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Vol.3 - 어차피

by 민감성







비오는 토요일 밤 그와 함께 퇴근을 했다. 그간 어찌 되었는지 내가 먼저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녀와 아직 진전이 없다고 하였다. 퇴근 시간이 맞으면 식사를 하자고 몇 번 제안을 했는데 그녀가 약속이 있고, 퇴근시간이 많이 달라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일정을 잡지 못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녀와 아직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못했단 말인가요?”


“네 식사는커녕 약속을 잡으려 해도 제가 물어보는 날짜에는 그녀에게 항상 다른 일정들이 잡혀있네요. ”


“그래요. 그럼 반대로 그녀에게 시간 되는 날을 알려달라 해서 약속을 잡아보는 게 어때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뭐.. 방법은 여러 가지이니.. 암튼 우선 많이 대화해서 친해지는 게 먼저예요.”


“네 알겠습니다. 성일 뭔가 기별이 있으면 나중에 이야기해 드릴게요."


그와 대화를 마지막으로 나는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 기간 동안 나는 나대로 예전에 일본에서 신세를 지었던 사람들에 찾아뵈었다. 아니나 다를까 휴가를 다녀온 후 휴게실에 있는 나를 보고 그는 할 말이 있다며 잠시 시간을 내어달라 했다. 하긴 나도 그동안에 그에게 있었을 일이 궁금하기도 했다.


“성일, 혹시 연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하요?? 여자 쪽이요 남자 쪽이요?


“알아보니 지혜 씨가 저보다 나이가 많더라고요“


“뭐 처음에는 편견으로 연하남이나 연상녀를 반색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친해지다 보면 허물어지는 게 상당수

라서.. 왜 지혜 씨는 연하를 안 만난다고 하던가요?”


“네 여러 명이서 이야기를 하다 서로의 이상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녀의 이상형은 자신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기대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연하는 별로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전 아닌 것 같아서요. 게다가..”


“잠시만요..!”


나는 그의 말을 멈추게 하였다. 애송이처럼 주눅 들어 이야기하는 꼴이 마치 실연을 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에게 오늘 일을 마치고 커피 한잔하면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였다.


“네 그러는 편이 좋겠죠? 고맙습니다. 성일 아니면 제가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의논할 사람이 없네요. 그럼 이따가 끝나고 기다릴게요"


“네 이따가 천천히 이야기 나눠요”


그는 나보다 2시간 먼저 퇴근했지만 오죽이 급했으면 기꺼이 기다린다고 하였다. 일을 마치고 그가 기다리고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카톡으로 ‘카페에 도착’이라고 보내니 그는 손을 크게 흔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그는 내가 앉기도 전에 나에게 다가와 자신이 사겠다며 어떤 커피를 마시겠냐 물었다. 나는 커피를 멋으로만 마시기에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해달라 하였다. 커피를 주문하고 와서 자리를 앉아 그에게 상황 설명을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자세하게 부탁했다.

그는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 일부러 쉬는 시간이 되면 간식을 들고, 그녀가 쉬는 휴게실로 찾아가 그녀에게 간식을 권하며 대화를 시작하였고, 대화를 이어나가다 자연스레 일적인 것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뒤섞여 가며 친해졌다고 하였다. 그러던 중 연애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다 내친김에 이상형을 물어봤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이상형에는 자신의 반대의 모습만 그려져 있고, 특히 연하를 싫어한다는 그녀의 말에 거절을 당한 듯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성일 저 어차피 안되겠죠??”


“왜 그렇게 생각하죠?”


“제가 지혜 씨의 이상형과 너무 거리가 멀기도 하고, 특히 연하를 싫어한다고 하니 제가 둘 조건 모두에 부합되는 인물이라서”


“그 말만 들으면 그렇긴 한데, 실은 지혜 씨는 당신에 대해 전혀 모르지 않나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또 뭘 싫어하는지 서로의 취미 같은 건 물어보긴 했나요?”


“아 저 그게 아무리 봐도 저와는 반대 성향의 사람인 것 같아요. 전 게임을 좋아하는데 지혜 씨는 활동적이고, 음악 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럼 당신이 그녀의 취미를 배울 수는 없는 건가요? 노력 없이 쉽사리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는 거 아닐까요?


“성일 말이 맞긴 한데요. 제가 그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요”


“그녀가 좋아하는 걸 해보고 서로 관심사가 같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전 제가 싫어하는 건 안 하는 성격이라서요?”


“음 그럼 어쩔 수 없겠네요. 그럼 도와드릴게 없겠는걸요?”


“왜.. 왜요 성일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우선 본인은 본인이 싫은 건 절대 하기 싫어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겠어요. 연애라는 것은 서로를 맞추어야 하는 건데 본인은 본인 위주로만 하려고 하잖아요?”


“아 제가 그런가요.. 하지만 싫은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지 않나요?”


“그 말도 맞아요. 하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거잖아요? 그럼 그걸 좋아해 보려고 노력은 해봐야죠 그렇지 않나요?”


“성일도 알다시피 제가 연애 경험이 없다 보니.. 그런 것 까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한번 해볼게요"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요.”


“아닙니다. 한번 그녀가 좋아하는 걸 알아가 볼게요. 그래도 안되면 그때 포기하면 되죠?”


“좋아요 한번 해보세요 ~!”


그렇게 대화라기보단 나의 연애코칭이 되어버린 날이었다. 그 후로 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게임을 좋아한다던 그는 연극도 보러 가고, 뮤지컬도 보러 가곤 했다. 그렇게 그녀와 자신이 봤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그래서 잘 되어가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의 연애코칭을 하고서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탈의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온 나를 지혜 씨가 찾아왔다.


“성일 씨 잠시만 괜찮으세요?”


“네 네 무슨 일이시죠?”


“저 다름이 아니라 이거 전해드리려고요"


하얀 봉투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청첩장 같아 보였다. 열어보니 맞았다.


“앗 지혜 씨 결혼해요?”


나는 설마 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둘이 벌써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신랑의 이름을 확인해 보니 그가 아니고 같은 부서에 일하는 민석 씨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 말고도 많은 동료들이 모르는 눈치였다.


“민석 씨와 결혼해요?


“네네 그렇게 됐어요.”


“이야 나는 전혀 몰랐네요. 우선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결혼식은 11월에 합니다. 시간 되시면 참석해 주세요.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네 다시 한번 축하해요~”


다른 생각보다 먼저 그의 생각이 났다. 큰일이었다. 그는 알고 있을까 아니면 모르고 있을까 그가 출근했는지부터 확인했다. 아직이었다. 우선 카톡으로 출근하면 바로 나에게 찾아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가 왜요? 무슨 일 있나요?’라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오면 말해주겠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가 도착하고 그를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처음엔 크게 놀라더니 그다음은 실연당한 사람처럼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 내게 말했다.


“거봐요 성일 제가 어차피 안된다고 했잖아요”


“뭐 아쉽게 됐네요.”


“괜히 쓸데없는 노력들을 한 것 같네요.”


“그래도 덕분에 예술 분야에 대해 조금 알게 되지 않았나요?”


“아뇨 그냥 돈과 시간만 낭비한 것 같아요.. 어차피 안 될 줄 알았다면 하지도 않는 건데..”


그의 부정적인 결론에 나도 약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짝사랑하던 사람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을 테니 아무 말 없이 그의 등을 토닥이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첫 짝사랑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는 한동안 무표정으로 지냈다. 나와 몇 번 퇴근 할 때도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등의 말들을 시시콜콜 꺼내며 자신의 분한 감정을 드러냈다. 어차피 안되는 사이였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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