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나올수 없는 그것
빌어먹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엔 아킬레스건이다. 벌써 몇 번째이고 몇 년째인가.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다 나은듯해서 운동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다친다. 온 몸을 한 군데씩 다쳐보는 것 같다. 내 전공이 스포츠재활 이란 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지 해도 매년 운동을 하다 부상을 입는다.
재활은 벌써 두 달째 진행 중인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같은 레벨의 통증이 매일 느껴지고 있다. 사실은 내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백 킬로미터를 걷기 위해선 많이 그리고 오래 걷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현재 걷는 것조차 힘드니 내년에 계획대로 갈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내년에 있을 내 계획에 대해서 떠들고 다녀서 이대로 포기를 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어떻게든 올해 안으로 회복을 해서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킬레스 건염에 대해 알아보니 회복 속도가 더딘 부상 중 하나라고 한다. 무리하지 않고 치료와 회복에 신경을 집중할 때이다.
부상을 달고 살다 보니 살도 많이 찌고 했지만 그곳에서 좋은 점도 발견하게 된다. 평소에 생각이 없던 내가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도 하다 보면 계속 깊은 곳으로 나를 이끈다. 어떤 날은 생각이 늪처럼 나를 끌어당겨 하루 종일 생각에서 허우적거리다 잠이 든 날도 있을 정도다. 그날 내가 생각했던 생각들을 글로 쓴다면 몇 편의 글은 능히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일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양쪽 모두를 동반하는 듯하다. 개인이 어느 곳을 바라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최근에 슬슬 눈치채 가고 있다.
<옛사랑 - 사랑, 기억하고 있나요> 을 어쨌든 마무리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고치고 싶은 부분과 애매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당연한 것이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를 수가 있을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으니 자랑하지 못할 만큼 부끄럽지만 끝맺음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위안을 삼는다. 부족함 즉 결핍이 내 삶과 글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
최근 도서관에서 자기 계발서와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 글쓰기에도 꽤나 치밀한 구성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글쓰기 책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책을 쓰는가를 말하는 책이었다. 솔직히 그게 싫었다. 나는 아직 초심자라 그 책을 조금 읽다 덮어버렸다. 그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하고 남이 원하는대로 쓸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만의 색이 살아있는 글을 쓰자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현재는 다음에 쓸 글을 구상 중이다. 인연이란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슬픈 사랑 이야기를 썼으니 이번에는 사람들과의 엉켜있는 인연에 대해 글을 쓰려 한다. 사실 산티아고에 다녀오면 그곳에서 만나는 인연들이 저절로 생기겠지만 그땐 그 나름의 이야기가 써질 거라 본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많은 책을 읽고, 글을 많이 써보라고 한다. 그래야 생각을 넓어지고, 정리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지적이 내게는 안 통하는 것 같아 아쉽다. 최근에 열심히 많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생각은 깊지 못하고, 들뜬 생각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나를 돌아보았다. 눈에 띄게 이룬 것은 없어도 내가 꾸준히 뭔가를 하고 있구나 또는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보다는 나으니 그걸로 됐다. 나는 만족한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돈키호테처럼 나는 나만의 길을 가련다. 혹 그것이 다른 이에게는 미치광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말이다.
부상의 늪에서 언제 헤어 나올수 있는지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통증의 정도가 점점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잠들기 전에 하천길을 멋지게 달리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눈을 감든다. 곧 그리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