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인 May 09. 2023

국제결혼 현수막, 저만 불편한가요?

지역과 여성 #4

국제결혼 현수막, 저만 불편한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불편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왜 국제결혼 현수막이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는 걸까요? 이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지역을 오가다 보면 현수막 지정 게시대를 포함한 시골 구석구석에 국제결혼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문구도 다양한데요. 요즘은 점잖게(?) ‘국제결혼, 000-000-000’ 연락처만 적은 현수막이 주로 보입니다. 이전에는 ‘참한 북한 여성 결혼’,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될 만큼 화려하고(?) 유명한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이 우주여행도 간다는 21세기가 맞는지 의심될 만큼 믿기지 않는 문구들이죠. 왜 이런 문구들이 사람들이 오가는 대로변에 당당하게 걸려 있을까요? 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까요? 이를 두고 우리는 인권 감수성 또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여성을 사고팔 수 있다는 생각, 가난한 여성들이면 인권이고 뭐고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생각. 오래되고 견고해서 무쇠같이 단단한 관념들입니다. 이런 관념들이 현수막을 통해 사람들에게, 아이들에게 소리 없이 흡수되고 사회 깊숙이 잉크처럼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고정관념과 아이들에게 상처를 낫게 됩니다. 국민 해외여행객 수 2,800만 명(코로나 이전 2019년 기준, 한국 관광통계 출처)으로 한 해 결혼하는 커플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과의 결혼이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그들이 인종적 편견과 선입견 없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의무로 이어집니다.      


국제결혼 현수막 게시대에 대해 말해 볼까요? 현수막 지정 게시대는 군의 허가를 받고 일정 기간 동안 현수막 홍보를 할 수 있습니다. 남성의 ‘선택권’과 ‘남용’을 보장하며 차별을 강화하는 국제결혼 중매 현수막을 허가해 주는 군과 관계자의 젠더 감수성은 얼마나 무딘 걸까요? 이런 무감각들이 쌓여 일상에 얼마나 흔하게 차별이 관용되고 있는지 쉽게 목도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미 여성인권과 특정 국가를 침해 하는 국제결혼 현수막의 문제점을 알고 관련 모니터링과 게시를 불허하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알고 조치가 필요합니다. 여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국제결혼 중매 현수막은 지역의 인권 감수성 수준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여성을 사고팔 수 있다는 생각. 아무런 제재 없이 이를 홍보하고 돈벌이로 이어지는 일상. 이는 돌고 돌아 언젠가 우리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이전 05화 공공재를 키우는 마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