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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도 부먹 VS 찍먹 논쟁을 부르는 음식

10. 과달라하라, 바게트 샌드위치 토르타스

by 노마

요샌 부먹찍먹 논쟁이 한국에선 "처먹"으로 귀결되고 있는 듯하다. 고백하건대, 난 부먹파다. 탕수육 소스에 탕수육을 한참 담가 그 튀김에 촉촉하게 스며든 그 맛을 좋아한다. 누군가에겐 '눅눅한' 식감이 나에겐 '부드러운' 식감으로 극호이다. 흥미롭게도 멕시코에서도 찍먹과 부먹파를 가를 음식이 있는데 바로 토르타스이다.

IMG_6131.JPG 멕시코의 흔한 토르타

토르타스(Tortas)는 멕시코의 바게트 샌드위치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조금 넓적한 바게트빵 같은 담백한 빵에 다양한 재료를 넣는다. 햄, 치즈는 기본으로 아보카도나 초리조, 닭가슴살 등 원하는 재료로 다양한 토르타를 즐길 수 있는데, 여기에 케첩이나 머스터드 대신 멕시코 살사소스를 취향껏 뿌려먹거나 찍어 먹는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로서 토르타스는 타코 다음으로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이었다. 한국에선 바게트 같은 식사빵이 꽤 비싸지만, 이곳에선 슈퍼마켓이나 빵집에서 1개 100원~200 원하면 손바닥 만한 식사빵을 살 수 있다. 뗄레라(Telela) 혹은 볼리요(bolillo)라고 부르는데, 또르띠야만큼 식사에 자주 곁들여 먹는 멕시코사람들의 주식이다. 저녁에 마트에 장 보러 가면 빵 코너에서 이 빵만 한 4~10개 쟁반 가득 담는 멕시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IMG_0764.HEIC 1개에 100원인 멕시코 식사빵 (Telela)

나 역시 항상 밤마다 이 빵을 2~3개 사서 다음날 아침에 치즈나 햄 등을 끼어 넣곤 했다. 분명 아침에 빵에 햄 치즈를 넣은 나름의 샌드위치를 먹어도, 점심쯤에 살사 소스와 할라피뇨 등이 들어간 멕시코 토르타스가 땡겨서 주변의 토르타스 집을 찾아다니곤 한다.



멕시코 시티 - 토르타스 델 칠라낄레(Tortas del chilaquile)


타코만큼 토르타 역시 멕시코 사람들의 국민 간식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특색 있는 토르타가 있다. 멕시코시티는 "토르타스 델 칠라낄레 (Tortas del chilaquile)"가 대표적이다.

IMG_5901.JPG 멕시코의 흔한 아침 식사 - 칠라낄레

칠라낄레는 멕시코의 흔한 아침 식사인데 나초칩같은 튀긴 또르띠야를 잔뜩 깔고 그 위에 치즈와 살사소스를 잔뜩 끼얹어 취향에 따라 고기 등을 먹는 식사이다. 살사소스에 거의 나초칩이 절여져 나온다고 보면 되는데 탕수육 찍먹파가 본다면 식겁할 식감이긴 하다. 보통 접시 가득 나오는 식사인데, 이 요리를 바게트 사이에 넣은 것이 바로 "토르타스 델 칠라낄레"이다.


멕시코 시티의 한 노점상이 이를 발명해 넷플릭스 푸드 다큐 "천상의 맛" 시리즈에도 소개됐기 때문에 꼭 먹고 싶었다. 집 근처 토르타스 델 칠라낄레 노점을 검색하고 정오쯤 방문했는데, 아침 장사 위주로 하는 곳이었는지 거의 정리하고 있었다. (구글맵엔 종종 인기 많은 노점 같은 경우 장소 위치 정보가 제공된다)


급한 마음에 "혹시 토르타스 살 수 있을까?" 물어보니, 지금 구매가능한 것은 닭고기 칠라낄레 토르타스밖에 없다고 한다. 무슨 고기가 됐건, 일단 칠라낄레 토르타스를 먹으러 왔으니 그거라도 달라고 했다.

IMG_2645.jpg 치즈크림 뿌려주고 있는 아주머니

정리하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즉석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 방치되고 있던 토르타스를 집더니 "치즈크림? (crema de queso)"라고 물었다. 뭐든지 소스가 있으면 추가해서 먹기 때문에 넣어달라고 했고, 아주머니는 다시 빵을 열어 치즈크림을 한 줄 뿌려 다시 덮었다.


얼마나 방치된 토르타스인지 몰라, 위생상 살짝 찝찝했지만, 나름 여기가 토르타스로 정말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토르타스를 받아, 주변 앉을 만한 곳을 찾아 봉지를 주섬주섬 열었다. 빵이 꽤 컸고, 약간 우리나라 피카츄 돈가스를 연상하게 하는 닭고기 튀김과 소스에 녹진하게 절여진 튀긴 나초칩, 야채, 과카몰리, 그리고 치즈 크림과 사워크림 같은 소스가 뿌려져 있다.

IMG_0572.HEIC 멕시코 시티 - 토르타스 데 칠라낄레


한 입 베어 먹자마자 아까 살짝 마음에 걸렸던 찝찝함이 사라졌다. 물론, 고기와 채소 + 소스 + 빵의 조합이 실패하기가 어려운데, 직접 구운 빵의 식감에 고기와 토마토, 과카몰리 등이 부드러운 사워 소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그리고 튀긴 나초칩은 이미 소스에 절여질 대로 절여진 터라, 사실 모르고 먹으면 이게 나초칩인가 할 정도. 칠라낄레란 음식 특성이 원래 나초칩 같은 것들이 살사소스에 잔뜩 절여 나오기 때문에, 샌드위치를 드레싱빨(?)로 먹는 사람들이라면 맛있게 먹을 샌드위치이다. 하지만, 샌드위치 재료별 고유의 맛을 살린 담백한 샌드위치를 좋아한다면 이 토르타스 델 칠라낄레는 꽤 헤비한 편에 속한다.



과달라하라 - 토르타스 델 아호가다스 (Tortadas del ahogadas)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한 달 살이를 한다고 하니, 멕시코 친구들은 "토르타스 아호가도스(Tortas ahogadas)"먹고 후기를 알려달라고 했다. 언젠가 멕시코 넷상으로 떠돌아다니던 "지역별 토르타스" 정리한 이미지 도표를 본 적이 있는데 과달라하라 하면 토르타스 아호가도스였다.


아호가다스란 단어 선택이 참 재밌는데 굳이 번역하자면 "익사한"에 해당된다. 즉, 빨간 살사소스에 익사한 토르타스란 뜻이다. 비슷한 변형으로 론체 바냐도(lonche bañado)도 있다. 론체는 런치(lunch)에서 기원한 말로 토르타를 부르는 다른 말인데 bañado 는 "목욕하는"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즉, 목욕하는 토르타스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토르타스들은 부먹이다. 대체 샌드위치 부먹은 무엇인지 너무 궁금해서, 과달라하라에 도착하고 다음날, 바로 이 토르타스 델 아호가다스를 파는 곳을 찾았다.


가게는 흔한 로컬식당이었다. 토르타스 아호가도스는 1/2 크기 혹은 풀 사이즈로 주문할 수 있는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간 멕시코에서 보던 사이즈와는 달리 꽤 작은 편이었다. 저거 1/2 사이즈면 간에 기별도 안 가겠는데 싶어서 풀 사이즈로 주문을 하자마자, 토르타스에 고기를 잔뜩 넣더니 그 위에 빨간 소스를 붓는다. 바삭바삭해야 할 바게트는 자연스레 빨간 소스를 머금고 눅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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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숟가락을 주나 했는데, 손으로 집기가 난감한 비주얼이었다. 소스에 절여진 이 부먹 샌드위치는 손으로 들고 먹는 게 아니라, 숟가락으로 잘라서 먹는다. 빨간 살사소스는 물에 희석시켜 농도는 묽은 편이었는데, 국물처럼 떠먹거나 빵에 다시 끼얹어 먹는다.


빵이 작은 이유가 있었다. 들어가는 고기양이 상당했다. 두툼하게 자른 고기 조각으로만 빵 속을 채운다. 대신 양배추와 양파는 따로 먹을 수 있도록 접시에 올려준다. 이 야채를 빵에 넣어서 먹어도 되고, 아니면 토르타스 따로, 국물에 절여진 야채 따로 먹어도 된다.


탕수육 부먹파이지만, 토르타스 아호가다스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바게트 샌드위치에 빨간 국물이 스며들어 눅눅해지는 것도, 샌드위치를 숟가락으로 잘라먹어야 하는 것도, 바게트 샌드위치의 본질을 모두 파괴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IMG_4316.HEIC 혹시나 해서 과달라하라 떠나기 전에 다른 곳에서 사먹은 토르타스 아호가다스.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멕시코 사람들에게도 이 음식이 맛있냐고 물으면 반반이다. 물론 과달라하라에선 부먹 극호가 많지만, 다른 도시 사람들에게도 역시 호불호가 갈린다. 과달라하라에서 1개월 살았다고 하면 항상 멕시코 사람들은 "토르타스 아호가다스 맛있었어?"라고 물어본다.


그 때 마다 나의 대답은 "난 그냥 내가 살사를 찍어 먹는 건조하고 바삭한 토르타스가 좋아"

탕수육은 부먹일지라도, 바게트 샌드위치만큼은 찍먹이다.



브런치 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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