이를 하다 내 고집대로 남은 음식을 식당 테이블에 두고 나왔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마음속과 머릿속에 엄마가 있었다.

한숨을 쉰 다음 왼손에는 국물만 남은 육개장 그릇을 오른손에는 지갑을 들고 주방 쪽으로 향했다.

국물만 남은 그릇을 내밀었다.

얼굴이 반찬으로 나왔던 깍두기 국물처럼 빨개졌다.


나    "사장님, 이거 포장 가능할까요? 포장비 드릴게요."

사장님    "호호, 육개장 팔아서 떼돈 벌려고 했으면 포장비를 받았겠죠. 포장비 안 주셔도 돼요."

나    "엄마가 육개장을 맛있게 드셨나 봐요. 국물을 집에 가져가서 밥 말아 드시고 싶다고 하시네요."


민망하여 주저리주저리 말했다.

사장님은 갓 나온 음식을 포장하듯 국물을 그릇에 담아 비닐랩으로 랩핑했다.

랩핑한 그릇을 봉지에 담아 건넸다.

그릇이 담긴 봉지를 들고 엄마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엄마는 내 뒤를 따라오는 사장님을 향해 눈인사를 했다.


사장님    "육개장 맛있게 드셨어요? 어머니, 또 놀러 오세요."


엄마는 멋쩍게 웃었다.

또 놀러 오라는 말.

육개장 국물만큼 훈훈해지는 그 말을 마음에 담아 식당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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