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괴물
나를 너무 몰아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한참 전부터 그랬고 종종 실행도 해보았지만 어느 순간 글을 쓰는 것이 나 같지 않아서, 글이 모두 거짓 같아서, 나의 기억은 모두 조작일 뿐이라는 그런 의식이 스멀스멀 일어날 때면 다시 모든 글을 지워버렸다. 왜 항상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 특히 아침에 눈뜨는 시간이 힘들다. 그 시간에 난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있다. 그래서 어찌할 방법이 없이 그 비난을 온통 받아내야 한다.
나를 물어뜯는 이 비난은 때론 너무 지독하다. 어린 시절 때때로 부모님이 다투실 때 집 안에 큰소리가 나면 어린 맘에 제발 이 소리가 이웃집에는 들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 적이 있다. 이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평생을 한 번도 싸우지 않는 부부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건강한 부부생활 같지는 않고 싸울 때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정말 중요한 삶의 지혜가 필요한 그런 부분에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서툰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상대와 진심 어린 대화를 하는 법을 모른다. 특히 집 안에서 가까운 사람끼리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른다. 부모, 자식, 형제 모두 자신의 진심을 알아채고 상대에게 그것을 전하는 방법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채 그렇게 불안정한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서툰 모습을 밖으로 꺼내 보이는 것이 무섭다 보니 모든 것을 자꾸 감춘다. 나 역시 맘 속 깊이 묻어둔 감정들이 많은 것 같다. 그것들을 들춰서 드러내려고 하니 속이 부글거리고 마음이 저 깊은 곳까지 계속 가라앉는다. 과거에는 막연히 부끄러웠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불안한 것이다. 가족은 어떠한 경우에도 남과 같이 완전히 찢어질 수 없다. 아무리 떨어져 살아도 심적 어딘가에는 연결이 되어있고 그것이 계속 무의식적으로 나를 자극하고 압박한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이 마치 부도덕한 내부고발자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모두의 치부이자 고통을 내 마음대로 까발리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화해를 위해 글을 쓰지만 이런 글이 나를 제외한 가족 모두에게 아픔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내가 멋대로 결정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항상 이 지점이 어렵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 지점까지 달린 순간 정말 죽을 것같이 힘든 구간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구간을 넘어가면 점점 편안해진다. 러너스 하이라고 불리는 현상, 몸이 적응하고 리듬을 타는 그 구간이 있다는 것을 달리기를 자주 해본 사람은 모두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매번 힘든 구간에 들어설 때면 그만 달리고 싶다는 유혹을 강하게 받는 것처럼 나는 글을 쓰다 어느 정도 쓰고 싶은 내용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면 쓰고 싶다는 욕망 이상으로 그만두고 싶다는 심적 압박을 받는다. 이 압박과 불안이 사람을 망가뜨린다. 나를 찌그러뜨린다. 마치 괴물 한 마리가 내 속에서 날뛰는 기분을 매일 맛보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그냥 매일 아침 머리가 깨질듯한 숙취로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이런 기분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것이 부디 마음속 해감 작용이길 바라본다. 나의 마음은 한참 전부터 어딘가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을 나만의 가면으로 잘 감추고 숨겨왔지만 그 가면을 벗지 않고 평생 살아가기에는 나에게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어찌 되었던 나는 생각을 다 끄집어 내놓고 이것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정리해 나갈 것이다. 이미 한참 전부터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기에 쉽게 정리가 될리는 없지만 이 상태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고 결국 시작한 일을 마쳐야 한다. 꽤 긴 거리를 더 달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쳐 쓰러지지 않기를 응원해 본다. 힘내자.