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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Oct 02. 2023

특별한 것 없는 쉬는 날 이야기

이번엔 뭐가 다를 줄 알았다.


언제나 휴일 전날 밤 이면 하는 작은 다짐이 있다. 

“오늘은 한번 늦게까지 푹 자보자!!” 

  다음 날 아침 오히려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지는 나를 보며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일을 하러 갈 때는 일어나도 그렇게 피곤하더니 쉬는 날 아침은 왜 이리 가볍게 눈이 떠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나는 한번 잠을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성격이다. 오늘 새벽도 일찍 눈을 뜬 것을 개들에게 들켜버렸다. 개들의 감시망에 걸린 나는 산책을 바라는 올망졸망한 눈망울과 한바탕 기싸움을 한다. 매번 “안돼”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져 새벽에 산책을 나갔다. 

 새벽 산책은 낮과는 달리 조용하고, 암묵으로 뒤덮인 동네가 오히려 차가 자주 지나가는 낮보다 거닐기 좋았다. 나와 같은 신세의 견주를 만나기도 하고,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할머니들도 자주 마주친다. 어쩌다, 길이 같은 방향이어서 교회에 다녀온 할머니와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다 종교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걸었다. 결론은 할머니가 나의 믿음을 아쉬워하시는 것 같았다. 새벽에도 교회에 다니는 할머니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신앙심과 믿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난 성경에서 이 세 문장으로 끝났다고 본다.

 그렇게 거사 (개가 소변과 대변을 보는 일 + 할머니의 일방적인 교리 수업)를 마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쌀쌀한 아침이라 샤워를 하기 싫었지만, 다시 잠들 수 없는 나는 세수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머리만 감자던 것이 결국 샤워까지 하고 나왔다. 젊은 날에는 한 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했는데 이제는 안되겠다. 

  샤워로 몽롱한 정신을 깨우고 나서, 오늘은 무엇을 할까 둘러보니 어제 엄마가 사 온 애플파이가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책을 읽을 때 커피와 함께 먹으면 좋겠다 싶어 커피를 준비했다. 아침부터 코끝으로 느껴지는 커피 향이 모처럼 기분 좋은 아침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아주 좋았다. 

 예전에 책을 읽을 때는 아주 조용한 것을 선호했는데, 최근에는 백색소음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를 틀어놓고, 독서에 집중하면서 소리가 사라지는 독서를 즐기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쓸데없는 버릇 같다. 그만큼 집중력에 대한 부분이 많이 약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연휴도 하루 남았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하루도 알차게 지내보려 노력한다. 그나저나 아시안게임이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도 적어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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