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인 Jun 06. 2023

내가 꿈꾸는 어린이 식당

지역과 여성 #5

어린이 혼자 와도 괜찮아요.

숙제를 가지고 와도 괜찮아요.

함께 놀면서 저녁을 먹어요.

따뜻한 밥과 국을 준비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일본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어린이 식당’ 홍보 문구란다. 나도 언젠가 지역에서 어린이 식당을 열게 된다면 이런 문구를 문 앞에 붙이고 싶다.

 

 

어린이 식당이 뭘까?!

어려운 시기이다. 사회적 고립은 물론 소득 양극화로 굶어죽는 사람들도 많다. 어린이식당은 취약계층인 어린이를 중심으로 조부모, 한 부모 가족, 맞벌이 부모 등이 밥 한 끼를 먹으며 이웃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하교 후 집에 가방을 던져놓고 마을 골몰길과 바닷가, 숲속을 마음껏 놀았다. 우리는 마을과 주민들 울타리 안에서 걱정 없이 뛰어다녔다. 지금은 뉴스만 틀어도 혀를 차게 만드는 소식들이 많아 아이들만 밖으로 보내면 걱정이 앞서는 일이 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며 학원이 아니면 또래를 만날 수 없고 주말이면 어쩐지 쓸쓸한 키즈카페를 전전해야 한다. 아이들은 가족과 학교 친구 이외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와 어른도 사회적 고립 상태로는 얻을 수 없는 정보, 인간관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갈증과 문제를 어린이 식당을 통해 해소하고 싶다.


어린이 식당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운영된다. 식자재마트나 농장에서 남은 잉여 식료품과 농산물을 지원받아 자원봉사자들이 각자 재능으로 밥과 국, 반찬 또는 한그릇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 아이들은 각자가 처한 가정환경 상관없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고 다양한 연령을 만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어린이 식당은 사회문제를 공감하고 연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쌓인 자산은 작게는 우리 가족과 이웃의 안전망뿐 만 아니라 언젠가 노인이 될 나의 돌봄도 희망할 수 있는 일로 연결된다.  

 

내가 꿈꾸는 어린이 식당

어린이 식당을 지역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인근 도시 생협 활동가들이 방학 동안 임시로 어린이 식당을 운영했다는 온라인 게시물을 본 적 있다. 그곳에 실행 방법이나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정기적으로 식당을 활발히 운영하는 곳이 있다면 방문해 보고 싶다. 함께 할 동료와 공간은 어떻게 구할까? 하루 30인분의 음식을 만드는 중노동을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음식 금액 책정은? 어린이들에게는 1천 원(또는 돈이 없으면 그냥 먹고 가도 된다), 어른들에게는 3천 원 금액을 책정하면 적당할까? 혹여나 저렴하게 음식을 제공해 주변 식당에 눈치나 민원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지금은 육아와 가사로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지만 여유가 생기고 바램을 놓치지 않다면 언젠가 어린이 식당을 만날 기회가 생길 거라 생각한다.



경제적 빈곤보다 관계의 빈곤이 더 심각하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나누어 먹는 한 끼의 힘으로 나 또한 타지에서 오래 발붙이고 정착할 수 있었다. 삶이 힘들 때 머리보다 몸을 움직이며, 위로가 필요할 때 건강한 밥 한 끼를 차려  삶을 스스로 돌볼 줄 아는 지혜를 아이들에게 몸소 실천하고 싶다.



이전 09화 물건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