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돈이 더 필요했나 봐요.”
‘소원값이 부족했던 걸까.’
목포 유달산 조각 공원에 도착했다. 조각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조각 작품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안내도에 따라 공원 길을 걸었다. 지절지절 지저귀는 새소리와 초록 일색인 공원을 걸으며 여유로움에 젖어 들었다. 남편과 손을 잡고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 “어? 공원 안에 절이 있네?”
나 “우리 절에 가서 소원 빌까요?”
남편 “좋아요.”
돌계단을 따라 공원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고즈넉한 마당과 법당이 보였다. 법당 왼쪽에 있는 5층 석탑 앞에 남편과 나란히 서서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소원을 빌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지갑에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과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법당 바로 앞에 있는 복전함 구멍에 넣었다. 절에서 내려와서 계단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혔다. 흐린 하늘 아래로 목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는지 배꼽시계가 울렸다.
“배고프다! 저녁 먹으러 가자!”
공원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해 차 문을 여는 순간 남편의 가쁜 목소리가 들렸다.
남편 "어? 지갑!"
잠바 주머니와 바지 주머니를 훑는 남편의 손이 다급했다.
남편 “공원에서 잃어버렸나 봐!”
남편은 차 문을 쾅 닫았다. 빠른 걸음으로 공원 쪽으로 걸어갔다. 나도 그의 뒤를 따라 바닥을 보며 걸어갔다. 공원 길, 절, 벤치, 화장실을 전부 둘러보았다. 검은색 가죽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오르막길과 계단을 오르내렸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남편은 땀으로 샤워를 했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공원에서 가까이 위치해 있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유실물로 접수된 지갑이 있는지 물어봤다. 경찰 아저씨가 유실물을 조회할 수 있는 ‘lost112’(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검은색 지갑을 습득했다는 몇몇 곳에 연락을 했지만 지갑은 찾을 수 없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사이트 새로 고침 버튼을 계속 눌렀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았다.
나 “자기야 미안해요. 괜히 내가 여기 오자고 했나 봐. 다른 곳에 갈걸...”
남편 “액땜한 셈 쳐요! 우리 밥 먹으러 가요!”
맛있는 음식도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지 못했다. 저녁을 먹은 다음 남편은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나는 목포에 살고 있는 지인과 선약이 있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지인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나 “남편이 지갑을 잃어버려서 마음이 불편해요. 지갑에 십만 원이 있었는데 남편은 신분증과 카드만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대요. 절에서 소원을 빌고 복전함에 돈을 넣은 다음에 바로 지갑을 잃어버려서 뭔가 찝찝해요.”
지인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지인 “아마도 신이 남편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돈이 더 필요했나 봐요.”
지인의 말 한마디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남편에게 빨리 이 말을 전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지인과 헤어지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남편은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워 한 팔로 머리를 괴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남편을 보자마자 지인의 말을 전했다.
나 “자기야, 지갑을 소원값이라고 생각해요.”
남편 “월요일에 사무실에 출근해서 신분증이랑 카드 재발급 신청해야겠다. 아휴, 귀찮아!”
인어공주가 두 다리를 얻기 위해서 목소리를 잃은 거에 비하면 남편의 소원이 이뤄진다면야 지갑 정도는 애교가 아닐까 싶다. 남편에게 한 말은 내 마음 편하고자 한 말이고 지갑은 찾았으면 좋겠다.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인터넷 검색창에 ‘lost112’를 입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