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짱의 현실 성장 기록 ep.09
점심을 먹고 돌아와 앉았는데,
정신이 멍해진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시간은 괜히 느릿하다.
창밖은 밝고,
내 책상 위엔 문서와 커피잔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컴퓨터 화면은 켜져 있지만
눈은 그 위를 맴돌기만 할 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오후 2시,
딱 지금 이 시간은
몸은 깨어 있는데
마음은 멈춰 있는 느낌이다.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있는데,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문득 잊어버릴 때가 있다.
옆자리에서는 누군가 키보드를 두드리고,
누군가는 회의실로 들어가는데
나는 가만히 앉아,
마치 잠시 멈춘 사람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럴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뭔지.
그냥 조용히 앉아있는 것뿐인데
속으론 자꾸만 파도가 친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화면을 바라본다.
작업창 하나 열고
또 다른 브라우저를 켰다가
그냥 닫는다.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고요하지 않은 날.
오후의 조용한 사무실 속에서
나 혼자만 어딘가 잠겨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