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본격 월경컵 권장 글이다. 나는 7년째 월경컵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 알게 된 건 젊은 영화감독이자 소셜 인플루언서의 게시글이다. 그는 여행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월경컵을 소개 받았는데 이렇게 좋은 걸 이제 알았는지 모르겠다는 극찬의 글이었다. 당시에는 월경컵을 국내에서 구매할 수가 없어 해외 직구로 구매했다. 각국의 수많은 월경컵 중 프랑스 제품으로 한화(₩)로 치면 개당 만 원 정도 되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처음 사용하고 만족스러워 여러 개를 재구매해 지인들에게 선물도 했었다. 이후로 나의 생리 주간은 월경컵 사용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쾌적한 삶을 보내고 있다.
월경컵은 말 그대로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컵 모양을 질 속에 넣어 생리혈을 받아낸다. 기존 생리대의 축축함과 교체의 번거로움 없이 평상시와 같은 일상을 보낸다. 흡수제를 뿌린 일회용 생리대를 쓰지 않으니 생리통도 줄어들었다. 나는 평소처럼 목욕탕도 가고 요가도 하고 부인과 진료도 본다. 따로 여분의 생리대를 챙길 필요도 없으니 외출도 가볍다. 한여름 밭에 나가 풀이라도 메고 있으면 온몸이 땀범벅이 되는데 이때 월경컵 하나로 쾌적한 노동도 가능하다. 단돈 몇 만원으로 ‘월경이 없는 삶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월경 없는 삶을 간첩 체험해 본다.
이제는 월경컵이 보편화 되어 많은 여성들이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제작과 판매, 유통까지 하고 있어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올리브영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판매를 하지 않아 실물 보고 구매하는데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이점이 많은 월경컵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야 접근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돈과 젠더권력 문제이다. 반영구적인 월경컵은 한번 구입으로 평생을 사용하니 제작,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달 구매행위가 일어나는 일회용 생리대를 만들고 판매하는 행위가 훨씬 이윤을 남긴다. 그러니 월경컵을 개발하고 제작, 상품화하는 의지가 떨어진다. 이는 젠더권력, 즉 여성 인권과도 밀접하다. 심장과 폐를 이식해 죽을 사람도 살려내는 시대에 여성 다수가 겪는 생리통을 해결할 지식과 기술의 부족은 황당하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은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국립월경연구소가 설치되고,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 월경에 대한 연구를 더 많이 하며, 정부는 생리대를 무료로 배포할 것’이라 한지 30년도 넘었다. 현재 여성이 안전하게 생리할 권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여성의 전 생애 건강과 관련된 월경에 대해 자주 말하고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땀 흘리는 일이 자연스럽듯 월경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쉬는 시간마다 몰래 생리대를 꺼내 도피하듯 화장실로 향하는 월경은 더 이상 ‘그날’, ‘마법’으로 돌리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 인류의 반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월경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나누어야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도시에는 관련 교육과 캠페인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 지역에서는 아직 관련 활동과 홍보들이 적어 아쉽다. 앞으로 나보다 더 많은 월경주간을 겪고 생리통으로 힘들게 보낼 이들에게 적극 월경컵을 어서 권하고 싶다. 월경컵 외않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