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두 친구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가의 낙엽을 보고 홀로 깊은 사색에 생각이 무르익고 가을밤과 함께 익어간다.
가을밤은 고독이란 친구가 기다린다. 친구는 내게 그동안 좁은 마음에 큰사람을 담으려 했던 옛일을 회상시킨다. 그리고 작은 머리에 큰 진리를 넣으려 하는 지금의 모습을 질책한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았다. 일렁이는 별들과 달빛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 내 볼살을 어루만질 때 나는 “하-” 하고 입김을 불어본다.
순간 사라지는 입김과 함께 지난날의 추억 또한 그렇게 사라져 보낸다.
잠들지 못하는 가을 밤 창가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외로움을 불러내고 이내 애써 잠을 청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 외로움을 달랜다.
평생에 단 한번뿐이란 걸 알지만 다시 만나길 꿈속에서 꿈꿔본다.
고독과 외로움은 내 오랜 친구다.
둘이면서 하나인 이 친구와, 긴 대화로 나의 감성은 가득차고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낸다.
오늘밤은 당신도 그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